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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12. 2022

[청춘 로코] 그해 우리는

2탄 - 그해 우리는 - 돌고 돌아 다시 청춘

SBS의 <그 해 우리는>은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려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받았다. 그간 로코 장르를 하지 않았던 김다미, 최우식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춰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최웅(최우식 분),' '국연수(김다미 분),' '김지웅(김성철 분)' 등 인물들이 또래로 나오며 19살 때부터 29살, 그리고 그 이후까지의 일대기를 담으면서 청춘의 성장통을 그대로 그려냈다. 


<그 해 우리는>은 청량한 여름 느낌의 청춘 로코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이고 무거운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각각의 인물별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청춘이라는 시기를 헤쳐 가는 세 사람의 성장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국연수

먼저 국연수는 청춘과 가난에 대해 말한다. 극중 연수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할머니와 둘이 자란 인물로 나온다. 특히 그녀가 보낸 대학 시절이 기억에 남는다.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취직해야 생계를 꾸릴 수 있었기에 연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 학점 관리, 취직 준비, 스펙 쌓기 등을 하면서 대학 생활을 보낸다. 밥 먹을 틈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대학생 시절 최웅과 국연수 ㅣ SBS 공식 포토

이러한 연수는 그녀의 남자친구 최웅과 대비적으로 묘사된다. 극중 웅이의 부모님은 감자탕, 맥주 등 성공적인 지역 프랜차이즈 사업을 경영하고 계셨기에 웅이는 아무 걱정 없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 다음은 웅과 연수의 대화이다. 그들이 대학교 졸업 학년이 되었을 때 웅이의 방에서 나누는 이야기이다. (대사는 요약식으로 표현하였고 분량 상 일부 재구성했다)


웅: 나는 낮에는 햇살 아래서, 밤에는 등불 아래서 지내는 게 좋아 ... 너는 졸업하면 뭐할 거야?
연수: (마케팅 자소서를 쓰며) 취직해야지.
웅: 그게 꿈이야? 
연수: 응, 나한테는 이게 꿈이야. 
웅: (의외라는 듯이) 그래? ... 아니,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 내가 봤으니까. 더 공부하면 더 멋진 데 갈 수 있지 않나, 하고. 
연수: (독백) ... 선택지 없는 시험지 아니었을까 ...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웅이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부모님의 가게와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생활하지만, 반대로 연수는 졸업해서 합격하는 곳에 바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꿈과 웅이의 꿈은 현실과 이상의 대비처럼 대조적이다. 특히 연수가 생각한 '선택지 없는 시험지'는 그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단어이다. 웅이의 말처럼 그녀가 더 준비하거나 공부를 한다면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겠지만, 당시 연수는 꿈을 가지거나 공부할 여유 없이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는 것. 극중 연수는 이러한 아픔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최웅

이와 달리 최웅은 사랑에 대한 결핍을 가지고 있다. 웅이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연수처럼 현실로 인해 꿈을 갖지 못하는 것도 슬프지만, 최웅이라는 인물은 꿈이 없는 것도 슬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극중 웅이는 나무늘보와 같은 인물로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목표를 갖지 않는다. 그는 되는 대로 살아가면서 매일 건물을 그린다. 그의 그림은 고가에 판매되면서 웅이는 '고오 작가'라는 필명으로 활동하지만, 최웅이라는 캐릭터의 고민은 삶에 대한 의지나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연수가 가난 때문에 꿈을 생각할 겨를이 없던 인물이라면, 최웅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해 꿈을 가질 힘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그림 작가가 된 최웅 ㅣ SBS 공식 포토


이후 극의 후반부에서 밝혀진 반전으로서 웅이가 입양아라는 것이 공개되었다. 그러면서 그가 어릴 적 상처받은 경험으로 인해 무언가에 애써 도전하지 않고 흐르는 대로 순응하면서 살아간다는 서사가 설명되었다. 


위로가 되는 사랑

이처럼 웅과 연수는 각자의 고민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면서 서로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에게 '위로'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사랑이 '응원,' '구원' 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된다면, <그 해 우리는>의 사랑은 '위로'가 가장 큰 키워드이다. 


웅이는 연수를 만나면서 친부모님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연수는 힘든 삶에서 웅이의 배려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웅이와 함께 미래를 그린다. 두 사람은 19살 때 만나서 대학생 때 사귀다가 헤어진 후, 29살이 되어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거듭하다 결국 다시 사랑하기에 이른다. 둘은 재회 후 잠시 친구로 지내기로 하다가 다시 사랑하게 되는데, 이때 최웅이 연수에게 고백하는 씬이 있다. 

웅: 보고 싶었다, 국연수 ... 날 좋아해 줘 ... 내 손 놓지 말고.
29살에 다시 고백하는 최웅 ㅣ SBS 공식 포토


웅이가 이런 말을 한 데에는 연수와의 이별이라는 배경이 있다. 연수는 대학교 졸업 학년에 할머니가 잠시 편찮으시면서 빨리 취직을 해야 했고, 이에 웅이를 '버린다.' 

이 씬에서 연수는 "버릴 수 있는 게 너밖에 없어"라는 대사를 한다. 

시청자의 관점에서는 이 대사가 각자의 인물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먼저 연수의 입장에서는 당시 그녀가 포기할 수 있던 것이 사랑밖에 없기에 다른 문제, 즉 가난, 할머니 부양, 취직 등 무거운 현실을 떠안고 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웅이의 입장에서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다시 상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그의 아버지가 그를 거리에 버리고 갔기에 웅이에게는 '버린다'는 단어가 가장 큰 상처가 되는 것.


이처럼 두 사람은 서툰 이별을 맞이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29살이 되어 재회했을 때 과거를 묻은 채 다시 사랑을 한다. 특히 앞서 웅이의 고백에서 연수에게 더 이상 자신을 버리지 말고 좋아해 달라고 진심을 말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른 발전을 한다. 그래서 웅이에게 연수의 사랑은 버림받는다는 것의 아픔을 극복하고 누군가와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연수가 일하는 곳에 따라온 최웅 ㅣ SBS 공식 포토

한편 연수에게도 최웅이라는 존재는 큰 힘이 된다. 그녀가 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바닷가 근처의 공간 마케팅을 진행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때 웅이가 갑자기 연수의 일터에 나타나면서 그녀를 놀라게 하는 서프라이즈를 한다. 이에 연수가 웅이에게 백허그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연수: (독백) 최웅이라는 유일함을 사랑했다는 것. 

연수에게 웅이는 팍팍한 일상에 따뜻함을 주고, 새로운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힐링이 되는 사랑은 시청자들에게도 위로를 주었다. 


최종회 마무리 ㅣ SBS 공식 포토

<그 해 우리는>은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연수와 웅이는 마무리에서도 김지웅 PD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데, 이때 그들의 변화된 관계성이 재미있다. 이처럼 <그 해 우리는>은 첫 화부터 최종회까지 때론 유쾌함을, 때론 먹먹함과 위로를 주었기 때문에 올 상반기 작품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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