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멍청이 탈출일기 8
작년 이맘때 나는 나의 멍청함을 개선하기 위한 첫 실험을 시작하였다. 물론 이때도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느낌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명확히 깨달은 것은 아니었고 따라서 아직 몸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엄청난 피로감도 함께 느꼈으면서도 말이다. 진짜 바보가 되었던 모양이다.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 있었다면 빨리 그 사실을 이성적으로 인식하고 고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 실험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성공적이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서서히 피로감과 멍청함에 잠식되어 가던 이때의 나는 이미 대부분의 집중력을 상실하여 책을 읽기는커녕 경제 유튜브 영상조차도 다 보기가 힘든 정도였다. 때문에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일반인들을 양학 하는 영상이나 의미없는 유튜버의 개똥철학 따위나 보았다. 스타크래프트 등 쓸모없는 내용을 다 보고 나면 수억 개의 콘텐츠가 있는 유튜브에서조차 볼 것이 없어졌다. 하지만 나는 쉽게 지루해졌고 끊임없이 자극을 찾았다. 볼 게 없다고 느낄 때 나는 예전 아버지들이 티비 채널을 돌리시듯 마냥 유튜브 쇼츠 스크롤을 내렸다. 어느 순간 나는 소변을 보는 순간까지도 쇼츠를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책을 너무 안 읽어 위기감을 느낀 나는 무협지라도 읽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학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쉬운 무협지조차도 잘 읽어지지가 않았다. 심각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료하게 유튜브 홈 화면을 스크롤하던 중 문득 어떤 영상 제목이 나의 눈을 잡아끌었다. 그 영상의 제목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도서 '도둑맞은 집중력' 리뷰를 하는 내용이었다. 약 20분 정도의 리뷰 영상이었는데 약 10분쯤 보다가 현타가 왔다. 나의 집중력을 앗아간 원인 중 하나가 유튜브인데 그것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책 리뷰를 유튜브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즉시 유튜브 앱을 삭제해 버렸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무언인가 생각이라는 것을 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사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 앱을 삭제한 즉시 '도둑맞은 집중력'을 구매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우리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범인으로 다음 네 가지를 지목했다. SNS, 수면, 스트레스 그리고 식사와 대기질이다.
SNS
한때 멀티태스킹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뛰어난 사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가 짐작했던 바와는 달리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며 오직 한 순간에 한 가지의 일만 처리 가능하다. 즉,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때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업무를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향은 지대하여 우리가 카톡을 하나 보내고 다시 원래의 일에 온전히 빠져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분이다. 멀티태스킹은 컴퓨터 용어다. 사람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한 가지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정보는 점점 짧아진다. 틱톡, 쇼츠, X(전 트위터) 등은 아주 작은 공간 혹은 시간에 정보를 담도록 한다. 짧고 빠른 정보만 접하다 보면 점점 긴 글 읽기가 어려워진다. 말인즉슨 우리는 도서, 그중에서도 소설을 읽지 못하게 된다. 논쟁적인 부분이 있지만 소설은 공감능력을 키워준다고 여겨진다. 소설을 읽지 않고 단편적인 정보만 접하게 되면 점점 우리는 공감능력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SNS나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점점 우리를 극단적으로 만든다. 유튜브가 추천해 주는 콘텐츠들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한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보수적인 성향의 사용자라면 유튜브는 점점 더 오른쪽의 영상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추천 영상들을 타고 넘다 들다 보면 어느새 사용자의 사상도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이런 식으로 퍼진 정보들은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거대한 결정을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같은 결정 말이다.
우리는 잦은 업무 전환으로 집중력을 잃은 상태에서 짤막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보며 공감능력을 상실하고 점점 더 극단적인 사고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 우리의 뇌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행동을 하던 상관없이 끊임없이 작동한다. 즉, 뇌는 우리가 휴식을 한답시고 보던 SNS의 모든 내용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지 않을 때 휴식을 위해 SNS를 한다. 하지만 정작 뇌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순간도 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쉴 때는 차라리 멍 때리는 것이 낫다.
수면
수면은 집중력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수면을 하루 이상 못한 사람은 면허정지 수준의 주취자와 비슷한 수준의 기억력과 집중력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온전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9시간 정도의 수면이 적절하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사람들의 짧아진 수면으로 인해 남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잠을 자는 사람은 아마존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마 모두가 갑자기 충분히 수면을 취한다면 자본주의에는 큰 충격이 올 것이다.
우리는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해가 지기 전 마지막 빛을 감지한 우리 뇌는 남을 일을 급히 처리할 수 있도록 각성시킨다. 이때의 각성 효과는 상당히 강력하다. 이후 해가 지고 빛이 완전히 사라지면 서서히 잠들 수 있도록 진정한다.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지고 좋은 수면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잠들기 한 시간 전에는 최대한 빛을 마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강의 식사'의 저자 데이비드 애스프리도 웃기게 생긴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그 안경은 해가 진 후 쓸모없는 블루라이트들을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인간이 빛을 지배하게 되면서 인간은 끊임없는 각성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침대에 누워서 보는 스마트폰이 문제다. 스마트폰이 없던 옛날에는 멀리 있는 티비를 보다가 일정 시간이 돼서 끄고 침대에 누우면 더 이상 빛을 마주할 일이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언제든 초 근거리에서 우리에게 블루라이트를 쏘아주는 발광체를 항상 휴대하며 침대까지 끌고간다. 누구나 눕기 전에는 엄청 피곤했으나 정작 폰을 만지다 보면 새벽까지 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빛이 우리를 일몰 전 강력한 각성상태로 몰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혹사시켜 만신창이가된 뇌는 몸만 깨어있는 각성상태에서 쿠팡을 떠돌며 온갖 것들을 구매하도록 한다.
