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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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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an 05. 2024

50화 - 언제 봐도 참 여전해

10년이 넘어도 늘 여전한 관계들이 있다. 가족을 제외하고 나면, 가족 같은 친구가 있고, 직장을 그만둬도 자주 보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들이 있지만, 덕질에도 여전한 사람들이 있다.


빅스의 리더인 , 배우 차학연

배우 차학연, 빅스 엔 / 출처 : 인스타그램 @achahakyeon

빅스의 리더로도 변함없이 생일마다 멤버들과 사진을 찍고, 별빛들에게 축하한다며 글을 올려주는 다정한 사람이다.


지금은 다른 소속사에서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언젠가 빅스로 돌아와 같이 활동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나도, 빅스도, 리더인 학연오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멤버들과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뿐.


드라마는 웹드라마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어엿한 배우가 되었다.


제일 놀라웠던 연기는 붉은 달 푸른 해에서의 연기였다. 아이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은호가 밝고 행복해 보였지만, 평소에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모습이라 복수같은 건 뭔지 모르는 그런 순수한 존재인 줄만 알았다. 은호가 그동안 속으로 참고만 있었던 모든 분노를 퍼부으며 복수를 할 때는 내가 알던 학연오빠보다 은호 자체로만 보였을 만큼 빛이 났었다. 지금도 생각하는 것 자체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얼마 전, KBS 연기대상에서 KBS 드라마 스페셜 부문의 시상자로 나오던 모습을 보고 또 떠올린 게 있었다.


KBS가 아닌 tvN의 단편 드라마였지만, 그 얼굴에서 그런 감정들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거라 더 강렬하게 남았던 게 있다.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 - 더 페어라는 작품인데, 이 안에서 유료 라이브 방송으로 살인의 과정을 보여주며 퀴즈를 내는 그런 범죄자 역할이었다. 직접 죽이면서 가짜인 척 왜 죽였는지, 무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퀴즈를 내는데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것도 충격이었지만, VCP라는 프로그램으로 피해자가 받은 만큼의 고통을 느끼면서 변해가는 모습도 놀라웠다. 그 두려움이 전해지는 것 같았고,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할 만큼 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본 건 그런 새로운 모습과 잘 해낸 모습이 멋있어서였다.


가장 잘 어울렸던 역할은 무인도의 디바강우학이다. 지금껏 봐온 모습들과 제일 가까웠기 때문이다. 목하가 곤경에 처할 때면, 다가와서 도와주는 모습이나 동생 보걸이한테 치대는 모습들이 차학연 본체랑 닮아 있어서 볼 때마다 반갑고 웃음이 났다. 짜증낼 때나 예민한 상태의 우학이는 차학연 그 자체였다. 뱁새가 짜증내는 것 같은 부분도 그렇고, 특유의 표정은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여서 좋았다. ㅇ슢ㅇ 하고 째려보는 게 있는데 흘깃 보거나 새침하게 보기도 해서 그게 더 재밌었다.


대사 중에 아이돌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이돌이 그런 대사를 하는 게 좀 놀라울 만큼 신선했다. 아이돌 나부랭이나 쫓아다니는 빠순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대사인 걸 알면서도 조금은 아픈 말이었다. 내가 그랬으니까.


또 생각나는 건 내일에서 특별출연 했을 때인데, 강아지와의 이별을 앞둔 주인 역할이었다. 예전에 동물들 근처에도 못 가고 무서워 하다가 자그마한 애기들을 보며 귀엽다고 껴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귀여운 사람이 귀여운 애기들 보고 귀여워 한다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큰 동물들을 봐도 많이 괜찮아하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전과 많이 달라진 부분들도 있었지만,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인 부분들도 존재했다.


덕질하는 나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지만, 좋아하는 건 여전한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마주 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마주치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학연오빠에게 "1n년 째, 오빠 팬이에요!" 하면서 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떠는 걸로 끝이 난다.


그런 생각의 결말을 보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이만큼 좋아했으면 팬과 아이돌보다는 친구에 더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앞으로도 이 덕질은 여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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