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투자일기 1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도 팬데믹 폭락 때 주식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4만 원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건 기회다 싶었다. 안타깝게도 미래에셋 앱을 열었으나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오랜 세월 방치했던 미래에셋 계정은 모종의 이유로 잠겨버렸는데 나는 그 사실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계정을 해제하려면 한국을 가서 영업소를 방문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보고는 한국 주식을 사는 것은 포기해 버렸다. 이때는 비대면 계좌개설 같은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인도네시아 주식이다. 인도네시아도 팬데믹이 시작하면서 엄청난 대폭락을 겪은 데다가 2003년부터는 주가도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여기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검색해 보니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1위 증권사도 미래에셋증권이었다. 괜스레 가슴이 웅장해졌다. 평일에 하루 시간을 내어 미래에셋 증권을 찾았다. 코로나와 인도네시아의 느린 업무속도가 겹치자 계좌 개설에만 무려 1달이 넘게 걸렸지만 그래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HTS가 조금 더 잘 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키움증권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MTS는 미래에셋이 압도적으로 더 좋은 것이 함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하길 바라면 안 된다.
코로나 시기 대부분의 주식들이 박살 났지만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도네시아 시가총액 1위 BCA은행이었다. 시가총액 1위는 그냥 1위라 샀다. 모르면 제일 좋은 걸 사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주식 초보인데다 BCA는 조금 비싸보여 조금 오르자 곧장 팔아버렸다. 돌이켜보면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팬데믹 폭락 후 지금까지 주가가 두 배가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MAP은 식음료 및 의류 소매업 판권을 가진 기업이다. Zara나 스타벅스 등 백화점에 입점한 알만하다 싶은 브랜드의 판권은 모두 MAP이 소유하고 있다. 그런 MAP에게 팬데믹과 백화점 봉쇄는 재앙이었다. 매출이 꾸준히 늘던 MAP의 수익은 곧장 곤두박질쳤다. 나는 코로나 초기의 통제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백화점에 사람이 늘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이자 샀다. 당시에 읽은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피터린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관찰하다 보면 좋은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MAP은 그 좋은 투자처로 보였다. 20년 말부터 돈을 넣기 시작했으니 1년이 넘게 존버한 셈이다. 돈이 생기는 족족 넣었다. 그러나 백화점에 점점 사람이 늘고 매출도 다시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내 평균단가는 750루피아 정도였다. 기다림은 배신을 하지 않았고 2022년이 되자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일부는 1500루피아에 팔고 나머지 일부는 1900루피아에 팔았다. 내 짧은 주식 인생 최고의 성공이었다.
BCA은행과 MAP을 제외하면 나머지 주식은 퀀트로 샀다. PER, PBR, PSR, PCR이 낮은 종목 중에서 매출 성장이 좋은 기업을 20개 정도 샀고 매 분기 보고서가 나오면 보고서를 보고 팔거나 사거나 조절을 하였다. 당시에는 워낙 주가가 낮을 때였던지라 사실 뭘 사도 올랐을 것이다. 또 이때는 뭘 잘 몰라 그냥 묻어두고 주가창은 잘 보지도 않았다. 덕분에 대부분의 투자가 성공적이었고 나는 주식 천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초보자의 행운이었던 것이다.
작은 성공들을 거두자 나는 조금 기고만장해졌다. 수익률을 높여보고 싶은 욕구도 생겨났다. 그래서 단기 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딱 1년 동안만 해보고 아니면 접자라는 마음이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눌림점이니 양대 장봉이니 하는 것들을 익혔다. 들을 때는 쉬워 보였다. 그러나 곧 알게 된 사실이 나는 재능이 없었다. 나는 단타 그 자체이자 꽃인 최고의 기술 매도를 잘 못했다. 떨어지면 손절을 해야하는데 왠지 내일이면 오를 것 같아서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이전의 투자에서는 이미 저렴한 종목을 사다 보니 떨어져 봐야 10%였는데 단타를 하면서 손절 타이밍을 자꾸 놓치니 20%, 30% 하락을 자주 보게 되었다. 또 조금 오르면 팔아버려야 하는데 내일이면 더 오를 것 같아서 팔지를 못했다. 그러다 보면 또 마이너스가 되어버렸다. 소액으로 했으니 망정이지 빚투였다면 아마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길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다. 단타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이 감각적으로 올인을 외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차가운 이성으로 기계처럼 하는 것이 단타였다. 반면 나는 미적지근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는 단타는 포기했다.
지금은 초기에 하던 퀀트도 아니고 가치투자도 아닌 애매한 투자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단기 투자에 도전했다가 오히려 손실을 입었다. 거기다 최근 인니 주식시장에 찾아온 대폭락에 직격 당해 계좌가 -10%까지 내려갔었다. 이제 겨우 다시 수익권으로 올라갔으나 전쟁이나 미국 대선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들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투자를 할 것인지 다시 한번 정립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