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덕질하는 게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쉬고 싶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배터리가 꺼진 것처럼 방전된 채로 아무 것도 안 했다.
자주 듣던 노래, 자주 가던 노래방, 자주 보던 웹툰과 웹소설, 산책까지도 횟수가 뜸해지며 집에서 막연히 누워있다가 티브이를 보고, 밥 먹고, 집안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계속 그러다가 1-2주 전부터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도 구체화 시키며, 개강일정을 확인하고, 피부관리도 하고, 책을 읽고, 산책에 노래방을 가고,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시작하게 된 일들이다. 아무래도 쉴 만큼 쉬었기 때문에 에너지가 점점 채워진 것 같다.
덕질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들 투성이라 일기를 어떤 내용으로 채워볼까 생각했다.
처음 든 생각은 지금 좋아하고 있는 사람들 외에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아이돌들을 묶어서 쓰는 게 어떨까 싶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인 현재까지, 잠깐 봤다가 사라진 아이돌들이 많은데 그 아이돌들을 꺼내서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놀면 뭐하니?에서 했던 콘서트의 러블리즈 완전체 무대를 보다가 '얼마를 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나의 아이돌이고, 영원히 기억할 순간 속에 여전히 남아있을 내 소중한 추억'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잊혀진 나의 아이돌, 누군가의 아이돌이었을 그들을 잊지 않고 추억하는 것 또한 덕후가 해야 할 일이니까.
글을 적으며 '또 누가 있었지?' 생각하니, 더 많은 아이돌들이 스쳐 지나갔다. 쓰게 되는 날에 들을 노래도 이미 정해놓았다. '선재 업고 튀어'의 OST인 'STAR'로 "너는 아름다운 기억, 누군가의 서툰 첫사랑. 잊지 마, 너는 그렇게 찬란히 빛나."라는 부분의 가사가 와닿았다.
또, 아직 선재 업고 튀어의 덕질이 다 끝나지 않아서 이것도 적어야 하고, 아직 이름을 적지 않은 배우님이 있어 그 일기도 적어야 하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할 말도, 적을 글도 꽤나 많은 것 같다.
쉬는 동안은 '이렇게 쉬어도 되나?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쉬고 나니 '이래서 쉴 거면 쉬고 싶지 않을 때까지 푹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걸 느끼게 됐다.
덕질도, 나도 조금은 쉴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재충전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