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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Mar 18. 2021

서사적인 로맨스 <더티 댄싱><디어 존>

더티 댄싱


휴가를 맞아 여름 별장을 방문한 '베이비'는 흔한 댄스 강습에 지친다. 그러다 우연히 '자니'라는 별장의 댄스 튜터를 만나게 되고, 베이비는 그 길로 '더티 댄싱' 플라자에 들어선다. 처음에 봤을 땐 다소 충격적인 댄스 스타일이지만 신선함을 좋아하는 베이비는 더티 댄싱에 바로 매료된다. 실제로 영화의 제목은 <더티 댄싱>이지만 더티 댄스 장면은 한 씬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베이비는 자니에게서 더티 댄싱을 배우고, 의외의 소질을 발견한다.


네이버 영화


그러다 베이비는 별장 직원들의 사적인 문제를 알게 된다. 자니와 파트너로 일하는 댄스 튜터 '페니'가 임신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원래 공연장에서 춤을 추지 못하게 되고 베이비가 호텔 공연에서 페니의 대타를 뛰게 된다. 댄스에 문외한인 베이비는 자니를 스승 삼아 춤을 배우게 된다.

자니의 예상과 달리 베이비는 의외로 빠른 수업 진도에 적응해 나간다. 이 두 사람이 춤을 연습하는 장면은 영화 내내 손꼽는 명장면 중 하나이다. 맘보, 스텝, 리듬, 열정적인 춤 등 자니와 베이비는 파트너로서 같은 비트로 소통한다. 이 두 사람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고 말없이 춤으로 소통하는 과정은 굉장히 멋있다. 몸짓으로 함께 '호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영화


춤을 가르치면서 자니는 베이비에게 여러 메소드를 가르친다.

"팔을 쭉 펴고 자세를 곧게, 어깨에 힘 주고 눈은 상대를 똑바로 보기,

정면 보고 당당히, 엉덩이에 힘 주고,

자니의 팔은 그의 댄스공간, 베이비의 팔은 그녀의 댄스공간이므로 서로 침범하지 않기."


자니가 베이비에게 외치며 댄서의 소양을 가르치는 장면은 춤을 예술적이면서 사람의 소통 과정으로 그려낸 영화의 핵심이다. 여러 장면에서 나타나듯이 자니는 춤에 열정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단순히 별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대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춤을 보이고 싶어한다. 그토록 열정적으로 베이비에게 춤을 가르치고 별장에서도 자신의 댄스를 발전시키고자 노력을 거듭하는 자니는 인상적인 인물이다.


네이버 영화


영화의 손꼽히는 명장면은 바로 자니와 베이비가 외나무다리에서 맘보를 연습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은 물 속에서 대망의 '리프트' 동작을 연습하는데, 휘청거리면서도 올곧은 자세로 리프트를 선보이는 베이비는 마치 곡예사를 보는 듯하다. 물론 이때 베이비는 리프트에 성공하지 못한다. 페니 대신 서게 된 호텔의 공연에서도 베이비는 두려움에 리프트 동작을 피한다. 하지만 이 리프트가 언젠간 성공하겠지, 하는 희망감도 느껴진다.


리프트가 관객들에게 피겨 선수의 점프를 볼 때의 긴장감을 준다면, 공연 이후에도 자니와 베이비가 만나며 춤으로 호흡하는 과정은 로맨스가 피어나게 한다. 춤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자니와 베이비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싹트고 둘 모두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된다.


네이버 영화


우선 자니에게 베이비는 그를 처음으로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영화는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편견을 자니와 페니를 통해 보여준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은 채 페니가 자니로 인해 임신했다고 선입견을 가진다. 실제로 페니를 곤경에 빠지게 한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자니는 별장 손님들, 베이비의 아버지에게까지 무시를 받는다.


그러나 베이비는 자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다른 손님들처럼 그를 이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베이비는 자니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를 존중한다. 그녀는 가난이나 사회적 위치 등에 연연하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런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베이비는 영화 전반적으로 용기를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어려움에 처한 페니를 금전적, 현실적으로 도우려 하고 절도범으로 몰린 자니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아버지에게 자니와의 관계를 사실대로 고백하며 동료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는 용감한 사람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인 자니와 베이비가 'baby'라는 가사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차차차를 추는 장면이 있다. 자니는 검은색 러닝을, 베이비는 크롭티를 입고 뮤지컬 <캣츠>의 고양이처럼 서로에게 다가간다. 고양이처럼 기어서 팝송의 가사를 립싱크하며 서로와 호흡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굉장히 신나는 장면이다. 하나의 리듬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사랑이 경쾌하게 표현되는 장면이다.


