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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12. 2022

[청춘 로코]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해우리는

1탄 - 스물다섯, 스물하나 - 서로에게 디딤돌이 되어준 사랑

올 상반기 두 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바로 SBS의 <그 해 우리는> 과 tvN의 <스물다섯, 스물하나>이다. 두 작품 다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한 로맨틱 코미디와 청량한 느낌 덕분에 2030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았기에 두 편의 드라마에 대해 리뷰해 보았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랑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사랑받은 이유는,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사랑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극중 '백이진(남주혁 분)'은 천방지축 18세의 '나희도(김태리 분)'를 만나면서 크게 변화하게 된다. 두 주인공이 4살 차이이기 때문에 백이진은 희도를 22살 때 만났는데, IMF로 인해 가정이 어려워지면서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하고 신문 배달을 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두 사람은 이진의 신문 배달을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때 이진이 우연히 희도의 집에 신문을 던지다가 오줌 싸개 동상이 부서지면서 두 사람은 매우 코믹한 상황에 직면한다. 


첫 만남 l tvN 공식 포토


이러한 두 주인공의 첫 만남은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이 드라마의 초반부는 유쾌함으로 가득차 있지만, 사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그 안에 먹먹하고 뭉클한 이야기들을 가득 안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다른 일반적인 로코와 달리 유난히 많은 세대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진을 일으켜 세워준 희도의 사랑

극중 이진과 희도의 사랑 중 더 와닿는 것은 이진의 사랑이다. 보통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는 여자 주인공의 관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이 멋진 남자 주인공을 만나 어떻게 사랑을 받는지가 위주이다. 하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다르다. 이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만나 어떻게 인생을 변화해 가는지가 로맨스의 핵심이다. 


극중 이진은 희도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삶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었다. 그는 부잣집의 장남이었으나 그의 가족은 전재산을 잃었고 부모님은 위장 이혼을 했으며, 남동생은 포항에 내려가 숨어 살았기 때문이다. 이때 이진은 새벽엔 신문 배달, 낮에는 만화방 아르바이트, 시간이 빌 때에는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매우 바쁜 삶을 살았고, 이러한 그의 청년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이진이 어린 나이에 포항에서 외삼촌의 일을 도우며 생선 장수로 생활하는 모습은, 그가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다녔던 20살 때와 대비되면서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진에게 응원을 건넨 희도 ㅣ tvN 공식 포토


이때 이진에게 가장 힘이 된 존재가 희도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이진이 포항의 겨울 바다의 공중 전화 부스에서 희도의 음성 메시지를 돌려서 듣는 씬이 있다. 그가 동전을 계속 넣어 가며 희도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당시 이진의 삶에서 응원이 되는 것이 희도뿐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희도도 마찬가지였다. 희도도 펜싱 선수로서 슬럼프를 겪을 때 이진이 먼 바다에서 전해주는 음성 메시지를 들으며 힘을 냈다. 

이러한 서로의 응원 덕분에 이진은 용기를 내서 언론고시를 본 후 UBS 기자가 되었고, 희도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두 주인공의 사랑은 단순히 설레는 감정이 아니다. 이진과 희도는 서로에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둠 속에서 나오도록 손을 잡아준 존재이다. 그래서 이진과 희도의 사랑은 여느 로코와는 달리 독특하며 소중한 관계성을 보여준다. 


'무지개' 장면


특히 이진의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으로 묘사되면서 가장 깊은 사랑이 어떤 형태인지를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이진이 태양고등학교에서 다큐를 찍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때 희도가 '고유림(김지연 분)'과 다큐 오프닝을 찍으면서 동시타를 하다가, 현장 PD의 무리한 요구 탓에 발목을 다치게 된다. 이때 이진은 희도를 안고 차에 태운 후 병원에 데려가는데, 가는 길에 두 사람은 잠시 무지개를 구경한다. 이 장면에서 이진은 처음으로 희도에게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관계 없어. 난 있는 그대로의 널 사랑하고 있고...'

