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 작은 마을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알로, 슈티>는 프랑스 작품으로 따뜻함과 귀여움이 묻어나는 영화이다. '슈티'는 주인공 '필립'이 발령난 마을 이름이다. 우편 배달부인 필립이 오랜 근속 끝에 승진을 눈앞에 뒀는데,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그는 프랑스 북부의 '베르그'라는 마을로 발령이 난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아내 '줄리'로 인해 필립은 남부 발령을 원했으나, 베르그의 작은 '슈티'에 우체국장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영화는 처음엔 불만스럽게 발령을 받은 필립이 점차 슈티 사람들의 정감 있는 생활에 익숙해지며 슈티에 애정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슈티는 날씨도, 주민들의 마음도 따뜻한 동네로 묘사된다. 그러면서 필립이 슈티에 가진 선입견이 점차 깨지고, 필립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온다. 그가 처음에 슈티에 발령이 났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곳의 혹독한 날씨를 걱정했다. 북부 지방인 만큼 추위가 상당하다고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필립이 실제로 가보니 슈티는 생각만큼 추운 날씨가 아니었다. 재킷을 걸치면 견딜 수 있는 바람이 불었고, 낮에는 햇살도 들었다. 여기서 필립의 마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특히 네이버 영화 소개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슈티'는 베르그 등 프랑스 북부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사투리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 <알로, 슈티>에서도 사투리가 유쾌하게 묘사된다.
예를 들어 필립이 처음 도착했을 때 그와 베르그의 우체부 직원들 간에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같은 언어 범주에 속하지만 방언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립과 그의 직원 '앙투완'이 처음에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유쾌하게 묘사된다. 한글 자막을 보면 '저기 사무실'을 앙투완이 '조기 싸무실'로 발음해서 필립이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필립도 점차 슈티에 적응하게 되고, 사투리인 '슈티미'에 적응해 슈티미로 주문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른다.
특히 필립이 슈티미의 특성을 익히면서 말꼬리의 음을 높여 질문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문장이 끝날 때 '에이? 앵?' 등의 소리를 내는 식인데, 필립이 슈티미를 처음 배우다 보니 실제보다 더 과장된 방식으로 문장 끝머리를 올리는 장면도 유쾌하게 묘사된다.
필립은 점차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앙투완과 낮술을 하다 업무를 망쳐 직원들에게 호된 꾸중을 듣기도 하며, 슈티 사람들의 고민 상담사 역할도 한다. 상사가 직원들에게 꾸중을 듣고 고민도 함께 나누는 사이라니, 슈티 마을 사람들과 필립의 허물없는 관계가 드러난다. 그러면서 필립은 앙투완의 고민을 듣는다. 영화에서 앙투완은 우체국 직원 '아나벨'과 구 연인 사이인데, 앙투완과 아나벨은 '솔직함'에 대해 말하는 인물들이다.
그간 앙투완의 어머니가 아들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앙투완을 많이 감싸 도는 바람에 아나벨과 앙투완이 연애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는데, 앙투완은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독립해서 살 의지를 표현하지 못했다. 이때 필립이 앙투완에게 솔직함을 조언하고, 앙투완은 이제 아나벨과 함께 살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영화의 반전이 드러난다. 이때 어머니가 화를 안 내고 오히려 기다렸다고 말하며 좋아하는 것이다. '아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 말씀하시면서 말이다. 무엇이든 표현해야 개선도 있는 법이다. 앙투완과 어머니처럼 솔직하게 생각을 표현하면 오히려 관계가 더 나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필립과 그의 아내 줄리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관계의 전환을 맞이한다. 줄리가 평소 우울증을 겪었는데, 필립은 그녀가 자신과 떨어져 살며 우울증이 낫고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베르그가 안 좋은 것처럼 사기극을 펼치지만, 눈치 빠른 줄리에게 금방 들통나고 만다. 하지만 줄리는 필립과 함께 사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이제 두 부부도 서로 거짓 없이 솔직하자고 다짐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스포 있습니다*
앙투완과 아나벨, 슈티 사람들의 이야기는 작품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필립의 이야기만 살짝 이야기하자면, 필립은 2년간 근무 예정이었는데 3년이나 지나서 인사 발령이 난다. 이것은 상징으로, 필립이 그만큼 슈티 마을과 그곳 사람들에 정 붙이고 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서 슈티의 격언이 등장한다.
타지인들이 슈티 마을을 방문하면 처음 올 때, 갈 때 두 번 운다
는 말이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타지인들이 점차 슈티에 정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에서 감독의 어머니께서 슈티미였음이 드러나면서 영화에 자전적 이야기와 실제 배경이 활용되었음이 나타난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에 재미있는 NG 장면들이 더해지며 작품은 유쾌하게 마무리를 맺는다. 즐거움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알로, 슈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