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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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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Dec 08. 2023

46화 - 처음으로 용기낸 덕질

지금까지 해온 덕질이라고 하면,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고, 무대를 보고 집에서 혼자 좋아하면서 앓는 그런 정도였다.


선물을 하고 싶어도 늘 보내려다 포기하고 혼자 간직한 채 만들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곤 했다.


처음으로 보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 46번째 주인공은 박연우 배우님.

출처 : 매니지먼트 숲, 배우 박연우


다희언니가 나온 드라마 얼어죽을 연애따위를 보다가 연우 배우님을 처음 보게 됐다. 극 초반과 달라진 모습이 마음에 와닿아서 그때부터 존장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게 됐고, 배우님까지 더불어 좋아하게 됐다.


이 드라마를 얼마나 좋아했냐면, 봤던 걸 다시 보고 또 보고, 또 다시 볼 만큼 좋아했다. 끝까지 다 본 건, 5~6번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본 이유는 존장을 좀 더 파헤치기 위해서였다. 존장이 어떤 부분에서 빠졌을까, 어디서 어떻게 티가 나고, 드라마에는 어떤 힌트가 숨겨져 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봤었다.


그러고 나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고, 경찰 제복을 입은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여주가 짝사랑을 할만한 멋진 선배님의 정석인 모습에 한 번 더 좋아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건, 축제 때 여장을 하고 무대 위에서 EXID의 위아래 춤을 추던 모습이다. 생각보다 잘 추고, 예쁜데 웃긴 그런 상황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 해 우리는도 보다 말다 했었는데, 연우 배우님이 나오는 걸 알고 난 이후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들의 서사에 빠져 있다가도 배우님이 나오면 바로 서사에서 빠져 나와서 배우님을 앓기 일쑤였다.


배우님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위에 올린 사진을 보며 배우님의 얼굴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우님에게 드린 첫 선물


이 그림을 어떻게 드려야 될 지 고민하다가 프린트를 해서 파일홀더에 꽂아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게 됐다.


엄청난 용기를 냈다는 것에 고생했다고 나 자신을 토닥이며, 이대로 인증글이 오지 않더라도 받기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인스타에 들어갔다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부풀기 시작하더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출처 @yvvoopark, 연우 배우님 인스타


이 사진과 함께 글이 올라온 걸 보고, 얼어버리게 된 나는 답을 보내야겠다 생각하다가 용기를 내어 보낸 한 마디가 "감사합니다."였다.


생각 회로가 멈춰버리면, 자동으로 감사합니다가 나오는 것 같다.


몇 달 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사랑에 빠진 사람 마냥 웃으며 돌아다닌 탓에 사람들이 볼 때마다 "무슨 좋은 일 있어?", "그렇게 웃으니까 보기 좋다."라고 말해줄 정도였다.


그 이후로 배우님의 생일이 가까워졌을 때, 한 번 더 보냈었다.


처음에는 키링을 만들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사진으로 인화했다.


음악 재생 어플을 보며 그린 그림


너와 나의 경찰 수업 속의 주찬이를 그린 그림을 앨범 커버처럼 넣어봤다.


이 그림과 다른 그림도 같이 그려서 액자에 넣어 보냈던 것 같은데, 액자가 좀 아쉬웠다.


두 번째 용기에는 저 그림들만 있는 글이 올라왔고, 배우님이 직접 디엠까지 보내주셨다. 그 덕분에 이번에는 얼어붙기 보다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손까지 떨었었다.


진정이 된 후에 정신을 꼭 붙잡고 답장을 했는데, 답이 올 때마다 정신이 손에서 흐느적거리며 빠져나가려고 하는 탓에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으로 용기를 내본 덕질은 성공적이었다. 이번에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간 안에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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