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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ul 28. 2023

9화 - 피어나는 웃음꽃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같이 웃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방금까지 하던 걱정이 무의미해질 만큼 편안해지는 그런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처음 봤을 때부터 웃게 된 주인공은 배우 윤시윤이다.


출처 : moa_ent 공식 인스타 계정, 배우 윤시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준혁 학생으로 데뷔한 시윤오빠를 처음 본 순간부터 웃음꽃이 피어났다. 하이킥이 재밌기도 했지만 귀여워서 더 웃었던 거 같다. 친구 세호에게 질투하고, "돼지꼬리 땡냥이 뭐냐? 유치하게" 그러더니 "용꼬~리 용용!" 하는 걸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장난쳤다가 반응 안 좋아서 삐지고, 나중에 목도리 받고 풀린 모습도 귀여웠다. 과외선생님인 정음에게 "야, 야" 거리고 만만하게 생각하더니 병간호에, 게임하다가 전화받고 나가기도 하고 그러는 모습이 신기했다. 까칠한 말과 달리 행동이 다정해서였다. 그런 모습에 더 좋아했다.


제빵왕 김탁구는 졸려하면서도 끝까지 보고 잤다. 빵을 좋아하는데 시윤오빠까지 있으니 졸려도 보고 싶은 마음에 늦게 잠들었다. 보다가 잠든 적도 있다. 빵 만드는 걸 보다가 눈 떠보니 아침이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꽤 많았다.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데 눈으로 가려가면서 보다가 못 참고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 그게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이었다. 시윤오빠가 나온다는 것과 고사 1을 봤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엄마 손을 잡고 같이 보러 갔었다. 이리저리 나타나는 귀신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봐도 무서웠고, 영화에 나오는 시윤오빠를 봐도 무서웠다. 좀 잔인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영화가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돼서 나왔다. 더는 보기가 힘들었다. 그 이후로 고사 2는 다시 본 적이 없었다. 그땐 하이킥에 나왔던 지연언니와 정음언니를 봐도 웃기긴커녕 무섭기만 했다. 엄마가 봐도 내가 곧 울어버릴 것처럼 느껴졌는지 결국 같이 영화관을 나와서 밥을 먹으러 갔다.


1박 2일 시즌 3에 나오는 걸 알게 된 뒤로 늘 매주 일요일만 기다렸다. 특히 금요일이 되면 기분이 지붕을 뚫고 갈 정도였다. 곧 주말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1박 2일을 떠올린 덕분이다. 배우 윤시윤이 아닌 윤동구의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윤시윤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어서 좋았다. 보면 볼수록 사람이 순수하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나도, 꽃! 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보다가 계속 웃음이 나오는 바람에 더 못 보겠다고 방에 들어갔었다. 그 이유는 하이킥의 절친이던 세호 역의 기광오빠가 이 드라마에 같이 나와서다. 시윤오빠랑 같이 나올 때면 하이킥이 생각나서 혼자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이웃집 꽃미남은 시윤오빠가 나온 드라마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다. 제목만 보면 되게 가벼운 로맨스 같고 오글거리는 느낌이 들지만 제대로 보고 나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가벼워 보이는 모습과 달리 진중한 건 드라마만 그런 게 아니라 시윤오빠가 연기한 캐릭터, 엔리케 금도 마찬가지다. 엉뚱하고 웃기려 하고 말 많은 모습이 가벼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진심이고 진지한 그를 사랑하게 되는 건 순식간이다. 사실 시윤오빠가 나와서 좋아한 것도 있지만 이 드라마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 흔한 악역이 없고 억지스러운 설정도 없다. 그냥 누군가의 이야기, 그래서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치유받을 수 있는 내용인 게 좋았다. 처음 봤을 땐 웃었었는데 갈수록 대사나 캐릭터들이 주는 울림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봤다. 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지 색 판타지 - 생동성 연애는 고시원에서 컵 밥 먹으며 공부하는 게 데이트였던 주인공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생동성 실험 알바를 지원한 이후로 얻게 된 좋은 부작용이 좋을 리가 없었다. 당장은 초능력을 얻어서 영웅이라도 된 기분에 취하겠지만 결국은 그게 부작용인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냥 판타지가 아닌 풍자 판타지다. 부작용을 앓는 날이 늘어나는 걸 볼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어서 제대로 웃지 못한 채로 봤었다.


최고의 한방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극 중의 J2라는 그룹으로 홍경민 님과 함께 음악방송에 나왔던 게 생각이 난다. 원래도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알고 있었지만 랩과 춤에 90년대 의상까지 다 잘 어울리는 모습이 신선했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습을 했으면 무대까지 올라서 긴장한 내색 없이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봤었다. 드라마도 재밌었다. 그러고 보니 현재는 아름다워에서도 이름이 이현재였는데 여기서는 성만 다른 유현재였다. 현재 이전에 다른 현재가 있었던 거다.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1인 2역을 맡은 시윤오빠가 멋있었다. 한수호, 한강호는 쌍둥이고 2분 차이로 형, 동생이 됐다. 형인 수호는 동생을 공부로 이겨서 법대에 가 판사까지 됐고, 동생인 강호는 형이 법대에 합격한 날 일에 휘말려 전과자가 됐다. '어쩌면 늘 뱃속에서부터 함께였기에 서로를 좋아하다 못해 싫어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 보는 사이라 서로를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게 당연하고 익숙했던 거 같다. 그래도 내용이 시원하고 재밌었다.


시윤오빠가 나온 드라마 중 두 번째로 좋아한 드라마가 바로 이코패스 다이어리다. 육동식의 반항이자 반란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이용당하기 쉬운 성격에 거절까지 못하는 동식이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빙의돼서 얘기하고 행동하는 걸 보면 흥미진진했다. 아는 대사, 아는 문장이어도 분명 안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가 너무 잘 살려내니까 신기했고 그걸 소화하는 시윤오빠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서인우 실장이 흥미로워하고 재밌어할 때마다 덩달아 재밌게 봤었다. 이 드라마도 조만간 다시 볼 예정이다.


이 이후로 본 드라마는 더 없었지만 술꾼 도시여자들 2에서 애기를 보던 모습을 예고편으로 봐서 그런지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처음 봤을 때 반해서 좋아한 게 꽤 오래됐다. 지금도 그때의 소년미가 남아있어서 볼 때마다 신기하긴 하다. 변한 건 나 혼자인 건가? 싶어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그때도 느낀 거지만 다재다능한 사람 같다. 장르도 하나에 얽매이지 않아서인지 판타지, 코믹, 로맨스, 공포, 스릴러, 법정물까지 아우를 수 있는 폭이 넓고, 캐릭터를 자기 자신인 것처럼 잘 살려내는 게 멋있는 거 같다.


처음 봤을 때부터 피어난 웃음꽃은 시들어서 지기도 했지만 또다시 피어났다. 마치 정말 꽃이 되어버린 듯 계절을 돌고 돌아 봄을 맞이해 싹트는 것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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