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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Nov 17. 2023

39화 - 어쩌다 마음에 굴러오다

도토리처럼 마음에 데구르르 굴러오더니 박힌 돌까지 빼내려 하는 존재가 나타난 적이 있었다.


출처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재욱


그 존재는 이재욱 배우님.


어쩌다 발견한 하루라는 드라마를 볼 때였다. 백경이 그렇게 신경 쓰이는 캐릭터가 될 줄은 몰랐다.

단오 한정으로 조금은 따뜻하고 다정해지는 약혼자까지는 입덕 안 한 채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의 성장 배경이다. 성격이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고 난 뒤에야 울면서 앓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백경에게 입덕한 나는 그 역할의 본체 배우에게까지 입덕하고 말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보는 내내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았다.

게임에서 죽게 되면, 그 사람이 그 게임 속 NPC이자 몬스터로 남아 여러 번 죽게 되는 모습이 슬프고 안타까우면서도 몰입도가 굉장했다. 현실 속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의 버그 같은 일인데, 너무 설레였다.

영상미나 배경 속 풍경들이 장관이고, 게임 캐릭터처럼 싸우는 배우들의 모습은 더 대단했기 때문이다.

근데, 입덕하고 나서야 마르꼬가 재욱 오빠라는 걸 알게 됐다. 게임의 몬스터처럼 쫓아올 때는 너무 무서웠는데, 그만큼 긴장돼서 좋았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다희 언니 본다고 봤던 드라마였는데 재욱 오빠에게 입덕하고 나서 다시 보고, 또 다시 봤다.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무명 배우였지만, 차현을 만나고 변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극 중에서 배우 현빈님 소속사로 들어갔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게 실화인 걸 알고 보니, 설지환에게서 재욱 오빠가 느껴졌다.

완전한 자기 모습은 아니었겠지만, 자신을 투영하면서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이라니 백경에 이어 지환이까지 소중해졌다.


전 소속사에서 재욱 오빠의 생일을 앞두고, 주접 편지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보통의 주접과는 다르게 쓰겠다고 적은 거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내용은 자주 쓰는 주접을 쓰는 게 나았겠다 싶을 만큼 와닿지는 않았다.

0.1~0.2초 정도 내가 쓴 편지글을 읽는 음성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그 음성만으로도 감지덕지에, 날아갈 듯이 기뻤는데, 며칠이 지난 뒤부터 주접을 다시 공부했을 만큼 후회가 막심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잔잔하게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드라마 같았다.

그중에서도 장우 캐릭터는 본체와 성격이 거의 비슷해 보였다. 말과 사람이 많고, 주변을 잘 챙기는 모습들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느꼈다.

장우는 유니콘이라고 불렸는데, 유니콘 만큼이나 귀하고 보기 드문 사람이어서 그런 별명을 얻은 것 같다.


도도솔솔라라솔은 반짝반짝 작은 별의 동요에서 가져온 계이름인데,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기에 모두가 빛을 내고 있음을 얘기하는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보게 된 드라마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면서 스릴러도 있고, 감동도 있고, 반전도 담긴 복합적인 내용들 덕분에 재밌게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선우준이라는 캐릭터가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 너무 궁금했고,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감쪽 같을 수 있지?'라는 생각은 얼마 안 가 '그럴만도 하지'로 끝이 났다.

 

박힌 돌이 너무 깊게 박혀 있었던 탓인지 빼내지 못한 채 저 멀리 굴러 가버리면서 덕질은 끝이 나버렸다.


언제 또 다시 마음으로 굴러올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예능으로도 자주 보고 싶다는 것 하나만은 여전히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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