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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May 19. 2024

초록초록 한, 비엔나

하루만에 바뀌는 나의 눈과 마음


전날의 피곤이 아침 늦게까지 잠으로 이어진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숙소 주인 크리스틴에게 빨랫감을 전달하고, 그녀와 한참의 수다를 떤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한국어 번역기까지 써가며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그리고 직접 만든 케이크를 나에게 권한다. 그녀가 주는 케이크를 두 조각이나 맛있게 먹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의 좋은 점이다.




오전 11시 나는 숙소를 나선다.


숙소에서 비엔나 시내까지는 기차로 30분 거리인데, 숙소에서 기차역까지 가는 시간이 20분 소요가 된다. 결국 비엔나 시내까지는 1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내가 의문이 들었던 건 검표가 없다는 것이다. 비엔나 시티 카드를 온라인으로 구입을 하긴 했지만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기차표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오가 되어 비엔나 Wien Mitte역에 도착한다. 본격적인 비엔나 시내 투어가 시작되었다.



나의 첫 번째 코스는 Stadtpark이다. Wien Mitte 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비엔나 시립공원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오늘 공원이 너무 맑고 예쁘다. 분수와 연못, 그리고 음악가들의 동상들로 꾸며진 시립공원에는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장(쿠어살롱)도 있어 여름에는 많은 공연도 펼쳐진다고 한다. 이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이올린을 켜는 요한 스트라우스 황금 동상이다.



공원을 나와 성 슈태판 대성당으로 간다. 아마도 비엔나 관광의 시작점이 이곳이 아닐까 싶다.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로 빈틈이 없는 곳이었다. 대성당 건물 자체가 화려해서 눈에 잘 띈다. 내부 입장료는 없으나 성당 투어를 한다거나, 탑을 올라간다고 하면 각각 7유로의 요금이 든다. 비엔나에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는 정보를 확인하고 북쪽 탑만 올라가려고 했으나 티켓을 잘못 끊어 성당 내부 투어와 탑을 모두 둘러보았다.



하스 하우스를 지나 그라벤 거리를 따라서 걷는다 역병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인 페스트조일레를 지나 성 페터 성당을 잠시 들른다. 비엔나 시내의 성당들은 거의 무료입장이 가능해서 부담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실 보물관을 지나 헬덴광장을 거쳐 Sisi 뮤지엄도 지나친다. Volksgarten으로 간다. 예쁜 꽃들로 꽃 향기가 가득한 공원에는 토요일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꽃들이 너무 예뻤다.



Volksgarten 앞에는 뽀얀 오스트리아 의회 의사당 건물이 있었고, 옆으로 Rathauspark 가 있어 초록에 초록을 더하고 있는 비엔나였다. 라트하우스 광장은 현재 한창 공사 중에 있었고, 빈 시청사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멋지게 서 있었다. 시청사를 지나치면 빈 대학교로 이어지는데 토요일이라서인지 학교의 정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빈 대학교 근처 Votiv Park 내에 위치한 보티프 교회로 간다. 입장료가 따로 없어서 그저 들어가서 내부를 확인하고 나오면 되었다. 



이후 빈 대학교 맞은편에 베토벤 기념관이 있다고 해서 방문한다. 그런데 이곳은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알고 보니 5층 건물의 4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5유로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간다. 베토벤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집을 기념관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규모가 큰 편은 아니라서 금방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와 빌리지를 가기 위해 빈 대학교 앞 트램 정류장에서 1번 트램을 탄다. 비엔나의 가장 대중적인 대중교통답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트램 역시 검표가 없다. 트램 내부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표를 사는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 72시간 비엔나 시티 카드를 가지고 탑승을 했지만 굳이 표를 확인하는 검표원은 없었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아쉽게도 오늘 영업이 종료된 상황이었고, 훈데르트바서 빌리지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빌리지만 잠시 들러본다. 빌리지 중앙에 Bar가 있고, 그 외에는 모두 기념품 숍들이 즐비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를 방문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더 와야 할 것 같아서 오늘은 기념품 숍만 돌아보고 나왔다.



나는 6시간째 걷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 둔 한식당 'SURA'로 간다. 포르투 이후 처음 먹는 한식이다. 기운이 없을 때는 역시 밥을 먹어줘야 한다. 김치찌개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는다. 비엔나 음식값이 많이 비싼 것 같지는 않다.


Wien Mitte 역에서 기차를 타고 숙소가 있는 Wien Liesing 역까지 돌아왔다. 




비엔나에 도착해서 숙소 위치가 너무 애매하다고 하소연을 해 놓고 보니, 숙소 동네가 너무 예쁘다. 비엔나 시티 카드도 적용이 안 되는 비엔나 외곽지역으로 사람 말소리보다 새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로컬지역이다 보니 각각의 집들도 아기자기하고, 초록초록 하다. 일단은 관광객들에게 치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좋다. 


하루 만에 생각이 이렇게 바뀐다.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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