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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an 21. 2024

아홉 번째 - 만화 속의 요리를 만들다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 속에서 사람들이 만드는 요리가 왠지 더 맛있게 보였던 적이 있다.


그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재료로 만든 요리가 정상적으로 보이는 거나 자주 보는 재료들로 만든 요리가 독극물이 된 결과물이 신기했다.


예전에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어서 만화를 보는 걸로 끝냈지만, 이제는 그 요리를 직접 하고, 먹으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졌다.


스파이 패밀리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느 날, 요리를 하기만 하면 맛 보자마자 사람들이 기절해버릴 만큼 요리 솜씨가 없는 요르가 추억의 토마토 스튜를 여러 차례 연습한 끝에 완성시킨 장면에서 "저 스튜 한 번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장 폰을 들어 눈에 보이는 재료들을 적기 시작했다.


홀토마토, 감자, 양파, 당근, 고기, 달걀, 소세지, 사워크림


이 재료들 외에 더 필요한 건 없는지 토마토 스튜 레시피들을 찾아보며 조금씩 추가했다.


사실 요리를 연습하는 건 나왔지만, 어떻게 만드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혼자 생각하며 만들어야 했다.


고기는 혹시라도 잡내가 날까봐 월계수 잎 두 장을 넣어줬고, 소세지와 계란은 팬에 구워줬다.


이 레시피는 스튜에 사워크림 한 스푼을 넣어서 섞어주고 그 위에다 계란 후라이와 문어 모양으로 된 소세지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사워크림으로 새콤한 맛이 더 살아나고, 부드러워진 스튜에 계란이 들어가서 더 담백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칫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튜의 맛을 비엔나 소세지가 짠맛을 더해주며 맛의 균형이 적절히 이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맛과 요리를 스파이 패밀리로 배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요르 덕분에 할 수 있는 요리가 더 늘게 되었다.


며칠 뒤, 재밌게 본 웹툰인 손맛으로 구제하는 망돌 인생이 떠오른 것이다.


주인공이 아이돌의 몸에 빙의를 하게 되는데, 빙의를 한 주인공이 현실의 백 선생님과 같은 사람이라 이 웹툰은 아이돌보다도 요리가 더 눈에 띄었다.


특히나 초반에 빙의하고 나서 끓여먹은 참치 김치찌개가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그림으로 봐도 진짜 심각하게 맛있어 보여서 언젠간 저 레시피 대로 만들어 봐야지 했는데 진짜로 만들게 됐다.


이 재료가 적힌 것만 보고 어떻게 만들면 되겠다는 걸 생각해냈다.


다시 웹툰을 보며 만들기에는 이 레시피의 회차가 기억나지 않아서 이것만 보고 만들어야 했다.


익은 김치를 썰어서 들기름 한 스푼을 넣고 볶다가 참치 기름과 참치, 고춧가루를 넣어 더 볶은 뒤에 물을 붓고 팔팔 끓이다가 두부를 넣고 마지막에 다진 마늘과 설탕을 넣어서 더 끓인 뒤에 김치가 부드러워졌을 때 불을 껐다. 중간중간 저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더 끓이던 중간에 찍은 사진


어째서 이름이 하루를 살아갈 힘이 나는 참치 김치찌개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소한 핑계를 대서라도 이 참치 김치찌개의 온기와 맛을 더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만든 참치 김치찌개는 처음이라 서툴고 투박하긴 했지만 맛있었다. 웹툰으로 본 걸 생각하며 내 마음 대로 한 것 치고는 결과가 괜찮았다.


다음에는 여기에 나온 샐러드와 몬테크리스토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정말 별 거 아닌데, 맛있어 보여서 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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