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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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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Sep 29. 2023

27화 - 점 찍고 님은 남이 됐다

연예인 덕질은 어디서나 지뢰가 터질 위험이 있다. 그게 터지기 전까지는 밟았다는 것조차 모를 수 있다. 그게 내 이야기이다.


스물일곱 번째 주인공은 배우 지수.

이번 편은 사진이 없습니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사진으로라도 얼굴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에이핑크 은지언니와 빅스의 엔오빠가 같이 나오는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서 봤었다. 그땐 그냥 엔오빠 보려고 봤어서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때는 아이유언니를 보려고 본 거였고, 워낙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재밌게 보느라 그때도 관심이 없었다.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는 보영언니가 너무 귀엽고 에너제틱하게 나오는 게 좋았고, 형식오빠랑 잘 어울려서 보는 내내 재밌었다. 이때는 여장하고 나오는 게 웃기기도 하고 재밌어서 많이 웃었던 것 같다.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는 잠깐 보긴 했지만 역할이 영 안 어울려서 보다가 채널을 돌렸던 기억이 있다. 이전의 나쁜 녀석들은 재밌게 봤었다.


탁구공 때였다. JTBC 단편극이었던 이 드라마를 처음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유재명 배우님과의 케미도 좋았고, 탁구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에는 몰랐지만 그게 암을 뜻하는 거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휴지를 옆에 두고서 봤다.


그러고 나서 한 행동이 팬카페에 가입하는 거였다. 소속사에서 만든 팬카페였고, 분위기도 좋아 보여서 오래 덕질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냥 어디든 팬카페에 가입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이후로 예전에 출연했던 영화와 드라마들을 도장 깨기 하듯이 하나씩 보고 팬카페에 글 올리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영화 글로리데이, 드라마 페이지터너, 앵그리맘, 예능 꽃미남 브로맨스까지.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는 시즌 2까지 나왔고, 내가 좋아했던 진영오빠가 나오는 드라마라서 보고 싶긴 했지만,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의 넷플릭스 요금이 부담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채연언니랑 러브라인인 건 상관 없었는데 대체 왜 그럴까? 생각했었다. 그 왜에 대한 대답은 나중에 알게 됐다. 나도 은연 중에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발을 떼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 됐으니까.


꽃미남 브로맨스는 같이 발칙하게 고고에 나왔던 엔오빠와 원근오빠도 다른 회차에 출연했었는데 자기들 말고 다른 사람이랑 나왔다고 서운해했다. 주인공은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같이 출연했던 남주혁 배우와 함께 나왔었다. 신기하게도 둘 다 학교폭력 논란이 있었고, 주인공은 자숙 중이며 한 분은 군입대를 한 상태다. 같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내가 덕질했던 엔오빠의 영상까지 같이 잃을 뻔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잘 본 웹툰인 아만자가 드라마화 되었다기에 보기 시작했었는데, 얼마 보지도 못했다. 그 시점에 학교폭력 문제가 터지고 만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잘 구현됐는지가 궁금했는데, 더는 볼 수가 없게 됐다. 넘기고 보고 싶어도 주인공이라 넘겨도 넘겨도 계속 있어서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엄마가 달이 뜨는 강을 보고 있을 때면, 방으로 들어갔다. 아만자를 늦게 본 거라 달이 뜨는 강이 하고 있을 때, 난리가 난 것이다. 나중에 배우가 교체된 걸 보고서 보기 시작했는데, 나인우 배우님의 연기가 더 편하게 느껴졌다. 천연덕스럽게 잘하고 더 온달에 잘 어울려서 재밌었다.


후회되는 덕질 중, 하나다. 그렇게 눈에 안 띄고 잘 피해 갔는데 왜 터지기 3년 전에 띄어서 배신감을 안겨주는 건지... 그때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사람 한 명의 문제로 피해 보는 사람들은 학교폭력의 피해자를 비롯해, 드라마 제작사, 출연진, 스태프들, 그동안 나온 프로그램, 친하게 지낸 사람들, 팬들까지 수도 없이 많아지게 된다.


더군다나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낄 행동까지 한 건 너무 심각한 부분이었다.


그날을 이후로 나는 팬카페를 탈퇴했고, 발칙하게 고고도 안 보고, 그쪽과 관련된 건 다 모르는 척, 못 본 척하고 있다.


님도 점 하나면 남이 된다. 근데 어차피 남이었던 사이에 달라지는 건, 내가 더는 그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제발 부탁인데, 다시 나오는 일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 일은 해도 되지만, 방송과 관련된 일만은 아니어야 된다.


그만큼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이제는 지뢰 좀 그만 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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