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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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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Oct 24. 2023

34화 - 자꾸만 눈길이 가서

그 사람이 튀는 걸까? 아니면 내 눈이 그 사람만 담기를 원하는 걸까? 이상하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다희.


출처 :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배우 이다희


처음 눈길이 갔던 날은 단발에, 검사복을 입던 모습이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의 서도연 검사가 자꾸만 눈에 띄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눈이 다희언니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쩐지 계속 눈에 담고 싶었던 것도 같다.


그렇게 계속 눈에 담다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드라마가 끝난 이후로 다시 담지 않아서 그대로 입덕도 못한 채 끝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5년이 지나고 다시 눈에 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드라마를 보던 어느 날이었다.


현진언니를 보기 위해 틀었던 드라마인 뷰티 인사이드. 이상하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서도연 검사 역할을 했던 배우 분과 동일인물이라는 걸 알아채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언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검사 언니!"


그렇게 눈길이 갔던 사람에게 또다시 눈길이 가게 되었고, 그저 바라만 봤다. 현진언니랑 같은 장면에 나오게 되는 날이면, 심장이 3분의 1, 4분의 1 박자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진언니 때문인지 아니면 다희언니 때문에 그러는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두 사람 다인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건 현진언니 때문일 거라 생각하며, 넘어가게 되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라는 제목이 신기하고 재밌어 보여서 보기 시작했던 드라마였는데, 또 심장이 드럼처럼 박자를 쪼개기 시작했다. 물론 앞부분에 이동욱 배우님이 특별출연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얼굴도 솔깃하긴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털털하다 못해 멋있고, 또 귀엽기까지 한데 더 멋있는 차현 때문이었다. 아니, 그 역할을 연기하는 다희언니 때문이 더 컸을 것이다. 결국 또 다희언니에게 눈이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인정했다, 내가 입덕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그동안은 입덕 부정 때문이었다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입덕을 제대로 하고 난 뒤, 서바이벌 프로그램 진행까지 맡은 다희언니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좋아하는 아이돌이 없어서 안 보려 했던 퀸덤에, 그것보다 더 관심 없던 로드 투 킹덤까지 연달아 보기 시작했고 끝까지 다 시청했다.


웹툰으로 먼저 보고 나서 한 번 봐야 되나 싶었던 드라마였는데, 웹툰이 생각보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안 보려 한 게 바로 루카 : 더 비기닝이었다. 누가 나오는지 보지도 않고서 '첫 회만 보고 더 볼지 말지 결정해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1시간이 다 지나가버렸다.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한 사람이 계속 눈에 아른거리듯이 보였다. 더 안 볼 생각이었는데, 자꾸자꾸 눈에 띄는 다희언니로 인해 끝날 때까지 조용히 보기만 했다. 형사 역할도 잘 어울리는 다희언니의 얼굴만 봤다.


다희언니가 나온다는 소식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 나는 평소라면 안 보고 넘겼을 드라마를 다시 보기로 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취향도 잘 맞는 것 같고, 어쩐지 다희언니가 진행했던 솔로지옥 같기도 한 게 재밌었다.


얼어 죽을 연애 따위, 제목만 봤을 때는 "저랬다가 다시 연애하고 그러겠지!"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연애와 결혼보다 혼자 사는 게 좋고, 누구를 만나는 게 두려운 시대이기도 해서 더더욱 연애를 권장하고자 그런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 같았다.


다희언니의 구여름 PD는 사람들을 챙기고, 출연자들을 장기말이나 도구가 아닌 한 사람으로 대하고 지킬 건 지켜주자는 그런 마음이 눈에 띄는 사람이자 캐릭터였다.


출연자의 과거 얘기 중, 사촌 오빠에게 당했다는 부분을 방송에 못 내보내게 하려고 메인이자 총괄인 PD에게 말을 해보고, 그 PD가 원하는 그림까지 만들어내는 부분과 조울증을 앓고 있던 한 출연자가 와인을 마시고 테라스 난간 쪽에 위태롭게 앉아있는 모습을 본 뒤, 바로 뛰어올라가서 어떻게든 설득시켜 내려오게 하려는 부분까지 너무 멋있어 보였다.


내가 바라던 이상향이자, 되고 싶은 모습이어서 더 눈이 갔던 거였다. 원래도 눈이 갔던 사람인데, 한 사람만 모든 색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무섭고 징그러운 건 질색인데,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본 드라마였다. 물론 성준오빠 덕분인 것도 있었지만, 아일랜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이 다희언니였던 터라 눈이 더 갈 수밖에 없었다.


웹툰도 징그러웠는데, 드라마는 CG에 분장까지 리얼해져서 괜찮을 리가 없었다. 잔혹하고 보기 힘든 광경에도 언니가 나오는 장면 하나를 놓치기라도 할까 봐 계속 눈을 뜬 채로 바라봤다.


그런 장면들은 아무리 봐도 무뎌지거나 익숙해지지 않았다. 근데 그런 게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다희언니를 보고 있는 나였다.


2013년의 다희언니를 바라보던 나는, 2023년에도 다희언니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결같이 바라볼 수 있는지가 신기하고 의아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좋아해 왔으면서도 변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나도 알고 싶다.


자꾸만 다희언니에게 눈이 갔던 건, 언니가 예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결국 그 모든 게 그 사람을 향한 관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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