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현금을 인출해야 했기 때문에 ATM기를 찾아서 헤맨다. 전날 비엔나 중앙역에서 인출을 시도했을 때는 실패를 했다. 인출기가 영어 설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오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밤사이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발견한 ATM기 앞에 섰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영어 설정으로 변경이 된다. 왠지 예감이 좋다.
결국 돈을 인출하는 데 성공했다.
인출기에 꽂아서 인출을 시도했을 때는 안되더니 탭이 가능한 인출기에서는 성공했다. 아무래도 나의 카드가 전자칩이 고장이 난 듯싶다. 그나마 탭기능이 있어 다행이었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비엔나 시내로 향한다. 쇤부른 궁전으로 가려다가 알베르티나 미술관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물론 알베르티나 미술관도 내부 입장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Wien Mitte 역에서 도보 20분 정도 소요가 되는데 호프부르크 왕궁 정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이제는 웬만큼 눈에 익은 거리를 지도 없이 걷는다. 그러고 보니 비엔나의 오전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조용하다. 정오 이후부터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무언가 큰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미술관 입구가 행사 준비로 한창 바쁜 듯 보인다. 나는 사진만 연신 찍어댄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레오폴트 미술관 방향으로 걷는다. 나는 두 미술관 중에서 레오폴트 미술관을 입장하기로 결정했다. 레오폴트 미술관은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과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이 위치한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무제움스크바르티어(비엔나의 여러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있는 아트센터) 내에 위치하고 있다.
비엔나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모두 돌아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서 볼 것과 보지 않을 것을 구분했고, 나는 레오폴트 미술관을 관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되어야 해요." - Oskar Kokoschka
1900년대 비엔나의 예술가들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지하 2층, 지상 5층의 레오폴트 미술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현재 지하는 전시 예정 중이라 오픈이 되지 않았고, 1층은 기념품 숍, 2층은 갤러리 카페였고, 0층과 3층과 4층에서 전시관람이 가능했다.
궁전의 박물관들보다는 확실히 흥미롭다. 결국에는 기념품 숍에서 기념품까지 구매를 한다.
'Figlmuller' 2호점
점심시간은 이미 훌쩍 지나버렸고, 나는 비엔나에서 한 번은 먹어봐야 한다는 슈니첼을 먹기 위해 슈니첼 맛집을 찾아갔다. 본래 가려고 생각했던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포기하고 'Figlmuller'를 찾았다. 맛은 좋은데 점원의 인종차별 후기가 많아서 내키지 않았는데 이곳이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을 하고 있어서 방문했다. 항상 대기줄이 긴 식당이라고 해서 당연히 대기를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점원들은 친절했고, 주문도 서빙도 빨랐다.
대표메뉴인 슈니첼과 샐러드, 레몬맥주를 주문한다. 유럽식 돈가스로 불리는 슈니첼은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소스도 없이 그저 튀긴 고기만 덩그러니 서빙되었다. 맛있게 시작했으나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결국에는 남겼다. 음, 역시 이번에도 추천까지는 아니고 왔으니 한 번은 먹는다 정도이다.
'Figlmuller' 본점
엄청나게 배를 불리고 식당을 나와 좀 더 많이 걷기로 한다. 그런데...... 내가 'Figlmuller' 본점이라고 생각하고 점심을 먹었던 식당이 2호점쯤 되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Figlmuller' 본점이 따로 있었다. 내가 방문한 식당 인근의 좁은 골목 사이에 본점이 위치하고 있었다. 걷다가 발견한 사실이었다.
비엔나 시내의 걸었던 길을 또 열심히 걸었다. 기념품 숍들도 기웃거려 보고, 슈퍼마켓에서 물과 빵을 좀 산다.
내일은 아침 일찍 준비하고 숙소 주인 크리스티나와 함께 숲 길 트래킹을 가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고 했으니 그렇게 불편할 건 없을 거란 생각에 함께 가겠다고 했는데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