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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덤 Mar 12. 2021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마태복음 5장 19절

  예수님께서 처음 제자들을 부르는 장면이다. 갈릴리 해변을 다니시다가 베드로와 안드레를 향해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신다. 성경은 소설처럼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잘 짜인 플롯으로 전개가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처음 성경을 읽는 경우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일까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따라 오라는 한 마디에 그물을 버려두고 바로 따라 가다니, 예수님께는 신비한 광채와 마술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는 걸까? 그때 당시의 상황을 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 동일한 사건을 언급하고 있는 다른 복음서의 본문을 살핀다. 


  관련 구절로 누가복음 5장 1~11절이 같은 장면을 다룬다. 누가복음에는 좀 더 자세한 당시의 상황이 펼쳐진다. 이미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신 예수님을 따라 무리들이 몰려가기 시작한다. 베드로와 안드레는 밤새도록 수고했지만 헛탕을 쳐서인지 무리에 속하지 않고 배에서 내려와 본인들의 그물을 씻는 중이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베드로의 배에 올라 가르치기 시작하신 것 같다. 베드로도 본인의 배에 올라 앉아 가르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을 것이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 들었는지, 대충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감화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말씀을 마치신 예수님이 배에서 내려와 베드로에게 말씀하신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예수님의 말씀에 깊은 감화가 있었다면 바로 순종했을 것 같은데, 베드로는 조금 뜨뜨미지근하다. '내가 밤이 새도록 수고해서 잡은 물고기가 없지만, 당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화를 끼치는 사람인 것 같으니 말씀을 따라서 그물을 내려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가 잡힌다. 베드로는 다른 배에 있는 동무들에게 손짓 한다. 어서 와서 도와 달라고. 당시의 베드로의 표정과 몸짓이 그려진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에,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힌 물고기를 끌어올리려는 수고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으리라. 결국 배가 잠길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거둔 후, 베드로는 예수님의 무릎 아래 바짝 엎드린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예수님을 향한 베드로의 호칭이 선생님에서 주로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물을 던지기 전과 후 많은 상황이 달라졌음을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말씀을 듣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 말씀을 듣고 행해야 할 필요에 대해서 묵상해 본다. 베드로가 자신의 배 위에서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얼마나 주의 깊게 또는 주의 깊지 않게 들었는지 알 길은 없으나 '말씀을 의지 하여' 행동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오늘, 지금 이 순간 경험한다는 것도 결국 말씀에 의지해 행동하는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항상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님의 뜻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도록 날마다 말씀을 의지하고 행동하고 그 경험으로 성장해 가야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의 조언이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는 결국 주님과 나의 1:1 관계 속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근거없는 믿음이 아니라 말씀을 통한 믿음의 행동만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임이 분명하다.


  현재 몸 담고 있는 단체가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서 있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총 소리는 울렸고 힘차게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언제 넘어져 경기를 포기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재정적으로 운영비가 충분하지 않고 진행하려는 사업의 사업비도 모자란 상황이다. 나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이 일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일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내 욕심, 내 명예를 위해서 이 일을 진행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걸까? 인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교묘하게 내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서도 화려하게 겉으로만 포장을 할 수 있기에 살피고 또 살핀다.


  하지만 나를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님을 주 앞에 고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던지는 일 아닐까?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물고기를 많이 주지 않으시더라도 나는 이미 주님의 무릎 아래 엎드려 주를 의지할 준비가 돼 있다.


  주여, 주의 영광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행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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