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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May 21. 2024

벨베데레 궁전을 가다

Whit monday(성령의 월요일)가 뭐길래

새벽 4시 30분. 새벽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울리는 소리에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깬다. 아무것도 할 것 없는 시간에 잠에서 깨어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고 다시 잠에 든다. 





숙소 주인 크리스틴이 만든 케이크로 아침을 먹고 평소보다 일찍 숙소를 나선다. 오늘은 월요일이니,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니 활기찬 비엔나를 기대하면서 비엔나 시내로 간다.


비엔나에 도착한 이후 매일 걷는 길을 걷는다. 이제는 지도가 없어도 제법 찾아간다. 



오늘 첫 번째 목적지는 카를성당이다. 비엔나 시티 카드 할인을 받아 5유로에 성당을 입장한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의 공포에서 벗어났던 1739년 카를 6세에 의해 완성된 교회이다. 빈 스타일의 바로크식 돔과 탑들이 그리스 식 현관, 로마네스크식 기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가이드북은 설명해 준다. 결국 다양한 건축 방식의 집합체가 이 카를 성당이라는 말이다. 


비엔나의 다른 성당들처럼 카를성당도 내부가 화려하다. 역시나 역사적인 영광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내부를 관람하고 성당의 지붕에 올라가 비엔나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카를 성당을 나와 벨베데레 궁전으로 간다. 전날 새벽에 부랴부랴 벨베데레 궁전 입장 티켓을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입장 티켓을 현장구매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기다림의 시간이 길 것 같아서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을 했는데 오늘은 굳이 예약하지 않고 현장 구매해도 될 정도의 인파였다.


벨베데레 궁전의 관람은 3곳으로 나뉜다. 상궁 벨베데레, 하궁 벨베데레, 그리고 벨베데레 21. 나는 이 3곳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티켓으로 예매를 했다. 



오후 13시로 티켓을 예약하고 조금 일찍 도착을 해서 기다릴까 하다가 벨베데레 21부터 가 보기로 했다. 오후 12시 30분에 벨베데레 21에 도착했더니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 13시까지 상궁 벨베데레로 가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졌다. 벨베데레 21을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벨베데레 21은 전시관이 단층이고 크지 않아서 돌아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전시 작품도 많지 않다. 전시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지만 굉장히 친환경적이고 자연적인 전시 내용이었던 듯싶다.


시간 맞춰 상궁 벨베데레에 입장한다. 벨베데레 궁전의 3곳 중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었다. 가방을 락커룸에 넣고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한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 클로드 모네, 반 고흐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이다. 상궁 벨베데레에 관광객이 가장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품 자체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대형 작품이 아니다. 화려하면서도 큰 작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상궁의 작품들을 돌아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유명 작품들이 좀 많다 보니 관람객들도 많아서 아무래도 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상궁 벨베데레를 모두 돌아보고 하궁 벨베데레로 간다. 확실히 관람객이 없다. 많은 관광객들은 상궁만 둘러보는 것 같았다. 현재 하궁 벨베데레에서 전시가 되고 있는 작품들은 우크라이나의 작가들 작품인 듯 보였다. 뭐, 내 짐작이긴 하지만- 상궁에 비하면 하궁 벨베데레는 공간이 크지 않아서 돌아보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벨베데레 21, 상궁 벨베데레, 하궁 벨베데레까지 내부를 모두 돌아본 후 정원을 둘러본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 버금가는 정원이라고 했는데 벨베데레 궁전의 정원은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다만 궁전들 사이에 정원이 엄청 넓어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온다. 오늘은 벨베데레 궁전만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카를 성당까지 봤으니 목표치 이상 달성이다.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인데 비엔나 시내도, 숙소 근처 가게들도 조용하다. 마실 물이 떨어져서 물을 사려고 슈퍼마켓을 수소문했으나 문을 연 마켓이 없다. 숙소 근처를 한참을 헤맸지만 문을 연 슈퍼마켓을 발견하지 못했다. 


Whit Monday라서 휴일이라고 했다. 


이게 뭔가 싶어 찾아보니,

Easter(부활절) 50일 후를 오순절(성령강림대축일)이라고 부르는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절기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오순절은 항상 일요일(Whit Sunday)이라 휴무일인데, 오순절 다음날인 월요일(Whit Monday)도 '오순절의 둘째 날'이라고 부르며 공휴일로 지정하는 나라가 많다고 한다. 가톨릭이 국교인 나라들은 대부분 이에 속하는 듯싶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고.


즉, 오늘이 오순절 다음날 월요일인 Whit Monday라서 오스트리아 공휴일이라는 거다.


대한민국이 무지하게 그리운 오늘이다. 우리나라는 부활절도, 크리스마스도, 부처님 오신 날도 이렇게 쉬지 않는데. 물 1병을 사지 못해서 이렇게 대한민국이 그리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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