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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24. 2021

<키싱부스 3>

<키싱부스 3>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모두의 성장’이다. 베스트셀러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처럼 대망의 <키싱부스> 시리즈의 피날레는 막 성인이 된 친구들의 성장통을 담았다.


이번 시리즈는 3편을 계기로 완결인데 2편에서 엘이 하버드와 버클리에 모두 합격해 고민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래서 팬 분들도 3편에서 엘이 어떤 대학을 선택할지 궁금해 하였다. 3편에서 엘은 비교적 빠르게 가고픈 대학을 정한다. 그녀에게는 리와 노아 중 누구를 택할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했다. 시리즈 전편들에서 엘이 어렸을 때에는 우정을, 커서는 사랑을 더 중시했음을 고려할 때 엘이 하버드와 버클리 중 어떤 대학을 택하였는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엘의 선택에서 단순히 끝나지 않는다. <키싱부스3>에서는 엘의 고민이 그 어떤 편보다 많이 담겨 있다. 2편에서 엘과 노아의 라이벌로 등장했던 마르코와 클로이가 3편에서 재등장하면서 엘과 노아의 갈등은 또 심화된다. 더불어 엘은 첫사랑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리와 절친함을 유지하고 마르코와 적정한 거리를 두며 자신의 꿈을 찾는 것까지 감당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 내내 엘은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엘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아간다. 이번 영화의 대표적인 상징은 바로 공간적 배경인 ‘비치하우스’이다. 이곳은 플린 가족의 여름 별장으로 에번스네와 플린네가 매해 여름 함께 휴가를 보내던 곳이다. 3편에서 엘과 노아, 리와 레이첼은 플린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 비치하우스에서 대학생이 되기 전 여름을 뜨겁게 보낸다. 그런데 이 비치하우스는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이것은 바로 엘과 리, 노아가 함께했던 시기가 지나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연인 사이일지라도 모든 시간을 함께할 순 없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꿈을 향해 어른이 되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전에는 늘 감정의 정리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엘과 리는 ‘버킷리스트’를 함께 달성한다. 그들이 어렸을 때 낡은 종이에 적은 버킷리스트는 유년기의 꿈들이 사라지고 성인으로서의 꿈이 새로 채워짐을 상징한다. 그래서 두 ‘besties’는 해변가에서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청소년으로서의 우정을 정리한다. 이 버킷리스트에는 엘과 리다운 참신한 것들이 많아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대형 도넛 간판의 원 안에서 도넛 먹기, 모래성 쌓기 대회에서 1등하기 등이다. 그럼에도 가장 대망의 버킷리스트는 바로 ‘카트라이더’ 씬과 ‘플래시몹’ 씬일 것이다.


