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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카테리나 Aug 04. 2023

5화 버스 탈래 ? 픽업서비스 받을래?

부활절에 라구사로 이동하기

 

시라쿠사에서 라구사로 이동하는 길

내일은(4월 9일) 라구사로 이동하는 날이다. ‘trenit’에서 시라쿠사에서 라구사로 가는 기차 검색을 했더니 운행이 없다고 뜬다. 혹시 app에 문제가 있나 싶어  9일이 아닌 다른 날을 검색했더니 운행 일정이 뜬다.

‘뭐지?’

‘왜 9일만 운행을 안 하지?’ 기차역에서 티켓 판매기에 넣어봐도, 매표소에서 사람에게 직접 물어봐도 그날은 운행이 없단다. 부활절이라 기차도 운행을 안 한단다. 혹시 버스는 있을까 해서 알아봤지만 시라쿠사에서 출발하는 버스 운행 일정은 없었다. 맙소사!

부활절엔 이동도 하지 말고 얼음 땡을 하란 얘긴가? 라구사 숙소 예약은 이미 해놓은 상태인데... 난감했다. 어떡해야 할까?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카타니아에서 라구사로 가는 버스는 있다. 카타니아는 우리가 갈 라구사와는 반대 방향에 있기 때문에 1시간 반을 거꾸로 갔다가 돌아가야 해서 2시간 10분 정도의 거리를 4시간 반 동안 가야 한다.     

카타니아를 거쳐 가는 방법은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고 그 밖의 방법을 다 찾아 보기로 했다. 우선 현재 숙소 주인에게 물었다. 처음엔 9일(일요일)에는 대중교통이 없을 거라 하더니 우리가 찾은 방법을 알려줬더니 수긍을 했다. 혹시 우리가 원하면 자기 차로 데려다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지금은 밀란에 있는데 내일 점심때쯤 도착할 거라 했다. 우린 갈 수만 있다면 오후여도 상관없으니 데려다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얼마 후 숙소 주인한테 연락이 왔다.

“비행시간이 오후로 연기되어 데려다줄 수가 없을 것 같아. 미안해.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어. 비용은 120유로 정도 할 거야.”

“너무 비싸. 좀 더 생각해 볼게”

시라쿠사 올 때 타고 왔던 택시 기사한테 연락을 했다. 신시가지 버스터미널까지 10유로에 데려다주겠단 연락을 받았다.     

시라쿠사에서 라구사 가는 길 풍경

몸 상태가 안 좋은 나는 숙소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며 라구사에 대해 검색하고, 이동은 버스를 이용하는 걸로 마음을 굳혔다.

저녁에 시라쿠사 숙소 주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라구사 숙소 주인에게 픽업을 부탁해 봐. 시라쿠사에서 라구사로 가는 것 보다는 라구사에서 픽업을 하는 것이 좀 더 저렴할 거야.”라며 알아보라는 언질을 준다.

갑자기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방법도 있구나!

바로 라구사 주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한동안 답이 없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자고 있던 친구가 깨더니 라구사 주인에게 몇 시에 픽업하면 되겠냐고 연락이 왔단다. 그러면서 피곤한 친구는 자기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풀어주고는 다시 잠에 떨어졌다.


친구의 휴대전화가 꺼질까 봐 틈틈이 클릭을 하며 라구사 숙소 주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밤 11시 넘은 시간까지 연락하던 끝에 100~110유로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시라쿠사에서 가는 것보다는 확실히 저렴했다. 좀 더 협상했다. 혹시 100유로 이하로는 안 되겠냐고 물었다.

“3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비용이 아주 적진 않을 텐데... 픽업서비스를 받을래? 대중교통을 이용할래?” 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100유로에 합의를 보았다.  세 사람과 여행 가방 세 개 포함이라는 것도 확인받았다. 혹시 나중에 다른 말을 할 수도 있어 미리 다짐받았다. 자정이 넘었다.

