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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Oct 10. 2023

30화 - 좋은데 어렵다의 의미

좋은데 어렵다는 건 무슨 말일까? 다가가기가 힘들다는 말일 수도 있고, 좋아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상황과 이해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나는 이번 덕질로 내 상황의 의미를 찾고 싶어졌다.


그 의미를 찾고 싶게 한 서른 번째 일기의 주인공은 가수이자 배우인 이준영.

출처 : 이준영 인스타그램(@real_2junyoung)

준영오빠를 처음 알게 된 건 유키스로 활동할 때였다. 밥 먹으면서 음악방송을 틀어놓있었던 나는 유키스가 나온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서 티비를 봤다. 처음 보는 멤버가 있어서 바로 검색했고, 유키스의 막내 준, 본명 이준영으로 나온 결과와 함께 유키스 무대를 본 게 내 첫 기억이다.


확실하게 각인된 건, 부암동 복수자들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할 때다. 자연스럽고 잘 어울리는 역할과 이미지라서 그런지 연기마저 다 조화롭게 느껴졌다. 물론 연기를 너무 잘하기도 했다. 이수겸이 곧 준영오빠처럼 보일 정도였으니까. 이요원 배우님, 라미란 배우님, 명세빈 배우님과도 케미가 좋았고 모두가 다 잘 어울려서 보는 내내 재밌었다.


아이돌 리부트 프로젝트 - 더 유닛에 나와서 프리스타일로 랩도 하고, 주 포지션이 랩임에도 불구하고 보컬까지 해내는 모습까지 멋있었다. 매주 투표하는 게 있었는데, 준영오빠는 늘 투표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성상 자극적이고, 치열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기에 나 하나 챙기기도 급급한데, 같이 연습하던 팀원이 발목을 접질리자. 댄서로 활동할 때 자기가 많이 그래봐서 안다며 바로 파스를 뿌려주고 붕대까지 감아주는 모습에 마음이 갔다. 뭔가 든든하고 더 멋있어 보였다.


유닛의 데뷔 순위권에  준영오빠는 UNB데뷔하게 되었고, 감각Only one 두 타이틀 곡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BLACK HEART 활동도 좋아했는데, 준영오빠가 연기를 병행하느라 바빠서 무대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게 조금 아쉬웠다.


다시 쓰는 차트쇼 - 지금 1위는? 프로그램이 설특집 파일럿으로 나온다고 기사가 떴을 때, 방청하러 가게 됐다. 기사로 누가 나오는지 찾아보고 간 거라 알고 있었다. 알고 간 거였는데도 떨렸다. 객석이 생각보다 무대와 가까워서 잘 보였다. 분명 사람들이 많았는데 준영오빠만 보여서 눈을 애써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준영오빠가 러블리즈 케이언니랑 듀엣곡을 부르는데 고막에, 망막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행복이 가득해진 나는 좀 더 무대에 빠져서 보게 됐다. 문제는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였다. 출연진들이 하나둘 대기실을 향해 돌아가고 있어서 아쉬웠던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건지 준영오빠가 다시 스튜디오에 나와서 마이크를 반납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준영오빠가 다시 들어갈 거고, 그럼 못 볼 텐데 어떻게 하면 좋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속을 태우다가 다급해진 나머지 모든 용기를 쏟아내 버리고 말았다. "준영오빠!!!!" 사실 오빠가 돌아봐주길 바라긴 했지만, 진짜로 돌아봐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준영오빠가 그 부름을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객석의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무슨 말이라도 했어야 됐는데, 준영오빠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고장이 나버린 나는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이 잠깐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멈춰있던 내가 움직이게 된 것도 준영오빠였다. 준영오빠가 새해 인사를 했고, 인사가 끝난 뒤,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돌아갔다. 그러고 나니까 괜히 후회됐다. 내가 바쁜 준영오빠를 붙잡아서 피해 주고, 불쾌하게 한 건 아닐까, 쉬어야 되는데 내가 붙잡아서 방해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기억할  같지는 않지만, 불러놓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굳어버린 내 모습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그 기억을 펼쳐보곤 한다. 점점 희미해지긴 해도 눈이 마주치는 그 상황만은 여전히 그때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스터 기간제에서 유범준 역으로 출연했다. 아빠한테 맞고 깨지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다가도 모든 걸 다 알면서 모른 척, 감추려 하는 모습이 나오면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모든 걸 뒤에서 다 조종하고 있는, 최종 보스이자 빌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느낌을 기점으로 마지막은 보지 않았다. 빌런의 끝은 늘 좋지 않았으니까. 만약 죽기라도 하면, 그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드라마, 그러니까 그게 다 거짓이고 연기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볼 수가 없었다. 보고 나면 울 게 불 보듯 뻔하다.


준영오빠의 솔로 앨범 GALLERY가 발매되었고, 솔로 가수 이준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 앨범 커버는 직접 그린 그림이고, 총 세 곡이 수록되었다. 타이틀곡 궁금해, MIRROR, TELL.  궁금해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 뮤직비디오에 나온 장소가 너무 가고 싶었는데, 나중이 되어서야 다녀오게 되었다.

서울책보고, 직접 찍은 사진

직접 가서 보니까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이 생각나서 신기하고 재밌었다. 궁금해를 잠깐 들으며 곳곳을 돌아다녔고,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을 골라 구매했다. 즐거운 덕질 투어였다. 궁금해의 신나는 멜로디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온도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TELL은 선공개로 먼저 나왔었는데, 이렇게 먼저 들어도 되나? 싶을 만큼 노래가 좋아서 열심히 들었다. 최근에도 찾아서 듣는 중이다. 술기운을 빌려서 고백하기 딱 좋은 그런 새벽의 감성이라 간질거리기도 하고, 왠지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노래로 듣는 같은 느낌이어좋았다.