이외에도 <더티 댄싱>은 제목과 달리 수위가 높거나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건전한 로맨스를 보여주며, 다른 많은 로맨스 영화와 달리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함께 사랑을 나누는 자니와 베이비의 모습도 춤으로 승화되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자니와 베이비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춤이라는 공통 분모에서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끼리 최고의 댄스 파트너이자 라이프 파트너가 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다행히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자니와 별장 댄서들이 함께 <500일의 썸머>처럼 단체 군무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베이비도 드디어 리프트에 성공한다. 어쩌면 리프트는 상대를 가장 신뢰할 때 나오는 동작이 아닐까. 자니에게 온 마음을 믿고 맡긴 베이비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그녀를 단단히 받쳐주는 자니는 서로에게 천생연분이다. 춤에서 시작해 춤으로 마무리짓는 영화 <더티 댄싱>은 댄스뿐 아니라 로맨스의 명작을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디어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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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나 <스텝업>, <서약> 등의 배우 '채닝 테이텀.'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의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이 두 사람이 로맨스 영화로 뭉쳤다. TMI를 말하자면, 이 영화의 각본가 '제이미 린든'이 실제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의 남편이기도 하다. 다시 원래 영화로 돌아와, <디어 존>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절절한 로맨스를 그린 서사적 작품이다. 


주인공 '존(채닝 테이텀 분)'은 군인이다. 그는 군 복무 중 잠시 휴가를 나왔고, 고향의 해변가에서 2주 간 휴가를 즐긴다. 특히 그는 서핑에 도전하는데 서핑을 잘 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는 바다가 주는 자유로움에 몸을 맡기고 서핑으로 힐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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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그는 우연히 '사바나(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를 만난다. 우연한 만남이 필연의 사랑이 되는 스토리. 이것은 많은 로맨스 영화에서 등장하는 소재인데 이번 영화에도 두 주연 인물의 사랑은 우연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든다. 운명적 사랑이라 할 때 속도는 중요치 않다. 존과 사바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만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은연중에 평생을 약속하고 서로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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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두 사람의 사랑에도 위기가 닥친다. 존이 직업 군인이 되어 계속 파병을 떠나는 것이다. 그도 사바나와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지만 사바나도 슬퍼하고,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다. 


이때 영화 제목과 일치하는 서사 구조가 특징적이다. 'Dear. John'이라는 영화 제목은 극중에서 사바나가 존에게 편지를 쓸 때 맨 앞머리에 쓰는 문구와 일치한다. 작품의 주된 스토리가 두 연인이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도 편지의 머릿말을 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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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에는 반전이 있다. 바로 사바나와 존이 어떤 계기로 헤어지게 되는 것. 그 계기는 사바나의 선택 때문인데, 포털 사이트 등을 참고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관객들이 안타까움을 느끼거나 비평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사바나의 선택이 100%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녀는 타인을 돕는 것을 삶의 주된 덕목으로 생각한 인물이다. 그래서 사바나 본인에게 스스로의 선택은 중요한 것이었다. 이 부분은 사바나의 대사를 통해서도 소개된다. 


다만 존은 큰 상처를 받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어색한 옛 연인으로 만난다. 사바나는 특수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뤘지만, 그 소망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존은 더이상 그녀의 곁에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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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몇 년 만에 만나 어색한 만남을 이어가는데, 존이 사바나의 집을 떠나는 순간이 온다. 이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그 예전 처음 만났을 때 둘이 늘 주고받던 대화였는데, 

'곧 만나자.' 

라는 말이다. 

예전에 이 말에 대해 존과 사바나는 '그래'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런데 더 이상 연인이 아닌 두 사람은 예전과 다르다. 사바나가 

'곧 다시 만나는 거지? 어서 말해줘.'

라고 물었을 때 존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안녕, 사바나'라는 인사를 한다. 이 부분은 두 사람의 달라진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이다. 동시에 두 사람의 사랑이 끝났음도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오픈 엔딩이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둘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데, 더이상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둘의 인연이 또 다른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둘이 어떤 관계를 발전시킬지는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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