위 두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들이다. 먼저 카트라이더 씬에서는 리의 프린세스 분장, 엘과 레이첼의 카트라이더 캐릭터로서의 코믹한 분장 등을 엿볼 수 있다. 그 와중에 세 사람 모두 코스프레에 찰떡인 것도 재미있다. 이 장면은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어린이 때 즐겼던 카트 타기나 놀이가 여전히 즐겁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코믹하게 보여주다 해당 씬이 엘과 노아의 갈등이 심화되는 계기로서 작용하도록 흐름을 비튼다. 바로 카트 경주에 마르코가 참가했기 때문. 여전히 서브 남주로서 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마르코는 노아에게 심기 불편한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플래시몹 씬은 대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띤다. 2편에서 엘과 마르코의 DDM 결승전이 댄스 장면으로서 관객들의 흥을 돋구었듯이, 3편의 플래시몹은 마치 <하이스쿨 뮤지컬>처럼 엘과 리의 학교 친구들, 심지어 OMG 친구들까지 참여하며 화려한 피날레가 된다. 마치 작품의 완결을 아쉬워하는 관객들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장면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엘과 리, 엘과 노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노아는 엘이 리의 버킷리스트를 지키는 대신 자신과 시간을 더 보내길 바랐기 때문이다. 플래시몹이 끝난 뒤 허둥지둥 집으로 뛰어가는 엘의 모습은 두 플린 형제와의 관계 사이에서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그녀의 욕심 아닌 욕심을 보여준다. 리와 노아 두 사람 다 엘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엘이 둘과의 관계를 모두 잡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엘은 최종적으로 대학을 선택하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참신한 포인트이다. 엘이 당연히 하버드와 버클리를 갈 것이라 예상했던 관객 분들에게는 그녀의 선택이 놀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기 전 리가 먼저 차를 운전해 버클리의 기숙사로 떠나는데 이때 엘이 절친을 배웅해 주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해당 씬에서 리는 차를 타고 쭉 뻗은 가로수길을 가고, 뒤에 엘이 그에게 손을 흔들며 리얼 뷰 미러에 비치는 식이다. 이 장면은 엘과 리, 두 절친이 성인이 되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당 장면에서 독특한 연출이 엿보인다. 어린 엘부터 성인이 된 엘, 그리고 유아기 때부터 청소년을 거쳐 다 큰 리까지 엘과 리의 성장기가 3~4명이 넘는 아역 배우들을 통해 중첩되는 연출이다. 이 장면은 엘과 리가 함께해온 시간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제 두 사람이 유년기에 함께했던 추억을 떠나보내고 서로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부여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이가 여전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리가 차의 리얼 뷰 미러에 비치 하우스의 문고리를 걸기 때문이다. 리와 엘은 어렸을 때부터 매해 여름을 비치 하우스에서 함께 해 왔는데, 다이아몬드 문고리는 리와 엘이 보물찾기를 하며 놀던 토이였다. 그렇게 리가 두 절친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차에 걸고 가는 모습은, 비록 리와 엘의 몸은 각각 다른 대학에 따로 있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추억을 다 안고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엘과 리는 우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마찬가지로 엘과 노아도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두 사람의 결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아쉽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엘과 노아의 관계를 중심으로 작품 자체의 마무리도 열린 결말인지라 아쉬움이 남기는 하다. 그럼에도 3편은 엘의 성장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었음을 고려할 때 그에 걸맞는 결말일 것이다. 관객 분들이 직접 재미있는 결말을 보실 수 있도록 스포일러는 더 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엘과 노아 또한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리가 두 연인에게 넌지시 건네는 충고가 인상적이다.

‘형은 엘을 보살펴 주려 했지만, 엘이 바랐던 건 형한테 사랑받는 것이었어’

그간 엘과 노아가 다퉜던 이유를 보여주는 대사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해주고 싶던 것, 바랐던 것이 달랐기 때문에 둘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제 3편의 결말에서 새로운 관계의 전환을 맞이한 두 사람은 서로의 꿈과 인생을 응원하면서 각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엘과 마르코의 관계도 마무리된다. 아마 이 부분은 관객 분들의 예상과 비슷할 것이다. 꼭 연인이 되지 않더라도 뜨거운 여름에 엘을 짝사랑했던 마음도 마르코에겐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마르코는 엘보다 먼저 꿈을 향해 나아간다. 바로 ‘문샷’을 해보는 것. 2편에서 두 사람이 댄스 대회를 준비하며 대관람차 위에서 문샷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이것의 연결성으로 마르코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음악가로서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마르코의 문샷은 모험을 뜻한다.


이처럼 <키싱부스3>는 전편들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인물들의 관계성과 서사가 방대한 만큼 전편들의 로맨틱함이나 설렘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성장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물들이 각자의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3편은 완결작으로서 가치가 있다. 그간 <키싱부스> 시리즈를 사랑했던 관객분들도 각자 길을 향해 가는 엘, 노아, 리를 보며 <키싱부스> 컬렉션을 향해 가졌던 애정, 시리즈 완결의 아쉬움을 훈훈히 다독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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