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멍청이 탈출일기 외전: 과연 살은 빠지기는 하는 것일까?
저탄고지를 하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는 되려 찌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 믿기가 어렵다. 고작 4주에 불과하지만 내 경험상 제대로만 한다면 안빠지기가 더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나도 초반에는 무기력한 느낌이 계속되자 무엇인가를 자꾸 입에 넣어댔다. 그렇게 먹은 양은 경험상 살이 찌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살은 빠졌다.
또 필수적인 단백질양을 섭취한 후 나머지는 풀과 기름으로 채우면 정말로 많이 먹기가 힘들다. 많이 먹기 힘들 뿐만 아니라 대사 속도가 매우 빠르고 소모량을 넘어가는 양을 섭취하면 지방산으로 전환되어 곧장 몸에 축적되는 탄수화물과 달리 지방의 대사과정은 매우 복잡하여 쉽사리 몸에 쌓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키토제닉 근본주의를 따른다면 체지방으로 쌓일만큼 많이 먹기는 힘들뿐더러 잘 찌지도 않는다.
살이 안빠져요
어느 다이어트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살을 빼는 것이 목적이라면 섭취 칼로리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방을 너무 꽉 채워서 먹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은 체온 조절, 피부 관리, 외부 충격으로부터 장기 보호 등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 부수적인 에너지원인 케톤도 생성하는데 몸 속의 글리코겐이 모두 소모되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에너지를 생성한다. 식사를 통해 섭취한 지방의 양이 부수적인 역할이었던 에너지 생성부터 기본 역할중 하나인 체온 조절까지 모두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면 부족분은 체지방을 끌어다 채운다. 즉, 소모량보다 적은 지방을 섭취하면 살은 빠진다. 가벼운 운동을 추가로 해주면 케톤체 생성에 더 많은 지방을 소모해야하므로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소모량보다도 더 많은 지방을 섭취하면 몸무게는 유지가 될 것이다. 지방을 먹는다고 잉여 지방이 쉽사리 축적되는 것은 아니므로 살이 잘 찌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초반에는 적게 먹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이 먹으면서 키토플루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적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응기에는 키토시스에 드는 것만 생각하자.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특별히 살을 빼겠다는 의지 없이도 초반에는 수분 손실로 급격한 감량이 발생한다. 나도 5kg이나 빠졌다. 하지만 물을 보충하고 하면 빠졌던 무게의 절반정도는 돌아올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본격적인 감량은 몸이 온전한 키토시스에 들면 시작하는게 좋다. 몸이 충분히 적응하면 그때는 가벼운 운동을 해서 소모량을 늘리거나 지방 섭취량을 줄여야한다. 살은 무조건 소모량보다는 적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해야 빠진다. 한국인이 매일매일을 고지방으로 먹기는 매우매우 어렵다. 그리고 엄밀한 식단을 진행하다보면 식욕도 줄어든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식사량이 조금씩 적어질 것이다. 식단을 잘 따라가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엥간해서는 살이 빠질 것이다.
살이 쪄요
살이 찌는 것은 빠지지 않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높은 확률로 식단을 아예 잘못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지나치게 단백질을 많이 먹고 있을 수도 있다. 키토제닉이나 저탄고지는 고기를 많이 먹는 식단법이 아니다. 고탄수를 하던 저탄수를 하던 단백질 섭취량은 고정이다. 운동을 하지않는다는 가정하에 체중 X 0.8g가 최소 섭취량이다. 운동을 하면 강도에 따라 더 먹어야한다. 이보다 적게 먹으면 근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만일 필요량보다 더 먹게되면 남은 단백질은 포도당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물론 생성되는 포도당의 양이 키토시스를 벗어나게 할 정도로 많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백질을 저정도나 먹는 사람이 지방도 적당히 먹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생성된 포도당과 지방은 운동으로 소모하지 않는 이상은 결국 지방으로 저장된다.
탄수화물을 예상보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다. 식자재의 영양성분을 자세히 모르고 먹었을 경우다. 이 경우에는 아예 키토시스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영양성분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레트로 식품을 먹는다던지 구황작물도 채소로 여기고 먹었다던지 하면 키토시스에 들기 어렵다. 식단 진행 중에는 입에 들어가는 모든 식품의 영양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레트로 식품이나 바깥 음식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식단을 하는 동안에는 직접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지방도 너무 많이 먹으면 복잡한 과정 끝에 결국은 축적이 된다고 한다. 키토제닉을 한다고 아몬드 가루, 버터, 제로 칼로리 인공 감미료를 잔뜩 넣은 키토 케이크를 만들어서 대량의 고기 식사 이후 후식으로 한판씩 먹으면 섭취 칼로리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진다. 키토 케이크는 이름조차 'Fat Bomb'이다. 팻밤은 지방 섭취가 너무 힘드니까 지방 섭취를 돕고 단조로운 식단을 조금은 더 달콤하게 만드는 용도다. 비만한 사람들은 달달함 그 자체에 중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초반에는 혀에 단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배가 고프고 지방이 부족하다 싶으면 버터와 소금을 잔뜩 넣고 야채를 볶아먹으면 금방 배가 부르다.
왕도는 없다
다이어트에 왕도 없다. 어떤 식단을 하던 무조건 에너지 소모량보다는 적게 먹어야한다. 오직 살빠짐의 속도만 조절이 가능하다. 맛이 없으면 없을수록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감량이 빠르다. 저지방 다이어트는 식사가 매우 맛없고 괴롭다. 대신 치팅을 했다고 해서 무거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니다. 괴로운만큼 살은 빠르게 빠지지만 많은 의지력을 요하는 부분이라 운동선수 처럼 강박에 가까운 인내심을 가지지 않은 한 아무나 할 수 있는 다이어트는 아니다.
저탄고지는 초반 적응기에 육체적으로 괴롭고 살빠지는 속도도 완만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추천할만하다. 일단 매일 먹는 음식의 맛은 저지방보다 아주 많이 낫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식욕 조절이 된다. 어떤 식품을 아예 못먹는 것은 슬프지만 건강과 다이어트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쉽고 저렴한데 맛있기까지 한 다이어트는 없는 것 같다. 결국 다이어트는 초월적인 괴로움을 버티며 빠르게 살을 뺄 것인지 낮은 강도의 괴로움을 매순간 견디며 완만하게 살을 뺄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지속하려면 저강도의 괴로움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맛있고 쉽고 빠르게 빼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돈만 있다면 말이다. 바로 비만 치료제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그 효과를 증명한다.
하지만 약도 끊으면 요요가 온다. 높은 확률로 안전하겠지만 혹시나 모를 장기적 부작용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반면 식단은 습관이 되기만 하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식욕자체가 줄어들어 점점 수행이 편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어떤 식단이든 만일 시작했다면 기왕 시작한 거 설탕과 액상과당은 인생에서 지우자. 자칫하다간 태초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 기껏 뺀 살과 고생이 허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