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로코를 보고 싶은데 적합한 작품을 찾지 못했다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딱 맞다. '르네 젤위거, ' '콜린 퍼스, ' '휴 그랜트' 등 유명한 배우들이 모두 모인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많은 로코 팬들에게 회자되는 시리즈물로서, 이번 매거진에서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다뤄보려 한다.
이 작품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작가가 <오만과 편견>의 팬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오만과 편견>의 인물들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특히 BBC <오만과 편견> 시리즈에서 주인공 '마크 다시' 역을 맡았던 배우 콜린 퍼스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에서도 현대판 '마크 다시' 역을 똑같이 맡았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외에 휴 그랜트 배우는 고전의 '위컴' 씨를 본뜬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은 3편까지 시리즈물로 만들어졌는데 '브리짓 존스'라는 30대 미혼 여자가 새해 결심을 하며 1년간 다이어리를 쓰는 서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랑이 메인 이슈이고 그녀가 어떤 상대를 만나는지가 주된 스토리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 베넷은 편견을, 마크 다시는 오만함을 가진 인물이었다. 브리짓 존스가 엘리자베스를 본뜬 역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비슷한 인물 설정을 가진다. 사랑스럽지만 좌충우돌, 사랑하는 마크 다시를 잘 믿지 못하는 브리짓. 정확하고 깔끔하지만 처음에 브리짓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는 마크. 이처럼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달달한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다.
1편에서는 브리짓이 마크와 연인이 되는 과정이, 2편에서는 브리짓과 마크의 연인 관계가 본격적으로 그려지며 두 사람의 사랑이 잘 유지되는지가 포인트이다. 이 과정에서 다니엘(휴 그랜트 분)이 사랑의 방해 인물로 등장한다. 브리짓과 만나는 동시에도 '라라'라는 여자와 사귀고 있던 다니엘은 시리즈 내내 브리짓과 마크를 힘들게 하는 바람둥이로 나온다. 그럼에도 그는 극 중 매력이 많은 인물로 묘사되어 1편에서 브리짓은 다니엘 때문에 마음이 들었다, 놨다, 해지는 감정 롤러코스터를 겪는다.
하지만 결국 브리짓은 마크와 이어진다. 여기서 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이 있는데, 특히 마크가 브리짓에게 처음 고백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있는 그대로 당신을 좋아한다'는 마크의 고백은 브리짓이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사실 작품에서 브리짓은 말괄량이로 묘사된다. 그녀는 리포터 일이나 출판사 업무 등에서 사고를 많이 치고 부모님에게 늘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담배, 술을 끊지 못한다. 옛날 영화다 보니 요즘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지만, 어쨌든 브리짓이 새해 결심을 하며 다이어리를 산 데에는 새롭게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묻어 있었다.
그런데 마크는 그녀가 변화하지 않더라도 어떤 모습이든지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 브리짓은 있는 그대로 좋은 캐릭터이다. 브리짓의 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극 중에서 인물들, 특히 다니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마크는 관객들처럼 브리짓의 장점을 온전히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이런 캐릭터 설정뿐 아니라 르네 젤위거 배우와 콜린 퍼스 배우의 케미, 두 사람의 명연기, 두 사람이 잘 표현해낸 캐릭터들의 매력 덕분에 영화의 느낌이 극대화된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3편까지 나왔는데,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 가며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들도 저절로 관객들과 함께 성장한 듯하다. 시리즈물로 나온 작품의 첫 번째,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옛날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