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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봇 Nov 01. 2020

치킨과 만두

닭고기와 만두에 대한 짤막한 고찰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며 사람들의 입맛은 빠르게 바뀌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이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치킨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어떤 한식(韓食)도 이와 같은 위상에 올랐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치느님’의 부상은 역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필 닭을 튀겨낸 요리가 한국을 대표할 만큼의 문화현상이 된 것은 과연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은정 작가의 <대한민국 치킨展>이 그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은 사뭇 흥미롭습니다. 치킨이 지금과 같은 지위를 획득한 데 있어서 치킨의 빠질 수 없는 파트너인 ‘맥주’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건데요. 물론 ‘치맥’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한 현상이지만, 저자는 이-영양학상으로는 부적절한-불변의 조합에 대해 한국 맥주의 맛을 변수로 제시합니다. 한국의 맥주는 그야말로 ‘안주를 부르는 맛’, 안주 없이 마시기에는 허전한 맛이라는 것이죠. 최근 들어 맥주회사들이 밀맥주, 에일맥주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음식점에서 주류(主流)의 주류(酒類)는 시원한 라거 종류입니다.

 치킨의 절대다수의 한국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닭요리가 어디 치킨만 있을까요. 우리의 닭고기 사랑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닭갈비, 닭개장, 닭백숙, 삼계탕, 닭도리탕 등등... 부위별로 맛이 천차만별인 닭고기는 식당뿐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육고기 식재료이지요. 현대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닭고기입니다.     




 그런데 닭고기가 만두와 만난다고 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닭고기만두라는 명칭은 조금 생소하죠. 당장 만두소를 생각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먼저 떠오르니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닭고기는 오래전부터 만두 재료로 쓰여왔습니다. 조선 후기의 조리서 소문사설(謏聞事說)에 나오는 황자계만두(黃雌鷄饅)는 닭고기와 꿩고기를 함께 쓰는 만두입니다. 닭과 꿩을 고기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삶아 살만 발라내고, 송이버섯, 파, 마늘을 다져 넣어 만두소를 만드는 레시피입니다. 닭고기 한 마리와 꿩고기 반마리를 쓰니 닭고기만두라고 이름 지어도 될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가금류 고기로만 만든 만두는 어떤 맛일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이 만두의 맥이 아주 끊긴 것은 아닙니다. 현대까지 전해져 오는 이북식 만두의 원래 레시피는 꿩고기를 쓰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꿩이 귀해지면서 닭고기로 대체해왔고, 아직도 많은 이북식 요리 전문점에서 닭고기만두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리책에서 볼 법한 것 말고,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 쉽게 찾을 수 있는 닭만두는 없을까요? 최근 들어 두 종류의 닭만두를 냉동식품으로 접했습니다. 

 하나는 다이어트용 닭가슴살 전문 업체에서 개발한 닭가슴살 만두. 닭가슴살로 가득 찬 만두라고 하니 처음에는 밋밋하고 퍽퍽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일반 만두와 맛에 있어 큰 차이가 없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열량 낮고 단백질 함량이 많은 건강만두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이어트와는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는 안주류입니다. 밀가루 피 대신 닭껍질을 만두피로 쓴 닭껍질 만두입니다. 닭껍질은 지방질이 많아 고소한 맛이 중독성 있지요. 쫄깃쫄깃한 것이 씹는 맛도 좋고요. 원래 일본식 이자카야에서나 볼법한 요리였는데 이렇게 시판 제품으로 나오니 신기했습니다. 

 다양한 만두 제품이 나올수록 만두 애호가인 저로서는 반가울 뿐입니다. 아직 닭고기를 쓴 만두 종류는 범위가 넓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요, 앞으로 더욱 많은 곳에서 닭고기 만두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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