다음날 12시 30분에 알려준 주소로 갈 것이고 차는 검은색 밴이고 기사 이름도 알려줬다. 잘됐다. 숙소 주인이 밤늦게까지 교통편에 대해 같이 고민해 주고 도와준 것이 고마웠다.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역시 여행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해!

다음 날 아침 떠나기 전에 짐을 싸서 마당에 내놓고 차가 올 때까지 동네를 좀 더 돌아보았다. 이동하는 동안 먹을 점심거리를 사러 가는 사이 픽업 차량이 10분 안에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약속 시간을 잘 지켜준 것에 호감이 갔다.

 숙소 앞 골목이 좁아서 차가 들어올 수 없었다. 부랴부랴 캐리어를 끌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검은색 밴이 서 있었다. 짐을 트렁크에 싣고 차에 탔다. 승합차라 좌석도 넉넉했고 엄청 깨끗했다. 그리고 좌석엔 웰컴 캔디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앞자리에 발을 뻗고 아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100유로의 행복이다. 시라쿠사에서 라구사까지 가는 길도 편하고 승차감도 안락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싱그러웠다.   

  

픽업 차량의 웰컴캔디

불과 1시간여 만인 1시 반쯤 라구사에 도착했다. 우리가 알려준 숙소라며 다 왔다고 한다.  번거롭지 않고 편하게, 빠른 시간에, 비용도 이 정도면 아주 잘 왔다고 생각했다. 주인이 알려준 대로 체크인하고 들어가니 내부가 아주 깨끗하다. 건물도 오래되지 않은 건물이었다. 산뜻하고 정갈해서 맘에 들었다. 내부는 불을 안 켜도 될 만큼 환하다. 볕이 잘 들어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코너에 초콜릿이 놓여 있다. 환영해 주는 표현 같기도 하고 출출해서 한 개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숙소는 2층이었다. 주방과 냉장고에는 먹거리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방에서도 주방에서도 거리가 보이는 전망이 좋았다. 나뭇잎이 푸릇푸릇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라구사 숙소 현관 코너 테이블에 초콜릿과 쿠키가 놓여 있다.
라구사 숙소 현관 코너 테이블에 초콜릿과 쿠기가 놓여 있다.

짐을 풀어놓고 동네 길도 익힐겸  해서 슬렁슬렁 나갔다. 점심도 숙소에 있는 간단한 먹거리로 대충 때웠더니 출출하다. 라구사에서는 이동하기 쉽게 기차역 근처 신시가지에 숙소를 잡았다. 구시가지까지 가려면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한다. 결국 식당을 찾아 구시가지인 Ila까지 내려갔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That’s Moro라는 식당에 갔는데 식당이 비어 있다.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예약이 꽉 차서 예약을 안 한 우리의 자리는 없었다. 부활절이라 문을 연 식당도 드문 데다 있다 해도 현지인들의 예약으로 우리가 갈 곳은 없었다. 점심도 저녁도 굶어야 하는 건가? 

         

라구사 숙소 창문밖 풍경

문을 연 식당은 다 물어봤지만 다 예약이 찬 상태였다. 도대체 부활절은 힘들어! 교통도 식사도 어려워! 지나가다 문을 연 bar에 들어가 실내에서 식사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 했다. 실외에서는 추워서 식사할 수가 없었다. 메뉴에 파스타가 있어 치킨 튀김과 정어리 파스타, 모든 메뉴, 탄산 와인을 주문했다.

기대보다 음식도 맛있고 친절해서 좋았다.

라구사에 도착하던 날 Bar에서 먹은 저녁

숙소까지 돌아갈 길이 멀다. 하염없이 계단을 올라 숙소로 가야 한다. 계단이 끝나가는 지점부터 신시가지라 할 수 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뷰포인트가 있다. 뷰포인트로 가는 길이 있고 그 옆길에 또 다른 전망대가 있어 거기서 전망을 구경하고 사진 찍는 사이 앞서갔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들 어디에 있어요? 왜 안와요? 다른 길로 갔어요?"

 아마도 밤중에 같이 가던 두 사람이 안 보여 많이 당황했나 보다. 불안해할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뒤로 한동안 그녀는 말을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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