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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Sep 12. 2023

22화 -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이번 일기는 주인공부터 먼저 소개하려고 한다. 스물두 번째 일기는 방탄소년단(BTS)이다.


방탄소년단(뷔, 슈가, 진, 정국, 알엠, 지민, 제이홉) / 출처 : 방탄소년단 공식사이트 프로필


방탄소년단을 알게 된 건 데뷔를 앞둔 시점이었다. 데뷔보다 앞서 먼저 공개된 뮤직비디오와 노래를 보고 궁금한 나머지 듣다가 데뷔곡이 궁금해져서 계속 찾아봤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이 하나 있다. SBS 스페셜 - 학교의 눈물이라는 다큐를 보고 쓴 학교의 눈물이다. Kendrick Lamar의 Swimming Pools라는 노래의 멜로디만 놓고, 믹스테이프 형식으로 학교폭력에 대해 쓴 가사들이 현실적이었다. 나도 따돌림을 당해봤지만 세상은 그런 따돌림과 심각한 폭력과 살인까지 장난으로 치부했다. 그렇기에 가해자는 힘에 대한 권력을 갖고, 피해자는 권력에 굴복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 사이에서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방관자는 과연 누구일까? 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 교실에 있는 학생들, 선생님, 학교까지 포함될 거라는 걸 생각하자 가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래 결국 학교란 이 사회의 축소판 어른들이 멋대로 만든 약육강식의 풍토가 약자를 약하게 만들고 강자를 강하게 만들었지" 이 모든 게 결국은 사회가 만들어낸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묵인하고 있다. 들키지 않는다면 상관없다는 듯 말이다. 또, 돈으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부터 법이 돈 아래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노래는 사회를 이렇게 만든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자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 우리 모두가 방관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하는 방탄소년단을 봤다. No More Dream은 듣는 순간 힙합 그 자체에, 갑자기 떨어지는 유성의 느낌이었다.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위협적인 속도로 떨어지는 돌덩이가 잔잔한 마음에 파고들자 굉장한 파도와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그만큼 엄청난 쾌감과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됐다. 가사는 1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았다.


N.O도 비슷했다.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은 일찍이 경쟁을 시작하게 되고, 좋은 대학교를 가지 못하면 낙오자라는 생각을 가진 채 공부를 하게 된다. 점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과외받으러 가야만 한다. 아무것도 해본 거, 즐긴 거 없이 내가 꾸고 싶은 꿈을 꾸지 못한 채 사회에 내던져질 아이들에게 "No 더는 나중이란 말로 안 돼 더는 남의 꿈에 갇혀 살지 마"라며 너의 꿈을 찾아서 살아보라는 말을 해준다. 이 길이 맞는지 막막해지거나 해이해질 때마다 찾아서 듣곤 한다. 듣다 보면 이 길이 맞는지, 틀린 지는 모르는 거니까 일단 계속 가보자고 생각하게 되고,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여러모로 좋은 노래다.


그 다음에 나온 상남자는 많은 소녀들의 심장에 불을 지핀 노래였다. '왜 내 맘을 흔드는 거냐고 하면서 정작 마음을 흔드는 사람은 방탄소년단인 거 같은데 저게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온 소리인 건가?' 하고 신기하게 바라봤었다.


사실 상남자보다 같은 앨범의 수록곡인 등골 브레이커를 더 좋아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을 색깔별로 계급을 나눈 교실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1년 내내 입을 것도 아니고, 비싸기만 해서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나중에는 롱패딩이 되었지만 딱히 계급 같은 걸 못 느꼈다. 거의 다 회색 아니면 검정 롱패딩만 입고 다녔어서 동복 같았다. 교복이 치마라 추울 때 입으면 따뜻하고 이불처럼 포근한 온기와 촉감을 좋아했다. 지금은 명품이라던데 다들 갖고 있다니까 안 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주자니 너무 비싸서 고민될 문제 같다. 이 중에 롱패딩이 그나마 제일 나은 편이었구나 싶다. 싸면 5~10만 원의 제품들도 많은 데다 질도 괜찮았으니까. 현재까지도 등골브레이커는 진행 중인데, 노래에서 가장 시원하다 생각하좋아했던 부분의 가사가 생각난다. "패딩 안에 거위털을 채우기 전에 네 머릿속 개념을 채우길 늦기 전에"


DARK&WILD는 돈 주고 산 앨범이었다. 타이틀곡인 Danger도 좋았지만, 수록곡 중 두 곡이 내 취향을 저격했다.


