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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Mar 18. 2021

넷플릭스 코미디 <고잉 인 스타일><예스 데이>

넷플 신작 리뷰

고잉 인 스타일

최근 넷플릭스에 코미디 영화 <고잉 인 스타일>이 공개됐다. 이 작품의 개봉 연도는 2017년이지만 올해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다.


주인공은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그리고 '앨런 아르킨' 분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세 배우가 한데 모인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영화의 독특한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함인데, 생계가 어려운 세 노년층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좌충우돌 은행 털이(?)에 나선다.


네이버 영화


영화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세 노인을 그렸다. 세 사람은 직장 동료로서 30년 간 한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실직했다. 이에 더해 연금마저 끊겼고, '조(마이클 케인 분)'는 딸의 가족과 함께 사는 집마저 빼앗길 상황에 처한다. 열심히 일한 것의 대가가 실직이라니, 일하는 시간 동안 노후 준비를 못 한 세 친구들은 허탈한 마음에 4달러 뷔페와 냉동 생선을 먹으며 TV 쇼를 보는 저녁을 보낸다.


이들은 더 나아질 것이 보이지 않는 삶에 지친다. 세 사람은 더 나빠질 것도 없지, 하는 생각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로 은행 털이에 나선다. 이것은 영화적인 소재지만, 세 사람이 전화 통화로 처음 은행 털이를 결심하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묵직하게 묘사된다. '윌리(모건 프리먼 배우)'가 조와 밤중에 통화하면서 하는 대사가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1년에 한 번 가족들을 보러 가고 싶어.'


그래서 이들은 '고잉 인 스타일', 한 마디로 그들의 마이웨이를 따르기로 한다.


세 사람이 은행 털이를 위해 어설픈 듯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은 큰 웃음 포인트이다. 그들은 CCTV 위치 파악뿐 아니라 체력 단련, 도망칠 차량 마련 등 나름 체계를 갖춰 은행 털이를 한다. 특히 그간 운동을 하지 않았던 세 사람이 갑자기 강 주변을 산책하고 스트레칭을 연습하는 장면도 코믹 포인트이다. 굉장히 어설프지만 알리바이를 열심히 만들어 가는 세 사람. 영화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계속되는 세 사람의 도전(?)은 해학적이다. 특히 작품에는 뼈 때리는 유머가 가득하다. 예를 들어 조가 윌리와 '알버트(앨런 아르킨 분)'에게 처음 은행을 털자고 제안했을 때 윌리와 알버트가 '페라리를 사려고 해,' '최근 농구팀에 가입했어' 등 유머로 맞받아치는 장면이 있다. 그외에도 노망이 든 '윌튼(크리스토퍼 로이드)' 캐릭터, 부정적이지만 현실적인 알버트와 그를 하트 뿅뿅 눈빛으로 보는 마트 점원 '애니(앤 마그렛 분)'의 로맨스도 작품에 코믹함을 더한다.


그럼에도 영화에는 긴장 요소가 많다. 반전을 거듭하는 여러 영화적 장치들 때문에 관객들은 세 사람의 은행 털이가 끝까지 성공할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봐야 한다. 또 영화 초중반부에 세 사람은 은행 털이에 앞서 마트 털이로 예행연습을 하는데, 이때 너무나 어설프게 음식을 숨겨 나오는 조와 윌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폭소를 유발한다.


<고잉 인 스타일>은 <분노의 질주>나 <오션스> 시리즈처럼 은행 털이라는 소재 자체가 화려하게 펼쳐지진 않지만, 해학적인 유머와 나름의 씁쓸함, 그리고 궁금한 결말 등이 있는 영화이다. 개봉한 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OTT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만큼 코미디를 원하는 관객들이 많이 보는 추세이다.


영화 속 한 줄

누구나 파이 한 조각을 먹을 자격은 있다.
by 조



예스 데이!


이 작품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이다. 특히 가족을 메인 소재로 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4인 가족인데 자라나는 10대 딸, 그리고 여전히 그녀로 아이로 생각하는 엄마가 나온다. 더불어 이 작품은 자녀들에게 싫은 소리를 피했던 아빠가 책임감 있는 아빠로 크는 과정, 또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는 자유와 책임에 대해서도 말한다.


사람들은 흔히 잔소리는 사랑해서 나오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 작품과도 맞닿아 있는 문구이다. 이쯤에서 가수 아이유 씨와 임슬옹 씨의 잔소리가 떠오르는데, 노래 가사를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라는 부분이 있다. 영화 속 엄마 '앨리슨(제니퍼 가너 분)'과 아빠 '카를로스(에드가 라미레즈 분)'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은 자녀들이 안전하게 놀길 바란다. 하지만 십대로 커가는 아이들의 입장에선 자유도 필요하다.


그래서 큰딸 케이티와 엄마 앨리슨은 잦은 충돌을 겪는다. 여기에 아들 낸도도 한 스푼 더하는데, 낸도와 캐이티는 각각 학교수업 영상과 하이쿠로 엄마의 보시함(bossy함)을 비판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것은 앨리슨의 깊은 고민으로 이어진다.