스트레스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인간의 뇌는 위기관리센터의 관리하에 들어간다. 현 상태를 해결하고 생존하기 위해 과각성상태를 유지시킨다. 예를 들어 곰과 마주쳤을 때 우리는 살기 위한 방안에만 집중하게 된다. 여유롭게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된다. 위험한 동네, 폭력적인 가정, 위태로운 재정 등은 곰을 만났을 때와 같이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인간을 과각성시키고 집중력을 바닥낸다. 당장 일주일 후 분유값이 위태롭다면 곰을 맞닥뜨린 것과 같은 스트레스 상태로 삶을 사는 것이다.
부적절한 식사와 더러운 공기
우리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식단을 먹으면 그것들이 내 몸을 이루게 된다. 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재료로 점철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이로울 리가 없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연료로 사용하던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 식단은 우리의 집중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마트에서 파는 신선한 식자재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 좋다.
우리의 식사가 단기적으로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은 아래 글에서 자세히 적어두었다.
https://brunch.co.kr/@dumbodaddy/1
식사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공기를 마시고 산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 오염이 심각한 멕시코의 어느 지역에 사는 어린이의 뇌 MRI 사진에서는 치매 환자의 뇌처럼 뇌 조직이 위축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또 책을 읽던 당시의 나는 4번째 범인인 식사와 대기질이 항목 중에서 식사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면 위에 언급한 대로 대기질 문제는 정말 통감했다.
대기오염은 인도네시아에 사는 나에게 있어 직면해있는 당장의 현실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1, 2위를 다투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들 중 하나이다. 공장들은 새벽이 되면 마음껏 매연을 뿜어낸다. 때문에 아침만 되면 창밖이 뿌옇게 보인다. 매캐함은 이제 인도네시아 아침을 알리는 자연스러운 냄새가 되었다. 아래의 사진은 항공사진이 아니다. 우리 집 창 밖을 찍은 사진이다. 안개와 매연이 자욱해 땅이 보이지가 않았다. 창문을 열어보니 지독한 냄새가 났다. 정말이지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개인이 특히 외국인인 내가 한 나라의 환경 정책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창문을 잘 잠그고 비싼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나는 갓 태어난 우리 아기를 데리고는 그 어느 곳도 다니기가 두렵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3번과 4번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느낀 나는 1번과 2번 범인 SNS와 수면에 더 집중했다. 그래서 먼저 유튜브를 끊었다.
유튜브를 끊자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다. 독서능력이 돌아왔다. 또 유튜브를 심심함을 느끼고 멍 때리기는 잘 못하는 나는 무언가 활자를 찾게 되었다. 예전에 스마트폰 없던 시절 똥 쌀 때 샴푸통 성분표라도 읽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신문을 읽고 책을 읽었다.
또 유튜브를 끊으니 자기 전 폰을 보지 않는 것은 자동으로 되었다. 유튜브를 보지 않게되자 다른 SNS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폰으로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침실에 들어가기 전 핸드폰을 거실에다 충전해 놓고 들어간다. 방에서는 나이트모드 저조도로 설정된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다가 잔다. 예전보다 훨씬 쉽게 잠에 빠지는 것을 실감했다. 아침이 훨씬 들 피곤했다.
사실을 고하자면 중간에 실패를 했다. 처음 유튜브를 끊을 때는 유튜브 앱만 지우는 정도로 했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유튜브를 보되 웹 서핑 앱으로 불편하게 보기로 했던 것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나는 수시로 좋아하는 골프 프로의 자세를 보면서 연습을 하고는 했다. 그렇게 한 번씩 보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보지 못해 쌓였던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영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시 샤워를 하면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다시 끊은 지금은 근본주의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스마트폰 크롬웹에서도 유튜브를 차단했다. 최근에 키토제닉과 운동을 병행함에 있어 뭔가 맞지 않다는 판단이 들 때 도움을 좀 받고 싶었지만 쓸만한 내용은 유튜브에만 있는 듯했다. 요새는 많은 자료들이 유튜브로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유튜브를 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키토제닉을 관두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전의 실패에서도 그랬듯 예외 규정을 두기 시작하면 이제 고작 몇 달 된 유튜브 끊기가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식단은 장기적인 효과라 당장 변하는 게 없지만 유튜브는 보기 시작하면 극단적으로 빠져들게 되고 즉시 집중력이 하락한다.
물론 유튜브는 유용한 툴이다. 처음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재미와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굉장히 훌륭한 정보들을 유튜브에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점점 더 위험한 양날의 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내 쪽을 향하는 칼날이 더 날카로운 검 말이다. 갈수록 콘텐츠들이 더 자극적이고 중독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처음에 나는 쇼츠가 처음 생겼을 때 쇼츠를 보면서 정말 쓸모없음의 결정체이며 재미도 없는 망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보니 나도 그 쓸모없는 무의미한 곳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자극에 취약한 나는 항상 나를 향한 칼날에 얻어터져 왔었다. 아마 나는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냥 안 보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