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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08. 2021

놓치고 사는 것이 있나요 <어디 갔어, 버나뎃><클릭>

무비 풀코스

어디 갔어, 버나뎃


이 영화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으로, 해당 감독은 매우 유명한 비포 시리즈와 <보이후드> 영화의 감독이다.

거대한 스토리보다 대사를 중시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감독의 연출 방식답게

<어디 갔어, 버나뎃>도 스토리라인이 풍성하진 않다. 주인공들의 대사, 특히 가족이 형성하는 관계 위주로 작품이 전개되며

교훈을 전달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버나뎃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게 돕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이고, 원더우먼 치타 역의 배우도 출연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크게 세 명, 딸인 ‘비’와 남편 ‘엘진,’ 그리고 ‘버나뎃’이다.

먼저 버나뎃은 천재 건축가이고, 그녀는 맥아더상도 받은 최연소 건축가로 유망했다.

특히 그녀는 녹색 건축에 관심이 많아 20마일 하우스를 건축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20마일 이내의 지역 자재만을 사용해 건축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로 버나뎃은 맥아더 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유명 토크쇼 진행자가 그녀를 조롱하였는지 그 건축물을 허물어버려

건축계가 큰 혼란에 빠지고 특히 버나뎃은 건축가로서 자부심을 잃어버린다.

이로 인해 20년간 버나뎃은 건축 업무에서 손을 떼고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힘들어한다.


그런데 영화의 결말은 점차 예측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간다. 그녀가 우연히 남극 여행을 혼자 떠나게 되고,

그녀가 믿던 비서 만줄라가 실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 비서여서 신용이 도용된 것이다.


스포 있습니다



그래서 버나뎃은 망가진 여러 삶의 부분들에서 떨어져 다시 삶의 페이스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의 결과로 버나뎃은 건축가로서의 자질을 살려 새로 지어질 남극 기지를 건축한다.


이 영화는 정리하자면 액션이나 장르물이라기보다 완전한 휴먼 스토리이다.

특히 코믹함은 많이 없지만 감동이 있다.

대사와 상황 위주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작품 특유의 느낌도 드러난다.


특히 버나뎃은 창작가, 예술가이다.

창작가가 예술을 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영화가 표현한다.

결국 버나뎃처럼 천재 예술가는 창작을 해야 한다.

그토록 원하던 건축을 다시 하게 됐을 때 그녀가 얼마나 밝은 표정으로 진심으로 설레하는지가 관객들에게도 안도감을 준다.

영화 내내 버나뎃이 불안해보이고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가 힘들었던 것은 딸 비가 어렵게 얻은 자녀이기 때문이었는데

비도 독립적이고 의사 표현 확실한 딸로 잘 자라주어 버나뎃의 걱정을 덜었다.

그래서인지 비가 버나뎃이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라 말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비와 달리 워커홀릭 엘진은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되는데 그는 버나뎃에 대해 어떠한 것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가 창작욕구를 발휘하지 못해 우울함에 빠졌단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엘진은 버나뎃이 원치 않는 상담과 그녀가 원치 않는 도움을 제공하는데, 정작 버나뎃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는 들어보려 하지 않는다.

버나뎃이 실종됐을 때 엘진은 그녀를 찾지 않고, 버나뎃을 적극적으로 찾아 남극까지 가는 것도 비이다.



작품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 건축을 하게 됐을 때 반짝이는 버나뎃의 표정이 영화에서 관객들의 기억에 가장 남는 장면이 아닐까.

그래서 버나뎃이 남극으로 가는 유람선 바에서 창작에 대해 남긴 명대사가 있어 인용하려 한다.


이처럼 버나뎃은 창작을 놓치고 살았다.

놓치면서 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꼭 잡고, 예술가는 창작을 하며 자아 실현을 하라는 메시지가 영화를 통해 잔잔히 전달된다.


클릭


이 영화는 코미디의 달인 ‘애덤 샌들러’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예전에 그가 출연했던 영화 <픽셀>처럼

<클릭>도 게임과 같은, 또는 비디오 플레이를 했을 때와 같은 연출이 주를 이룬다.


그 이유는 <클릭>이라는 제목답게, 주인공 ‘마이클(애덤 샌들러 분)’이 인생을 컨트롤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가 주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가 얻은 만능 리모컨의 기능은 가히 놀랍다. 강아지 ‘선댄스’가 시끄럽게 짖으면

mute 버튼을 눌러 소리를 줄일 수 있고, 아내와 말다툼을 할 때 일시정지를 누르면 싸움이 멈춘다.

만약 아침의 교통 체증이나 부부싸움이 싫으면 빨리감기 버튼을 눌러 인생을 점프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빨리감기 기능이 많이 쓰이는데, 마이클은 승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빨리 감아

리모컨 버튼만 다시 재생으로 맞춰놓으면 승진해 사장이 된 상태의 기쁨을 즐긴다.

이 부분이 관객들의 공감을 많이 살 것 같다. 차 막힘, 부부 싸움, 승진이나 합격까지 걸리는 노력 등을

점프하고 모든 것이 해결된 상태로 점프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리모컨 버튼을 누르지 않을까.



그런데 역시 이 버튼에는 문제가 있다. 리모컨이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점프해서 배속했던 활동들은 앞으로도 쭉 배속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부분인데, 빨리 감기가 어떤 문제가 있겠어, 싶다가도

영화 후반부에서 마이클이 하는 후회는 안타까우면서 무섭기도 하다.


승진하기 위해 자동으로 점프가 돼서 어느새 10년이 흘러 있고,

아내와 말다툼하기 싫어서 보니 1년이 점프돼 있는 것이다.

나중에 마이클은 리모컨을 누르지 않아도 리모컨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탓에

저절로 몇 년의 시간이 훅훅 흘러서 마이클은 노인이 되어 있다.


그래서 마이클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부인 도나와 함께한 캠핑 등 즐거운 시간을 다 놓치고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자라나는 과정을 보지 못하고 어느새 눈떠보니 유치원생에서 직장인이 된 자녀들을 본다.

심지어 도나는 그와 이혼했고 마이클은 엄청난 비만을 얻은 노인이 되었다.



이후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수습될지 궁금하지만, 결말은 크게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마이클이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관객들은 안도감을 느낀다.

(결말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파리의 연인>처럼 마이클이 겪은 일이 꿈처럼 묘사된다. 그래서 그는 다시 리모컨을 얻기 전으로 가서 도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건축 일에 덜 시간을 쏟으며, 조금 덜 여유로울지 몰라도 가족들과 캠핑가는 등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놓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인생의 우선순위를 두어 그것을 놓치지 말자,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소 독특한 스토리지만 편안히 보면서 또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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