흔히 사랑은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방의 감정을 돌려받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결점과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품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진이 보여준 사랑이다. 



희도의 가능성을 믿어준 이진의 사랑

그러나 이때까지 희도는 스스로가 이진을 사랑하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앞서 말한 무지개 장면에서 자신과 이진의 관계를 '무지개'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무지개'는 설레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에게 큰 응원과 지지가 되는 사랑을 뜻하며,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커다란 유대감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희도에게 이진은 12화까지 꾸준히 '무지개'와 같은 사람으로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그녀가 아시안게임에서 기차 연착으로 인해 경기장에 늦게 도착할 뻔 했을 때 이진이 발 벗고 달려와준 장면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10화에서 태양고 5인방이 같이 바닷가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이진이 희도의 멍을 보고 마음 아파 하거나, 희도에게 같이 음료수를 사러 가자고 말한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졸업식 전에 태양고 친구들이 학교 밴드부 '밀림의 왕자'의 공연을 즐긴 에피소드에서도 이진의 무지개 같은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전에 방송부였던 이진이 희도에게 응원의 문구를 읽어주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방송부 ㅣ tvN 공식 포토


이처럼 희도에게 이진은 자신을 품어주는 산, 바다와 같은 인물이다. 특히 희도에게 이진은 '응원의 목소리'와 같은 사람이다. 극중 희도는 선수촌에서 자신의 능력에 회의가 들 때마다 이진이 방송부 시절 녹음한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었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매우 상징적이다. 희도에게 이진은 그녀의 가능성을 믿고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는 존재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진의 믿음은 희도 어머니인 '재경(서재희 분)'의 불신과 대비된다. 즉 희도는 어머니에게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녀를 조건 없이 믿어준 이진을 믿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사가 있다. 희도가 이진에게 하는 말인데, 

'날 믿어준 너를 믿었어.'


펜싱 ㅣ tvN 공식 포토

그리고 이진 또한 희도에게 무한한 신뢰를 준다. 두 사람이 펜싱을 연습하다가 정전이 되고, 이진이 희도의 칼로 자신의 펜싱복을 찌르며 그린 라이트를 켜는 장면이 있다. 이때 희도가 '우리 엄마도 날 응원하지 않는데, 넌 왜 나를 응원해?' 라고 묻자 이진이 다음과 같이 답한다. 

'기대하게 만드니까. 자꾸 욕심이 나... 올라가서 원하는 걸 가져. ... 내 응원은, 그런 너에게 보내는 찬사야.'

즉 희도는 자신을 온전히 믿을 수 없었지만, 대신 그녀를 믿은 이진을 믿은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자신감'의 새로운 의미를 보여준다. 내 편인 상대방에게 의지하는 것도 때론 자신감이 될 수 있다는 것. 


응원의 관계에서 사랑의 관계로

그러다 희도의 감정이 변화하면서 드라마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12화의 마무리에서 세기가 바뀌며 주인공들은 2000년을 맞이하게 되고, 희도는 이진에게 세기말 키스를 한다. 이후 13화부터 희도는 이진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며 이전과 달리 남녀 간의 사랑을 하자고 이진을 설득한다. 이러한 희도의 감정 변화는 극의 분위기 변화로도 이어지면서 두 주인공의 러브 라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결국 이진이 여러 고민 끝에 희도의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무지개'에서 '이런 사랑'으로 넘어간다. 희도가 말하는 '이런 사랑'은 입맞춤 이후의 사랑으로, '무지개'와 '이런 사랑'이 대비를 이룬다. 


결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주인공의 결말에 아쉬움을 표했다. 비록 결말은 시청자들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희도와 이진이 극중 보여준 사랑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할 지점을 준다. 그저 박력 있는 남자 주인공과 발랄한 여자 주인공의 설레는 썸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이 되고 조건 없이 편이 되어주며, 인생의 터널 같은 시기를 지날 수 있게 같이 달려주는 관계. 그래서 두 사람이 보여준 사랑은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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