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네일샵에서 -상-

by 노을의 시간

모태 솔로였던 내가 28살에 처음으로 동갑내기를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장장 4년쯤 사귀었나, 나는 차이게 되고 그 이별의 아픔을 매일 같이 느낀 지 어느덧 8개월째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친구 K와 시간 때우기 이벤트를 찾다 수영 구청에서 교사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mbti 같은 연수를 듣고 광안리를 걷고, 수프카레에 맥주까지 먹고 지하철역까지 터벅터벅 걸었다. 광안대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나의 착한 친구 K는 나의 똑같은 이별의 아픔 레퍼토리를 들어주고 있었다. “언니가 너무 착해서 아직 못 잊는 거예요.”

친구와 이야기를 할수록 아픔은 더 커져왔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문득 네일샵이나 갈까 싶어, 아직 예약이 며칠 남았지만 예약을 당기기로 한다. “어머 S 씨(S는 나다), 지금은 바로 안되고 앞에 손님이 있어서 한 30분만 기다리면 할 수 있어요~”, “앗, 그럼 9시도 넘고 너무 늦어서 안될 것 같아요. 그냥 원래 예약했던 날 갈게요...”, “어머~~ 그냥 수다 떨면서 기다리면 되죠~~ 에이~~ S 씨 그냥 와요~~~~.” 네일샵 언니의 애교 섞인 영업 때문인가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네일샵으로 향했다.


시간이 너무 남아서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바닐라라떼도 한 잔 마시고 들어갔었나 그렇게 9시 넘은 심야에 네일샵으로 향했다. 앞에 손님이 패디중이라 네일 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푸념 섞인 말로 “아 부원장님, 그때 소개해준다고 하셨던 그분이라도 만나볼게요.” 네일샵 언니가 나의 결별을 알고 예전부터 만나보라고 했던 사람인데, 나이가 많아서였나? 거절했던 차였다. 너무 외롭고 헤어짐이 극복이 안되니 이 사람 저 사람 다 소개팅을 해달라고 조르고 있던 차였다.


“그 사람 이미 물 건너갔어요~~~.” ‘아.. 역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했다.


“아니 Y 씨(Y 씨는 패디 받고 있는 손님이다), 여기 이렇게 참한 처자한테 소개해줄 남편 친구나 누구 없어요?” 네일샵 언니가 패디 받던 손님에게 묻는다. “어, 조금 뚱뚱하긴 한데 좋은 사람 있어요!”


”아니 남편 친구가 있는데 뚱뚱한데 요즘 한 20킬로 뺐다나~ 그리고 세무사예요. “ 네일샵언니가 ”어머 세무사면 교사랑 느낌도 너무 잘 맞고 좋은데요, 20킬로 뺐다는 건 엄청난 자기 고집이 있는 것 같고 좋은데요~“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까지도 얼떨떨했다.


갑자기 그 패디 받던 손님이 내 사진을 찍겠단다. 맙소사 여기 왜 이렇게 일사불란하고 내 소개팅에 진심이지? 마치 내 소개팅이 계획된 시나리오를 받아 수행해 가는 심야 네일샵 같았다. 그리고 이 패디 손님, 내 사진에 진심이었다. ”이 각도가 너무 예쁠 것 같은데~ 이렇게 찍어봅시다. “ 나도 주문에 맞춰 살짝 아래를 향해 옆모습 사진을 어정쩡하게 찍었다. ”혹시 평소에 예쁘게 나온 사진 있어요? “ 나는 당황하며 갤러리를 뒤졌다.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친구 K랑 올랐던 금정산 고당봉에서 씩씩하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아 그냥 지금 여기서 찍은 사진이 좋겠어요. 남편한테 보내야지~~“ 신이 나셨다.


그렇게 휴대폰 번호를 넘기고, 패디 손님은 유유히 경쾌하게 사라지셨고, 나는 네일을 받았다. ”어머 진짜 잘 되면 좋겠는데~~“ 네일샵 언니의 응원을 받으며 밤 11시경에 터덜터덜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3시쯤 카톡이 왔다.


“안녕하세요~ Y누나한테 말씀 듣고 연락드립니다ㅎㅎ” “저는 B라고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받는 소개팅 첫 문자에 설렜다.


나: “안녕하세요 ㅎㅎㅎ 저는 S에요^^”

B:“반가워요~ S 씨는 시간이 언제가 편하신가요?”

나: “저는 뭐 평일 저녁 주말 다 괜찮아요 ㅎㅎ”

B: “음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어떠세요 ㅎ 오후 3시쯤?”

나: “이번 주 토요일은 제가 서울에 가서ㅠ 일요일은 괜찮아요!”

B: “그럼 일요일에 봬요 ㅎㅎ 사는 곳은 어디 쪽이신가요~만날 장소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ㅋ”

나: “네! 일요일에 뵐게요^^ 저는 OOO에 살아요”

B: “옙 카페 한번 찾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나: “네 좋은 오후 시간 보내세요오~~~” + 귀여운 이모티콘


그리고 그 만나자고 했던 일요일이 되었다.


아침 10시, 11시, 12시, 1시가 지나도 그 세무사 소개팅남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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