굿캐스팅은 정말 캐스팅이 좋았던 게 한순간도 재밌지 않은 적이 없었다. 준영오빠가 맡았던 역할은 모델 출신으로 드라마가 초대박 나며 스타덤에 오른 강우원이다. 까칠하고 성격이 더럽지만, 은근히 웃기는 캐릭터여서 마냥 밉지만은 않았고, 좀 귀엽기도 했다.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에서 맡은 정국희는 여러모로 궁금한 캐릭터였다. 어떤 부분에서는 의미심장하고 알 수 없어서 신비하다 싶고, 소방관으로 일하며 만나고 보는 사람들한테는 꽤나 다정하고 친절해서 그런지 봐도 봐도 궁금하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좋아한 웹툰, 이미테이션의 최애 캐릭터인 권력. 드라마로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하고 봤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권력을 준영오빠가 연기한다니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좋았다. 왠지 잘 살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괜찮았다. 아마도 최애 캐릭터를 최애 배우가 연기해서 그런 거겠지만 말이다. 권력은 아이돌 그룹 SHAX의 비주얼 센터로 까칠하지만 츤데레인 캐릭터다. 사실 샥스의 노래가 너무 궁금했는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무대와 노래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너무 잘 어울려서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았다. MALO, AMEN 둘 다 샥스랑 잘 어울렸다. 강렬하고 거센 느낌이 웹툰 속 샥스와도 이미지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서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D.P를 볼까 말까 했는데, 준영오빠가 나온대서 그 회차만 보게 되었다. 경험해 보지 않은 거라 신기하기도 하고, 겪은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다. 준영오빠로 인해 처음 보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자의로 빠져들었다.


너의 밤이 되어줄게. 수면보행증(몽유병)으로 고통받는 중인 밴드 루나의 리더이자 메인보컬, 프로듀서 윤태인 루나에 없어서는 안 될 심볼 같은 존재다. 이때, 루나까지 좋아하게 된 나는 드라마가 끝나고 드라마 측에서 발매해 준 앨범을 사게 됐다.

밴드 루나의 앨범 MOONLIGHT 사진

이 앨범에 총 여섯 곡이 수록되어 있다. 1번 트랙 Beautiful Breakup, 2번 트랙 Love Paranoia, 3번 트랙 너의 밤이 되어줄게, 4번 트랙 Love one day(태인 solo), 5번 트랙 Rock & Roll Tonight, 스페셜 트랙 Midnight Fantasy. 진짜 아이돌들 못지않게 노래 퀄리티가 좋아서 너무 행복했다.


나중에는 내가 준영오빠와 윤태인 모두를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만큼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너의 밤이 되어줄게를 돌려보고 대사와 장면까지 외워봤다.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기억한다. 루나의 신곡인 Midnight Fantasy가 첫 공개될 때, 팬들이 노래가 너무 어둡고 딥하다며 저마다 실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면과 논란 생겼다고 선배인 윤태인에게 어느 이름 모를 후배가 건방을 떨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장면에서 윤태인이 하던 대사들이 정말 시원했다. 다른 작곡가한테 노래 맡기라고 혼자 다 하려 하다가 훅 가서 타격이 너무 세다며 비꼬는 후배의 말에 "그런 얘기를 가사 두 마디도 기억 못 하는 애한테 듣고 싶진 않은데?", 그 후배가 발끈하자 "노래를 못 하면 연습을 하든가. 내가 너였으면 어디 가서 가수라고 말 못 할 것 같은데. 쪽팔려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시원하고 멋있는 대사다.


스트릿 패션 브랜드인 RDVZ와 준영오빠의 콜라보를 보자마자 하나는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고른 건 모자였다.

RDVZ X 이준영 콜라보로 나온 모자

사실 Perfectly Imperfect를 보자마자 Declan J Donovan의 Perfectly Imperfect라는 노래가 떠올랐고, 찾아보니 준영오빠도 이 노래를 알고 있었으며, 그걸 문구로 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노래 취향까지 잘 맞아서 더 좋아하게 됐다.

RDVZ X 이준영 콜라보 사진 중 하나를 보고 직접 따라 그린 일러스트

이 일러스트도 RDVZ 콜라보할 때 올라온 사진을 보고 음영까지 따라서 그려봤다. 그림자만 빼면 참 좋은데. 그림자가 너무 아쉬웠다. 이 일러스트 속의 모자가 바로 내가 산 모자와 같은 제품이다.


복면가왕 356회에 출연한 준영오빠.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준영오빠가 음주 운전한 차량을 끝까지 따라가서 경찰에 인도한 일화를 들었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다시 듣고 봐도 더 좋아질 뿐이다. 정말 멋있으니까.


일당백집사는 많은 생각을 하며 봤던 드라마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도 그렇지만,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서 소중하고 좋았다. 김집사는 생활 심부름 서비스 센터 일당백의 직원이자 의사였다. 야무지게 일도 잘하고 잘생기기까지 하니 어머니들이 사랑해 주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스크걸모럴센스는 이미테이션과 마찬가지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다. 아직 보진  했고, 나중에 볼 생각이다.


오는 10월 25일에 개봉을 앞둔 용감한 시민. 개봉하면 보러 갈 예정이다. 이번에도 악역인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다. 좋으면 된 거지.


이번 일기는 제목을 정하는 것도, 처음과 끝맺음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내가 찾은 좋은데 어렵다의 의미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너무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걸 표현해 내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좋아한다라는 말로는 좋아하는 마음이 다 표현되지 않고 부족하게 느껴져서 더 그러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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