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수업 (도서리뷰)

똥멍청이 탈출일기 2

by 덤보아빠

나는 자기 계발서를 즐기지 않는 편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왠지 뻔한 소리를 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나의 부족함을 통감하고 자기 계발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다. 멘토에게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행운은 아니다. 이럴 때 비록 간접적일지라도 책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내리는 가르침을 받으면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난 그 도움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난 똥멍청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나의 기억력은 이제 14개월이 된 우리 아들과 비슷한 정도가 되어버렸다. 한평생 쓴 적 없던 수첩을 들고 다니며 모든 것을 필기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수첩을 쓰지 않던 것은 나의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인데 이제 그 쓸모없는 자존심을 현실의 벽 앞에서 접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자존심을 접기 일보직전 나는 똥멍청이가 된 나를 구원하기 위한 구원투수 중 하나로 ‘케빈 호슬리’의 '기억력 수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꽤나 성공적인 선택으로 드러났다.


도입부에서 저자는 기억의 기술은 누구나 노력하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에 믿음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사실 책에서 알려주는 것들은 얼핏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러니 비웃기 전에 한 번은 꼭 해보길 바란다. 나는 책에서 예제로 나왔던 오늘을 살아가는 원칙 12가지를 한 달이 지난 아직도 기억한다. 물론 첫 경험이라 더 강한 기억으로 남은 것 아니냐고 따지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은 이후에도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를 더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 중이다.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두 줄로도 가능하다.


1. 시각적 기억이 가장 오래 남는다.

2.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에 묶으면 중기 기억이 된다.


즉,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시각화하여 신체, 자동차, 집 등 떠올리기 쉬운 익숙한 장소에 붙이면 된다는 것이다.


시각화의 예로 숫자 1473을 들어보겠다. 이 숫자는 얼마 전 길에서 연습 삼아 사용한 자동차 번호판 숫자다. 나는 (일)본도를 든 (사)팔뜨기가 (칠)부바지를 입고 (삼)치를 써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만약 생생하게 떠올렸다면 이제 이 번호는 일주일 안에는 잊을 수 없는 번호가 될 것이다.


만약에 외워야 할 번호판이 여러 개라면 먼저 각 번호판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시각화한 후 익숙한 장소에 배치만 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기 기억과 합쳐지면서 중기 기억으로 변한다. 만약 장기 기억 대상으로 자동차를 택했다면 1번 번호판의 이미지는 자동차 그릴 사이를 쏘다니고, 2번 번호판의 이미지는 자동차 엠블럼 위치에서 춤을 추고, 3번 번호판 이미지는 앞유리에 붙어 와이퍼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식으로 n개를 배치하면 된다. 차의 각 부위에서 움직이는 이미지가 확실히 각인이 되었다면 이제 그 번호판은 순서에 상관없이 기억해 낼 수 있게 된다. 차의 앞에서 뒤로 훑으면 순서대로 기억이 나고 반대로 뒤에서 앞으로 훑으면 역순으로 기억이 나는 것이다. 혹은 실내를 떠올린다면 중간 순서의 번호판을 기억해 낼 수 있다.


중기 기억은 곧바로 휘발되지는 않지만 결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힌다. 나도 사실 책 중간에 나오는 대부분의 예제들을 잊어버렸다. 그러니 그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속 기억을 불러일으켜 그 기억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 ‘멘탈리스트’라는 미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멘탈리스트는 주인공이 기억력 천재라는 설정의 형사 드라마다. 극 중에서 주변인들이 그 기억력의 비결을 물으면 주인공은 마음의 궁전 (Mind Palace)에다 기억을 저장한다고 답을 한다. 당시에는 희한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터무니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기억력 고수들은 누구나 쓰고 있던 기술이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숫자를 외우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는 저자가 알려주는 기억법 중 가장 어려운 것으로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도 연마 중인데 정말 쉽지 않다. 이 부분은 독서의 재미를 망치지 않기 위해 설명하지는 않겠다. 실은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다.


기억 연습으로 종종 저자는 카드 외우기를 추천했다. 나는 약 5분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20장을 외울 수 있다. 저자는 45초 만에 덱을 외운다고 했다. 나는 몇 분이 걸리든 덱을 통째로 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은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여러 대상을 순식간에 시각화하여 특정 장소에 배치하는 작업은 엄청난 상상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목표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는 사람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연마하여 똥멍청이를 탈출해 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