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을 피한 여정
결혼은 나와 아내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함께하는 삶과 아기는 이전에 느끼던 즐거움보다 높은 차원의 깊이있는 행복을 선사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롭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주 다른 모습을 한 두 개의 삶이 하나로 합쳐지는 데는 적지않은 진통이 있었고 각자의 삶에는 대격변이 일어났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고 그 중에는 서로의 취향 중 일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취미를 찾아야만 했다.
나는 글쓰기를 택했다. 어릴 때 글을 못쓴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고 그에 걸맞게 영어와 국어 성적은 엉망진창이었다. 반면에 수학과 과학은 비교적 쉽게 느껴졌고 당연하게도 공대를 들어갔다. 그렇게 지나친 삶 속에서 짧은 글귀 하나 써볼 일조차 없었는데 문득 나에게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난 것이다.
특별히 뭐를 쓰겠다라는 주제는 없었고 그냥 그날그날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 주식시장, 인도네시아 생활, 읽은 책 등으로 시작해서 아이가 태어나고는 거의 육아 블로그에 가깝게 변했다. 최근에는 식단과 건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것과 관련한 내용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왕 쓰는 것 누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도 더 되고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될테니 말이다. 나는 블로그를 택했고 여러 플랫폼 중 가장 접근성이 좋았던 네이버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사람 많은 플랫폼이 더 낫지 않겠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고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것을 개인 삶의 버팀목으로 삼는 근래의 큰 흐름을 못알아봤던 나의 실책이었다. 정작 나는 검색 플랫폼으로서의 네이버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네이버 상단에 노출되는 정보는 99%가 광고라 순도 높은 정보를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토록 상업성이 높은 블로그 플랫폼에다 아무도 관심없을 일기를 쓰는 것은 스팸함만 배불리는 일이 되어버린다.
물론 몇 명 진짜 내 글을 읽는 사람도 있고 내가 읽는 대형 블로그도 있다. 그 블로그들은 정말 가치있는 글을 쓴다. 그러나 하꼬 블로거에게 전반적인 네이버의 분위기는 불편 그자체였다. 영혼이 들어가있지 않음이 뻔히 다 들어나는 기계적인 서로이웃 추가와 댓글은 오히려 무관심보다 못했다. 이제는 서이추, 댓글, 좋아요가 블로그 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인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같이 ‘여행하면서 블로그로 이번달에만 895만원을 버신‘ 이쁜 분들이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신다고 하는 게 달갑지는 않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어리둥절 해서 검색해보니 퍼스널 브랜딩은 블로그를 키워주기 위한 블로거, 블로그를 키워주는 블로거를 고용하는 회사, AI 댓글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는 엄청난 규모의 업이었다.
그래서 이주를 하기로했다. 기왕이면 광고를 못한다는 브런치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