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덕질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후감 Jul 25. 2023

8화 -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덕질

인어공주는 목소리를 잃었고, 나는 좋아한다고 말할 용기를 잃었었다.

이번 덕질일기의 주인공은 비가 프로듀싱한 아이돌로 유명했던 엠블랙(MBLAQ)이다.


엠블랙(MBLAQ), 이준, 천둥, 승호, 지오, 미르


Oh yeah로 데뷔할 때부터 음악방송으로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좋아하기 시작한 건 G.O.O.D Luv 때부터였다. 햇살의 따스함과 반짝임을 머금은 미소를 사랑했다. 그 사랑은 이준오빠였다.


Y는 비의 색이 강렬하게 묻은 곡이었다. 그도 그럴 게 작사, 작곡 모두가 정지훈이었으니 당연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엠블랙이 잘 소화해 냈고, 멋있는 무대였다. One better day도 같은 앨범의 수록곡이었는데 Y가 끝나고 이 곡으로 활동했었다. 가사부터 가슴이 찡 울릴 정도로 좋았다. 듣고 운 적도 있었고, 청량하고 발랄한 게 여름과 잘 어울려서 울다가 진정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노래를 따라 불렀다.


Stay는 강렬하게 시작했던 노래인데 그에 비해 가사는 안쓰러웠다. 그러면서도 후렴구가 잊히지 않아 계속 따라 부르다가 안 부르는데도 귀벌레 현상 때문에 온종일 빠져있었다.


다시는 지금껏 엠블랙이 불러온 노래들이 섞여있는 느낌이었다. 섞여있는 것 같으면서도 다르게 들리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사실 학교에 엠블랙을 좋아하는 친구가 나 말고도 있었는데 말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아마 얘기했다면, 너 때문에 엠블랙 이름이 더러워진다고 얘기하자 말라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나리자는 빠르고 경쾌하게 흘러갔다가 다시 느리게 흘러가는 부분이 좋았다. 그 부분의 가사를 듣는 팬의 시점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그게 더 와닿았다. 모르겠어요는 이 앨범의 수록곡이자 모나리자의 후속곡으로 굉장히 밝고 귀여운 노래다. 특히나 미르오빠가 승호 형! 을 외치는 그 부분이 굉장히 재밌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매번 달라지지만 이번엔 미르오빠가 어떻게 할까? 궁금해하면서 봤었다. 보고 나면 웃기고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났다.


전쟁이야 엠블랙 하면 떠오르는 1번 곡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했다. 뮤직비디오 내용은 전쟁 그 자체였다. 극단적이었고, 이준오빠의 연기와 천둥오빠가 먹으려던 라면만 기억에 남았다. 무대에서 Goodbye 할 때면 심장이 한 번씩 땅으로 떨어지고 만다. 총 맞고 쓰러지는 게 진짜 같아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 모습이 멋있어서 그런 게 컸다. 이준오빠뿐만이 아니라 발음 하나 뭉개지지 않고 똑바로 내뱉는 미르오빠의 랩도 멋있었고, 지오오빠의 날카로운 고음이 곡과 잘 어울려서 좋았고, 승호오빠는 짧아진 머리의 스크래치와 목소리가 더 분위기를 잘 살려서 멋있었다. 천둥은 제일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그마저도 잘 소화해서 멋있었다.

이 앨범의 수록곡인 낙서는 타이틀곡만큼 좋아했던 곡이다. 멤버들의 목소리가 잘 묻어나기도 하고 기계음이 없어서 오롯이 노래에만,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노래라 좋아했다. 후속곡인 Run은 닌자 콘셉트의 노래였는데 군무가 화려했다. 간주에서 볼 수 있는 이준오빠의 검무가 정말 멋있었고, 잠깐이지만 한 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Smoky girl은 나중에서야 자이언티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걸 알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자이언티의 느낌이 나더라 하며 웃었었다. 이 노래에서 승호오빠와 이준오빠의 파트가 이어지는 부분을 좋아했다. 제일 담백하기도 하고, 승호오빠와 이준오빠의 느낌이 달라서 재밌었다. 웃는 모습도 좋았다. Sexy Beat는 이 앨범의 수록곡이고, 천둥오빠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노래로 엠블랙이 가진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남자답게는 정장 입은 모습이 깔끔하고 멋있었다.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안무도 그만큼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정장과 잘 어울렸고, 노래가 이전까지 보다 잔잔하긴 하지만 가사가 좋았다. 그리고 이 노래가 다섯 명이 같이 한 마지막이 되었다.


거울은 다섯에서 셋이 된 엠블랙의 노래다. 보면서 많이 슬프기도 했고, 가사도 그러했다.


이 이후로 노래는 더 나오지 않았고,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준오빠는 많은 드라마, 영화에 나왔지만 계속 생각나는 건 갑동이의 류태오와 불가살의 옥을태인 것 같다. 강렬한 역할들을 어떻게 그리도 잘 소화하고 소름 돋게 연기를 잘하는지 대단했다. 옥을태는 특히나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를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기에 빈틈 하나 없이 꽉 채워진 한 생명체가 된 것인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존경스러웠다. 그만큼 열정이 엄청나다는 뜻이니까. 이런 강렬한 역할 말고도 코믹, 로맨스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해온 걸 알고 있어서인지 계속 걸어갈 그 길들이 어떻게 채워질지가 기대된다.


천둥오빠는 솔로로 활동했었다. 그 이후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좋아했던 팀의 언니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는 말에 괜히 내 기분까지 좋았다. 힘들었던 만큼 더 좋고 행복한 날들이 계속 쌓였으면 좋겠다.


지오오빠는 아프리카 BJ 겸 유튜버를 하다가 결혼하고 잘 지내는 중인 것 같다. 요즘은 뭐 하고 지내는지 아는 게 없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바랄 뿐이다.


미르오빠는 방가네 식구들과 함께 유튜브 찍는 걸 보면 언제 봐도 참 유쾌하고 재밌다. 은아언니가 코 수술하고 난 뒤로 왕코 형님이라 부르는 미르오빠에게 내일이 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면서 재밌고 계속 구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승호오빠는 골프 치는 예능에서 본 이후로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뮤지컬에, 일본 공연도 다니면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리더라는 무게에 힘들었던 날들도 많았을 텐데 그동안 고마웠고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팀은 어느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내가 하던 덕질도 너구리가 씻어 먹은 솜사탕이 되어 녹아버렸지만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7화 -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