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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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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Oct 27. 2023

35화 - 덕질에 국경은 없다

사랑에 나이는 숫자, 국경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던 말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문화와 언어까지 어떻게 다 공부하고 알아둘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내가, 중국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중국 배우 양양.


심심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VOD와 OTT까지 다 둘러보던 와중에 발견한 드라마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미미일소흔경성,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우면 제목이 저러지?' 하고 호기심이 발동됐다.


여주인공인 베이웨이웨이 역의 배우가 예쁘긴 했다. 왠지 대학교 캠퍼스 로맨스의 느낌이 들어서 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재밌었다.


현실과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판타지 무협 게임을 같이 보여주는데, 생각보다 신선했고,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된 배우들도 그 캐릭터와 큰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는 것까지 한 몫했다.


특히나 뭐든 다 잘하는 샤오나이가 멋있어 보였고, 보는 내내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이 드라마로 입덕한 게 확실했다.


그렇게 양양이 나온 드라마를 찾다가 도묘필기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툼스레이더와 인디아나 존스, 미이라 같은 영화가 떠올라서 비슷한 내용 같긴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양양은 많이 나오지도 않고, 과묵한 캐릭터여서 대사가 많지 않았기에 목소리를 듣는 게 꽤 힘들었다.


영화 삼생삼세 십리도화를 우연히 TV로 보게 되었고, 채널을 돌릴까봐 리모컨까지 사수했다.


내용도 잘 모르겠고,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미호족인 여주가 사는 청구라는 곳이 우리나라를 중국이 지칭하던 옛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를 하나 더 보게 된 건 양양의 팬 블로그를 구독하고 나서였다. 프로게이머들의 세계가 그려진 드라마인 전직고수를 리뷰하고 올려준 분 덕에 어디서 볼 수 있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팬 블로그를 구독한 이후로 새로운 경험도 해봤다. 9월 9일이 생일인데, 그 날짜가 가까워지면 기부를 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배우에게 전달하기 위한 팬북을 만들었다.


기부했을 때 받은 굿즈 중, 스티커 1
기부했을 때 받은 굿즈 중, 스티커 2
기부했을 때 받은 굿즈, 엽서
기부했을 때 받은 굿즈, 책갈피
기부했을 때 받은 굿즈, 핀버튼


내가 기부하려던 건, 덕질도 덕질이었지만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에 기부한다는 말에 더 마음이 움직여서였다.


멀어서 가지는 못 해도 독립을 위해 애쓰신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었다.


또, 해외 직구를 하게 되었는데, 중국에서 오는 거라 그런지 한 달 정도가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걸 받겠다고 한 달이나 기다렸다니, 좀 자괴감이 들었다. 이걸 '현실 자각 타임'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현타라고들 부른다. 그래도 예쁘긴 했다.


팬 블로그의 추천으로 보게 된 전직고수가 재밌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보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그 이후로 탈덕 상태다.


한창 홍콩 경찰을 옹호하는 글과 시민들을 응원하는 글과 기사로 떠들썩하던 그 시기에 홍콩 경찰을 두둔하는 글을 올린 걸 보고 그만뒀다.


덕질과 사랑에 국경은 없지만, 너무도 다른 신념과 문화를 달리 보는 시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절대로 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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