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똥멍청이가 되었을까

똥멍청이 탈출일기

by 덤보아빠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똥멍청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도 똑똑했던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똥멍청이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영락없는 똥멍청이다. 내가 바보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집중이 안되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원래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책 한 권 정도는 읽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게 힘들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읽은 페이지가 기억나지 않아 다시 읽는 일도 허다했다. 책을 다 읽고도 겨우 무슨 내용이었는지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었다.


기억력도 퇴보했다. 난 원래 회사에서 노트를 쓰지 않는다. 자그마한 생산 공장 회의에서 오가는 말 몇 마디 정도는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노트를 들고 다니는 습관을 들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멍청해진 나의 두뇌를 늪의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후의 무력감이다. 두 시 정도가 되면 갑작스레 극심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해 저녁까지 나를 사로잡는다. 무력감에 지배당한 상태에서는 활자는 한 글자 조차도 읽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린다. 고작 눈꺼풀을 들어 올린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처음에 나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 소개를 보다가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많은 좋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다 실천하기는 어려웠고 현실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것 두 가지만 먼저 해보기로 했다. 깊은 잠을 자기 위해 자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기와 뇌가 휴식할 시간을 주기 위해 유튜브를 끊는 것이다.


우리 신체는 선천적으로 블루라이트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되어있다. 우리 조상들은 해가 지기 직전, 즉 빛이 사라지기 전에 모든 일을 끝마쳐야했다. 때문에 우리 몸은 해질녘의 빛에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여 각성상태에 들어간다. 우리는 자기 전 백열등, 스마트폰, 티비 등 너무나도 많은 빛에 노출된다. 그러니 자기 최소한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치우고 주변을 어둡게 해 놓는 게 좋다고 한다. 요새는 저녁 7시가 되면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나이트모드로 전환되도록 설정해두었고 잠들기 한 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거실에다 충전시켜 놓고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를 봤다. 예전에 어른들이 채널을 돌리듯 나도 볼만한 것이 없으면 쇼츠라도 돌렸다. 목욕할 때도 틀어놓고 운동할 때도 들으면서 했다. 나는 내가 유튜브에 집중을 안 하고 있으니 뇌도 같이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뇌의 입장에서는 그게 휴식이 아니었다. 뇌는 내가 무슨 마음으로 유튜브를 보던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를 지웠다. 사실 한 번 실패해서 다시 설치해서 한참을 보다가 2차로 지우면서 이번에는 크롬에서도 차단을 해뒀다. 아직까지는 잘 참고 있다.


위 두 가지는 방법은 실제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고 나는 여전히 피곤했고 멍청했다. 그리고 여전히 두 시가 되면 초주검이 되었다.


별다른 해결책은 없고 언젠가 한국을 들어가면 정밀검진이라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자가면역 질환을 앓던 조던 피터스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본인은 오직 고기와 소금만 먹는 카니보어 식단을 진행 중이며 식단을 시작한 후 살이 빠지고 자가면역 질환 증세도 사라졌다고 했다. 그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금 그의 지적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옳거니 싶었다. 식단과 건강에 답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즉시 사놓고 읽지 않고 있던 ‘데이브 애스프리’의 저서 ‘슈퍼 휴먼’을 읽었다. 슈퍼 휴먼은 식단보다는 애스프리가 건강을 되찾기 위한 여정과 각 수단에서 느낀 효과 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놀랍게도 애스프리도 조던 피터슨 교수와 똑같이 식단 후 자신의 지적 능력과 신체적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상태라고 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유사과학적인 이야기가 많아 그쯤에서 덮어버리고 ‘최강의 식사‘라는 책을 다시 샀다.


데이브 애스프리가 본인의 저서에서 말하는 ‘방탄 식단’은 그 근본을 키토제닉, 즉 저탄고지에 둔다. 차이점이 있다면 영양분의 분배에만 중점을 두는 키토제닉과는 달리 방탄 식단은 식재료의 품질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또 탄수화물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키토제닉 근본주의와는 달리 매일 탄수화물을 조금씩 섭취하며 하루나 이틀 정도는 단백질을 단식하고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여 글리코겐을 충전하는 순환 키토 방식을 채택한다.


방탄 식단은 훌륭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나라 인도네시아는 훌륭하지 않다. 식재료에 집착하는 방탄 식단을 식재료가 빈약한 인도네시아에서 하려니 애로사항이 꽃폈다. 아쉽게도 방탄 식단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좋은 식재료로 진행하는 키토 식단을 해보기로 했다. 아내가 도시락도 싸주기로 했다. 기한은 최소 4주로 두고 상태를 보기로 했다.


식단을 하기 위해 식재료를 알아보는 한편 앞으로는 먹지 못할 피자, 치킨, 나시고렝 등을 미친 듯이 흡입했다. 아내는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식단 시작을 한다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먹었다.


식단 시작 일자는 예정된 마지막 모임이 끝난 그다음 주 주말로 정했다. 술은 시작 3일 전부터 안 먹기 시작했다. 대망의 일요일 사형수의 마지막 만찬과도 같은 돈가스를 먹고 저녁은 단식했다. 그다음 날인 8월 12일 월요일 나는 똥멍청이 벗어나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키토제닉을 4주간 수행하고 이제 나는 다른 식단으로 옮겨갔다. 평소처럼 치킨, 피자를 먹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더 완화적인 식단을 진행중이다. 앞으로 키토제닉 4주간 식단, 후기, 기타 건강 관련 글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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