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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Oct 06. 2023

29화 - 나의 흑역사 덕질노트

흑역사는 사전적인 의미로 없었던 일로 치거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를 말한다. 덕질에서 흑역사와 같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은 모르겠다.


스물아홉 번째 일기의 주인공은 배우 동하(본명 : 김형규).

출처 : 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동하


처음 알게 된 건 기분 좋은 날이라는 드라마였다. 2014년, 빅스라는 아이돌 그룹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지금은 탈퇴해서 멤버가 아니게 됐지만 그때 당시에 멤버였던 홍빈이 이 드라마에 출연했었다. 이 드라마를 봤던 그날, 서인우라는 캐릭터를 보고 만화 캐릭터 같아서 생각보다 괜찮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빅스 콘서트 때면 응원차 와서 보고 가고, 친목을 다지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이름을 외워두고 있었다. 이때는 본명으로 활동할 때라 김형규라는 이름 세 글자를 외워둔 채, 나중에 다른 드라마에서 보게 되면 응원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드라마 김 과장 때였다. 재벌 2세지만 어딘지 모르게 좀 모자란 구석이 있는 박명석 역할이었는데, 생각보다 캐릭터와 잘 어울려서 재밌게 봤었다.


그 이후로 주의 깊게 보던 내 눈에 들어온 건, 수상한 파트너 때였다. 속내를 알 수 없어 더 미스터리 한 캐릭터인 정현수 역할을 맡았는데, 이때 촬영하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었다.


학교에서 동아리 체험활동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친구들과 함께 지나가던 길이었다. 촬영용의 레일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봤고, 드라마라도 찍나 싶어서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드라마 촬영인지, 누가 오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걸 들었다. 수상한 파트너라고 지창욱 배우와 남지현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라고 설명을 해주는 감독님의 말을 들은 뒤로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지창욱 배우를 기대했던 거 같지만, 나는 동하 배우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세팅이 다 된 뒤, 시간이 좀 지나자 동하 배우가 차에서 내렸고 연기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장면이 아니어서 그런지 금방 끝났지만, 표정은 꽤 복잡해 보였고 회상하는 씬으로 삽입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로 봤을 때도 회상하는 씬이었고, 꽤 중요해 보였다. 차로 가는 내내 표정은 계속 무게가 잡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까지 연기했으니까 몰입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옛날에 나온 영화에 이름이 본명으로 떠있는 걸 발견했다. 히어로라는 영화인데, 흡혈귀로 변한 주인공 심단이 악의 세력과 대립해 사람들을 구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2010년도에 나온 영화라 많이 허접하고 이상하게 보이긴 했다. 어색해 보이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생각 없이 보면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오빠가 힐끔 보더니 이상한 거 본다면서 엄마한테 얘기했었는데, 해명도 안 했다. 해명하는 게 더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내가 봐도 좀 그렇다고 느껴졌을 정도니까.


그 뒤에 다시 보게 된 건 오! 삼광빌라! 의 장준아 역할을 맡았을 때다. 볼 생각이 없었는데, 엄마가 보는 드라마여서 같이 보기 시작했다가 동하 배우가 나오는 걸 보고 계속 보게 됐다. 재밌게 잘 보고 이제 이어진다 싶었는데, 일이 터지고 말았다. 드라마에서 커플이 되기 위해 겪어야 될 고난이었더라면, 이것보다는 덜 힘들었을 거 같다. 드라마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중이 큰 배우의 논란은 치명적인 피해가 된다.


처음에는 사실무근,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겠다는 기사가 떴었다. 소속사도 배우 본인과 동창들의 확인 결과 그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도 동창이었다는 누군가가 동하 배우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볼 수가 없게 됐다.


흑역사라 칭하고 오답노트를 적기에는 뭔가 확실하지가 않아서 아직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사실무근이고, 친구들을 때린 적 없다."라고 하는 걸 보면, 믿고 싶기도 하다.


직접 들어볼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이렇게 덕질일기를 쓰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런 흔들림도 어쩌면 미래의 흑역사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 안 썼으니까 흑역사도 좀 더 유예되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좋아한 사람이라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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