네이버 영화

바로 과거 자신에 대한 고민이다. 아이들을 키우기 전과 어머니가 된 후 앨리슨의 삶은 많이 달랐다. 여기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이루어진다. 영화 초반부에 회상처럼 펼쳐지는 앨리슨의 과거에서 그녀는 모든 것에 예스라 대답했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패기를 가지고 혼자 배낭여행을 가서 낯선 인연에 몸을 맡겼다. 더불어 그런 여행길에서 남편 카를로스를 우연히 만났다. 다시 말해 앨리슨은 우연과 예스가 이끄는 길로 달렸던 사람이었고 재밌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부모님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가 있었듯이 부모님이 되는 것도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직장이나 학업처럼 연습을 거치는 과정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앨리슨도 어머니는 처음이었지만 온갖 일도 마다않고 자녀들을 위해 애쓴다. 영화다 보니 낸도의 영상이나 케이티의 하이쿠 등에서 앨리슨의 모습이 다소 과하게 묘사된 것도 있지만, 그녀는 몸이 세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매일 아침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등하교를 도우며, 아이들이 친구들과 안전한 모임을 가지도록 책임진다.


이처럼 앨리슨은 열혈 엄마였지만 아이들은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데, 영화에서 앨리슨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자신은 항상 악당이길 자처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앨리슨과 카를로스의 대비가 이루어진다. 특히 앨리슨이 고민하는 부분에서 '왜 항상 잔소리는 자신의 몫일까,' 라는 말이 나온다. 카를로스는 앨리슨이 'No'라고 할 걸 아니까 아이들이 위험한 소원을 말해도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스에게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가정에서 앨리슨이 'No'를 말하는 역할이었다면, 직장에서는 카를로스가 소위 말하는 악당의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재밌는 인물 설정인데 카를로스는 변호사로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테마파크 같은 직장에서 위험하거나 민폐 되는 일이 없도록 싫은 소리를 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누구나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한 명쯤 필요하지만, 이들은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어쨌든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서 만든 과제물 때문에 예스 데이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케이티는 엄마 앨리슨이 당연히 반대할 거라 생각하지만, 앨리슨도 선뜻 예스 데이! 에 나선다. '옛날의 쾌활했던 자신의 모습으로! 예스라 말한다고 큰일이야 나겠어?' 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녀의 과감한 도전은 결국 집안에 더 좋은 변화를 불러온다.


여기서 앨리슨과 카를로스에게 예스 데이의 아이디어를 처음 준 것은 아이들 학교의 운동 선생님이자 관리인이었다. 그는 마술사처럼 뿅 하고 나타난 인물인데, 이 또한 우연성을 상징하는 영화적 장치이다. 어린이 영화를 보면 항상 필요한 때 탁 나타나는 인물이 있지 않은가.


결국 앨리슨과 카를로스네 가족이 벌인 예스 데이가 영화의 메인 포인트이다. 그들은 5가지 과제들을 함께 수행하는데, 부모님이 'NO'라고 말하는 것 없이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예스 데이!의 핵심이다. 이 5가지 태스크들이 굉장히 고난이도(?)라 매우 코믹하고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이 적은 소원의 스케일은 생각보다 큰데, 먼저 '특정 음식을 30분 안에 먹기'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관객 분들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겠다. 힌트를 드리자면 보는 관객들의 속이 니글거릴 수도 있지만,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슈퍼 파워를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과제들도 매우 고난이도이다. 예를 들어 할리퀸과 슈퍼맨 버전으로 코스프레를 하고 세차장에서 차 창문 열고 세차하기 등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은 부모님과 여러 과제들을 수행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앨리슨이 더 자유로워진 자아를 되찾는데, 아이들과 운동 경기를 하면서 그녀는 묘기 수준의 운동 실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앨리슨은 예스 데이 도중 케이티의 부주의한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이 일로 두 사람은 또 크게 다툰다. 앨리슨은 딸이 아직 작은 아기 같다고 말하면서 케이티를 위해 거대 인형을 따는데, 이외에도 영화에는 코믹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카를로스는 막내딸 앨리의 소원을 들어주다 새한테 쫓기기도 하고 앨리슨은 부끄러운 모습을 마다않고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애쓴다. 두 사람이 예스 데이를 성공적으로 이끄려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준다.


특히 예스 데이를 거친 후 카를로스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그는 아이들의 대환장(?) 파티에서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의 모습을 보이는데, 낸도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이 'cool'하다고 말한다. 낸도도 철부지 아들이었지만 예스 데이를 거치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낀다. 케이티도 아직 자신이 부모님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임을 깨닫고, 앨리슨도 딸에게 적절한 자유를 주면서 딸이 성인이 되기 전에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기로 결심한다.


이처럼 예스 데이! 는 좌충우돌이었지만 가족의 화해, 성장을 돕는다. 특히 모녀 앨리슨과 케이티가 적절한 타협점에 이르고, 낸도는 철이 들며 아빠 카를로스도 아이들에게 'NO'라고 말하는 용기를 얻는다. 내용이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코믹하면서도 좌충우돌 가족의 성장기를 보고 싶다면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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