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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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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an 12. 2024

51화 - 내 덕질만큼 남의 덕질도 소중하다

오늘의 일기는 내 덕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덕질에 관한 내용이다.


작년 겨울 쯤부터 아는 언니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분이 생겼다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2~3주 전쯤 언니가 나에게 말했다.


"배우님이 뮤지컬 차기작에 들어가게 됐는데, 도시락 서포트를 해드리고 싶어!"


그 말에 나도 업체를 같이 찾아 보고, 도시락과 쇼핑백에 붙일 스티커의 도안을 그려줄 커미션 작가 분들을 컨택해 X(구 트위터)로 디엠을 나눴다.


언니가 마음에 안 들고,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하고, 액수가 생각보다 많이 비싼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스티커는 두 가지로 원형과 직사각형 모양인데, 대략적으로 이렇게 나올 거라며 예시를 들기 위해 어플로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콘셉트는 언니가 자주 부르는 '왕자님'이라는 애칭에 맞게 왕자님처럼 꾸며서 데코용 스티커만 얹고, 필요한 문구를 배치했다.


이걸 본 언니는 "나 이거 써도 돼? 마음에 들어!"라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제대로 만든 것도 아니고 예시를 들기 위해 대충 만든 건데 반응이 좋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러더니 "그러면 후감아, 쇼핑백에 붙일 용도로 쓸 건데 큰 직사각형으로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어?" 하며 나에게 의뢰를 맡겼다.


나는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며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배우 분들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들과 스태프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를 적은 스티커들을 모두 만들고 나니까 포토샵으로 더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자주 부르는 왕자님이라는 애칭을 이용해 도시락을 수라라고 적으면서 사극에서 쓰던 말투를 같이 써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재밌고, 문구에도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애정을 담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이 결과물들을 본 언니는 웃기 시작했다. 다 웃고 나서는 왕자님이라는 말에서 자기가 서포트를 한 게 들킬까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언니에게 한 마디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도무송 원형 스티커에서 왕자님이라고 왕관까지 씌운 거, 문구에도 통일감 있게 해주면 좋잖아~"


그랬더니 언니가 설득 당한 것 같았고, 약간은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이왕 하는 거 박제 당할텐데 더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언니는 마음에 들었는지 "후감아, 다음에 간식 서포트할 때 이 스티커들 써도 돼?" 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써도 되는데 간식이면 수라보다 다과가 나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언니는 그럼 나중에 필요할 때 수정해달라고 할테니까 그때 수라만 다과로 바꿔달라고 말했다.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언니의 서포트 스티커 도안 작업을 마쳤다.


제대로 한 건 아니어서 돈은 받지 않으려 했는데, 언니가 고맙다고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중에 만나면 맛있게 잘 얻어 먹을 생각이다.


내 덕질이 아니어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임하게 되는 건 나 또한 덕후여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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