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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Sep 15. 2023

23화 - 따뜻해지고 싶다는 바람

따뜻한 사람을 보고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나도 그 사람처럼 따뜻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물세 번째 일기의 주인공은 밴드 LUCY의 최상엽이다.

최상엽 / 사진 출처 : 미스틱스토리, 열 앨범 개인 사진

처음 봤던 건 듀엣가요제에서였다. 빅스의 메인보컬인 켄과 함께 노래를 하던 목소리에서 따뜻한 감정이 피어나는 기분을 느꼈다. 어디서든 꼭 노래를 불러서 가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미녀 공심이를 보고 있던 날, 드라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끈화끈해는 드라마랑 잘 어울릴 정도로 귀엽고 살랑살랑 불어오며 간지럽히는 따스한 봄바람 같은 노래였다.


또 언제 나올까 기다리던 어느 날, 슈퍼밴드라는 서바이벌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었다. 이제 제발 좀 무대에서 제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이 안될 때, 음악방송에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밴드 LUCY라는 팀으로 나오는 걸 보고 '이게 꿈은 아니겠지?' 생각하며 다시 한번 본 뒤에 검색까지 하고 나서야 맞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엄마에게 "엄마! 저 오빠가 재환오빠, 빅스 켄이랑 같이 듀엣 가요제 나왔던 오빠야! 드디어 데뷔했어!"라고 기뻤던 나머지 소리를 크게 내서 질러버렸다. 엄마는 기억하시지 못했지만 난 정말 반가웠다. 그 무대가 바로 개화였다.

루시의 개화를 들으면서 직접 그린 일러스트

"바람아, 내게 봄을 데려와 줘 벚꽃 잎이 흩날리듯이" 하는 가사에 꽂혀서 그리게 된 일러스트다.

개화는 꽃이 피어나는 순간에서의 기적처럼 힘차고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가 나왔다. 어느 때보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듣게 된 노래인 조깅은 들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힘차게 뛰는 듯한 분위기와 악기 연주에 신나는 날이 있고, 그 연주가 벅차서 힘들게 느껴지는 날은 가사에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같은 노래도 들을 때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선잠은 듣는 순간, 잠이 든 기 위에서 모빌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아침 햇살에 비쳐 보이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상한 감정이었다. 그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듣고 있다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 어른이 되고 보니 후회되기도 하고, 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도 같다.


히어로가 나왔을 땐 난로를 먼저 알고 들었었다. 히어로는 그 뒤에 알게 됐다. 난로를 들으면서 "얼어붙은 꽃처럼 홀로인 날 따스하게 녹여준 너는"이란 가사가 계속 떠올랐다. '너'에 해당되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생각한 건, 나도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난로 같은 마음을 나눠주고 싶다는 거였다.


어쩌다 보게 된 드라마 진검승부에서 상엽오빠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버린 노래가 이 드라마 OST인 작은 별이다. "흐려도 괜찮아 이대로 좋아 느려도 괜찮아 눈 부시게 빛나는 지금의 너를 보여줘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겐 내가 제일 빛나는 별이니까 아름답게 반짝이는 little star" 작은 별이라 빛이 흐리더라도 계속 빛을 내면 누군가는 그 별을 알아볼 거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지치고 있었던 건가? 싶을 만큼 따뜻하게 건네지는 가사였다. 지금은 비록 작은 별일지라도, 분명 그 빛은 큰 별들 못지않게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많은 노래가 있었지만, 따뜻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난로와 작은 별 같다. 난로는 그 자체로 충분히 따뜻하게 온기를 전할 수 있고, 별은 빛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고통스럽겠지만, 내고 난 뒤의 아름다움이 그 모든 걸 다 잊게 해 줄 만큼 뜨겁고 따뜻한 존재 같았다.


상엽오빠랑 닮은 게 있다면, 최상엽이라는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온기를 전할 수 있고, 가수가 되어 노래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은 늘 쉽지 않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 노래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치유받는 부분이다.


난로이자 별 같은 상엽오빠처럼 나도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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