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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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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Oct 20. 2023

33화 - 엄마랑 같이 보다가 시작된 덕질

내가 본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엄마를 따라서 봤던 것뿐이었다. 그 드라마 하나를 시작으로 한 사람을 계속 보게 된 지도 어느덧 18년이 되어버렸다.

 

출처 : 매니지먼트 숲 공식사이트, 서현진

그 주인공이 바로 서현진 배우님.


하지원 배우가 주연이던 황진이, 본 기억은 있는데 누가 나왔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7살의 꼬마가 보기에는 내용도 뭔지 모르고 엄마가 보니까 따라서 봤을 게 분명했다.


짝패도 엄마가 봐서 따라 봤던 건데, 이때부터 서현진 배우님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다.


신들의 만찬, 마의, 오자룡이 간다 모두 엄마가 좋아하셨던 드라마로 나도 옆에서 재밌게 봤었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누가 나왔는지는 기억하고 있다.


불의 여신 정이제왕의 딸, 수백향도 언뜻 봤던 기억은 나지만 엄마가 보셨던 건 확실하다.


삼총사는 당시에 씨엔블루를 좋아하던 내가 챙겨봤던 드라마였는데 꽤나 재밌었다.


식샤를 합시다 2는 보면 자꾸 먹고 싶어 진다고 그러더니 결국 보고 있었다. 너무 맛있게 잘 먹는 구대영 덕분에 볼 때마다 배가 고팠다. 현진언니는 수지라는 이름이랑 잘 어울렸다. 그냥 너무 수지 같았다.


싸우자 귀신아도 봤었는데, 2PM 팬이었던 내가 무섭다고 이불을 껴안으면서도 어떻게든 택연오빠를 보려고 애썼던 게 생각난다.


낭만닥터 김사부 때부터 다른 사람이 아닌 현진언니만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봐서 따라 본 것도 아니었다.


현진언니만을 인지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사랑의 온도는 당연히 현진언니를 보려고 본방송에 재방송까지 챙겨봤다. 드라마 작가 지망생에서 드라마 작가 밑에서 일하는 어시스트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 키워준 드라마였고, 입덕의 문이 슬슬 열리기 시작할 때였다.


입덕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 한세계가 내 덕질의 세계를 넓혀버리고 만 것이다. 시원하게 톡 쏘는 탄산수 같다가도, 어딘가로 숨어버리는 모습이 고양이 같기도 했다. 너무 멋있는 언니, 멋진 선배 같은 면모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할아버지로 변하고, 외국인으로 변해도 한세계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기에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고 좋아하게 된 첫 경험이었다. 그래서 더 의미 있고, 배운 것도 많았다. 이런 작품을 하게 된 현진언니가 더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블랙독을 보면서 선생님들의 고충과 학교에 대해 생각해 봤었다. 30명 내외의 아이들을 돌보고 챙겨야 하는데, 그 안에서 일이 생기면 또 선생님이 책임지고 해결까지 해줘야 한다. 1년에 4번은 시험이 있어서 시험 문제 내야 되는 것도 일이고, 애들 생활기록부에, 담당 과목으로 인해 여러 반을 돌아다니며 수업해야 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그중에는 선생님이 감당 못할 아이들도 있고, 양도 벅차서 체력적으로도 힘드셨을 텐데 늘 아무렇지 않게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선생님 역할도 잘 어울렸던 현진언니, 덕분에 배우는 것도, 깨닫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너는 나의 봄도 기대하고 재밌게 봤었는데, 다시 보고 나니 더 재밌었던 작품이다. 명장면에, 명대사까지 많아서 여러모로 필사하고 싶어진 드라마였고, 현진언니는 더 귀엽고 예뻤다. 더 좋았던 건 티키타카가 너무 잘 된다는 거였다. "넌 내가 3살 때, 이미 꿈을 박살 낸 거야.", "태어나 보니 이미 꿈이 박살 나 있었다고." 하는 두 남매의 모습이 진심 같고 재밌었다.


영화 카시오페아는 볼 때마다 울었다. 알츠하이머, 가족을 잊고 결국 내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병.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받은 검사 결과가 알츠하이머라면, 모든 게 조각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냥 내가 우는 건 영화 시나리오도 있겠지만, 현진언니가 연기를 실감 나게 잘해서 그러는 것이다. 울 걸 알면서도 현진언니 보겠다고 휴지를 꽉 붙잡고서 계속 봤다.


왜 오수재인가는 떠나보내기 싫어서 끝까지 다 못 봤는데, 현진언니의 독설과 시원한 딕션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에,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엄마가 옆에서 왜 보고 있냐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멋진 오수재만 바라봤다. 누가 보면 오수재가 지독하다고 하겠지만, 그런 것조차 멋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더 이상 나를 얕보고 끌어내릴 수 없게끔 열심히 노력하고 단련한 결과라서 더 멋있어 보였다.


왜 오수재인가? 오수재를 누구도 대체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일 잘하고 멋있는데 예쁘고 똑똑하고 승부욕까지 있는 이 언니를 누가 대신할 수 있을 리 없어서 오수재가 왜 오수재인지 보여줄 생각으로 지은 제목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덕후면서 엄마가 본 드라마로 인해 현진언니를 알고, 현진언니가 나온다! 하면 꼭 챙겨보는 팬이 되어버렸다. 좀만 더 일찍 태어났으면, 언니의 밀크 시절도 눈에 담을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못 본 게 좀 아쉽지만 앞으로도 언니를 쭉 눈에 담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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