첫 번째는 핸드폰 좀 꺼줄래.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눈이 아닌, 핸드폰만 바라보며 살게 됐다. 핸드폰이 인간을 지배하는 느낌이라 가끔 지하철에서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이 폰만 보고 있는 걸 볼 때면 기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한 모든 게 이 작은 핸드폰 안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대화하고 만날 때만큼은 핸드폰보다 서로를 더 많이 쳐다보고 눈을 마주치면 좋겠다.


두 번째가 Rain. 비가 오면 빗물에 젖고 스며드는 것처럼 계속 듣게 되고, 흥얼거리게 된다. 비가 내리는 것처럼 시원한 기분도 들어서 여러모로 좋았고, 멤버들의 이야기가 담긴 가사도 각자 다 달라서 매력적이었다.


화양연화 part. 1 앨범의 타이틀곡 I NEED U. 타이틀곡 중에서 제일 좋아했다. "하늘이 파래서 햇살이 빛나서 내 눈물이 더 잘 보이나 봐", "내겐 그럴 용기가 없어 내게 마지막 선물을 줘 더는 돌아갈 수 없도록" 가사들이 아련하고 예뻐서 좋았다. 다들 이때부터가 방탄소년단의 진짜 시작이라고 하지만, 데뷔 때부터 이미 방탄소년단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아이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 좋아했던 건 인트로곡인 화양연화. 듣고 있다 보면 압도되는 기분에 넋 놓고 들었었다. 가사도 가사지만, 코트 위에서 농구를 하는 듯한 느낌의 랩까지 모든 게 심장을 뛰게 한다.  "코트 위에 한숨이 고여 현실이 두려운 소년", "림을 향해서 내가 던지는 건 수많은 고민과 삶의 걱정거리" 등 청춘의 불안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공감되는 가사들이 많아서 특히나 고민이 많고, 불안할 때 자주 들었다. 어느 순간 고민이 딱 풀리고, 한결 편해진 기분으로 잠들 수 있어서 좋았고 고마웠다.


화양연화 part. 2 앨범의 타이틀곡 RUN. 아련한 감성은 여전했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반항이 느껴져서 벅차오르는 노래였다. "가질 수 없다 해도 난 족해 바보 같은 운명아 나를 욕해 추억들이 마른 꽃잎처럼 산산이 부서져 가" 그런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운 화양연화 그 자체 같았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도 하나같이 다 좋아했었는데, 인트로인 Never Mind와 고엽, 아웃트로인 House Of Cards를 좋아했다.

Never Mind는 지칠 때 다시 달릴 수 있게 해주는 페이스 메이커 같았다. 마라톤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옆에서 같이 달려주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기에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엔 네가 어쩔 수 없는 일도 많아", "부딪힐 것 같으면 더 세게 밟아", "포기하기에는 우린 아직 젊고 어려" 그러니까 기죽지 말고 어서 일어나서 다시 달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오늘은 울어도 내일이면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되는 그런 노래였다.

고엽은 마치 시가와 같았다. 가사가 정말 예쁘고,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다. "부서지네 끝이란 게 보여 말라가는 고엽 초연해진 마음속의 고요 제발 떨어지지 말아 주오 떨어지지 말아 줘 바스라지는 고엽" 아련함이 제일 큰 노래라 감성도 극대화되는 것 같다.

House Of Cards는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한 느낌이 있고, 공간감이 느껴져서 카드로 만든 집이 무너지는 걸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카드로 만든 집 그 속에서 우린 끝이 보인대도 곧 쓰러진대도 카드로 만든 집 바보같이 우린 헛된 꿈이래도 이대로 조금 더 stay" 언제 무너질지 몰라 위험하고 위태로운데 그조차도 아름다운 게 방황의 끝을 달리는 청춘이 카드로 만든 집 자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다.


방탄소년단은 여전히 청춘을 노래하고,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노래를 부르는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존재하고 있다. 군대를 가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 남을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모든 시간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늘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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