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사의 시 May 24. 2024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날

여행에서 남는 건?

'여행에서 남는 건 뭘까?' 생각해 본다.


기념품?? No!!

사진?? 아니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너무 흔해서 No!!

기억?? 이것도 아니라고 하긴 어렵지만 잊힘의 한계가 있어서 No!!


그렇다면, 그래, 사람과의 추억이다.




전날 숙소 주인 크리스티나의 제안으로 숙소 인근의 숲 길 트래킹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한다.


나 혼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고 보니 크리스티나와 나, 둘이서 Perchtoldsdorf의  Perchtoldsdorfer Heide 트레킹을 하는 거라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비엔나에서의 첫날, 숙소를 잘못 잡았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던 것을 한없이 후회하며 지금은 이곳이 너무 좋아져 버렸다. 인근의 Perchtoldsdorfer Heide 트레킹은 크리스티나가 좋아하는 곳이라며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해주어서 이루어졌고 나 역시 트래킹을 하면서 그곳이 너무 좋아졌다. 이번 여행에서 손에 꼽을 만큼 여유롭고 평안한 시간이었다.


대략 한 시간의 숲길 트래킹이었다. 트래킹의 끝에 위치한 레스토랑마저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서 보는 비엔나 시내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을 주었다.



일주일의 비엔나 일정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순간이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으려나?


트래킹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크리스티나는 오늘이 비엔나에서의 마지막이니까 함께 와인을 마시며 저녁을 먹자고 제안해 준다.


처음엔 너무 부담스러워서 없는 일정을 만들어 거절도 했다가 결국에는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약속을 잡는다.



트래킹 이후 숙소에서 부족한 잠을 좀 자려고 했으나 이미 깨어버린 정신은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결국 비엔나 중앙역으로 간다. 잘츠부르크로 출발할 기차역을 잠시 확인을 하고 다시 숙소 동네로 돌아와 Perchtoldsdorf의 작은 시가지를 걸으며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



동네의 대형마트에 들러 꽃다발을 하나 사서 크리스티나에게 전한다.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나에게 잘해줘서 고맙다고, 트래킹과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오후 5시 30분, 크리스티나와 그녀의 남편과 함께 동네 오랜 인기 레스토랑에 들러 와인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사실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언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을 했는데 와인을 마시면서 번역기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하니 이보다 더 재미있는 시간은 없었다. 나는 와인을 무려 3잔이나 마시고 취해버렸다.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3시간 30분의 저녁시간은 사진이 없어도 잊어버리지 못할 이번 여행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남겨놓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혼자 하는 여행에 남아있는 건 역시나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건 절대 잊힐 수 없다. 크리스티나는 다시 오스트리아에 오라고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될까 봐서 두려웠다.










이전 11화 쇤부른 궁전을 갈까? 말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