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아티스트’라는 꿈을 꾸곤 한다. 요즘에는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예술가들이 재능을 펼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소속 연예인을 ‘아티스트’라 부르기도 하고, 일러스트 등 디자이너, 건축가, 순수 예술가들 모두 아티스트에 해당된다. 예술가라는 이름은 듣는 사람들에게 때론 경외심, 동경, 부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예술가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지는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유명한 가수나 배우들뿐 아니라 아티스트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예술가, 또는 아티스트란 단어는 단순히 직업만이 아니라 그 이름을 추가 아니라 날개처럼 달기 위해 사람들이 흘렸던 수많은 땀방울을 의미할 것이다. 이것을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가 있어 소개한다. 특히 청춘의 예술을 향한 꿈을 보여주는 영화, <페임>이다.
먼저 <페임>은 뉴욕 공연 예술 고등학교에서 뜨거운 3년을 보내는 예비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연예술 고등학교인 만큼 다양한 아트 분야가 등장한다. 연기, 댄스, 노래와 뮤지컬, 피아노 등이다. 영화는 마치 옴니버스처럼 각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생들의 표정은 즐거움과 기대,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첫 1년간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다. 이때에는 연기 수업을 보여주는 씬이 흥미롭게 묘사된다. 바로 ‘마르코’와 ‘제니’ 커플. 둘은 같이 연기과에 속해 있지만 두 사람이 연기를 대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먼저 마르코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며 자랐기 때문에 연기가 몸에 배어 있다. 그는 물 흐르고 숨 쉬듯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 그러나 제니는 마르코와 다르다. 속에 뛰어난 잠재력을 품고 있지만 제니는 많은 생각과 연습을 통해 심도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캐릭터이다. 흔히 준비가 완성을 만드는 인물이다.
그래서 제니가 ‘엘빈’ 선생님의 첫 번째 연기 수업에서 감정을 이완시키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연기과에서는 처음에 상대방의 눈을 보고 즉각적으로 무언가 제스처를 취하는데, 이것을 보고 해당 사람은 또 다른 옆사람에게 바로 새로운 제스처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성적 생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직 감정이 통하도록 하여 즉각적인 반응을 연기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제니는 어려움을 겪는다. 감정을 생각하여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 즉각적인 표현을 해야 하는 연기자에게는 자연스러움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2학년이 되고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들 간에는 재능의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것에 때로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는 아트란 분야에는 재능이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용과에서 많이 나타난다. 작품에서 무용과 학생들은 발레부터 현대무용, 탭댄스 등 다양한 춤을 배우는데 이때 춤의 기본기부터 고난도 동작, 즉각적 표현 등을 쉽게 소화해 내는 학생들이 있다. 반면 춤을 분명 잘 추지만 앞서 말한 학생들보다는 실력이 다소 모자라는 학생들도 있다. 이 부분은 재능의 차이 때문이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가 바로 ‘앨리스’와 ‘케빈’이다. 앨리스는 현대무용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 결국 유명한 무용단에 선발된다. 그러나 케빈은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전문 댄서로서의 재능은 없다는 말을 듣는다. 공연예고에 진학해 오랜 시간 수련해온 케빈에게 선생님의 말은 커다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음을 잡지 못해 방황하지만 결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찾는다. 아티스트로서의 재능이 부족하다면 상심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튜터라는 새로운 선택지도 있음이 보여지는 서사이다.
한편 본인도 몰랐던 새로운 재능을 찾는 인물도 있다. 바로 ‘드니스’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전공해 피아니스트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그녀가 잘 하는 것이 또 있었으니, 바로 노래였다. 그러나 드니스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자신이 노래에 소질이 있음을 모른다. 그러다 우연히 독주곡을 연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다른 친구들이 드니스가 노래에 재능을 타고났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드니스는 어찌 보면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많은 관객들의 부러움을 산 인물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드니스는 잘 하는 피아노와, 잘 하면서 좋아하는 노래 중에 고민하다 자신의 열정을 찾아 나선다.
이처럼 학생들은 3~4년의 시간 동안 재능을 갈고 닦고 자신의 길을 명확히 찾아 나선다. 하지만 때론 재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제니와 드니스, 네일도 마찬가지였다. 제니는 영화의 작은 역할로 출연시켜 주겠다는 선배의 말에 그를 찾아가지만 희롱당할 뻔한다. 드니스도 음반을 내주겠다는 제작사의 캐스팅 제안을 받지만 친구들을 두고 혼자 유명인이 되고 싶지 않아 기회를 포기한다. 한편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 연기과에 입학한 ‘네일’은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 제작비를 대 주겠다는 제작사를 찾지만 사기를 당한다. 이처럼 예술가로서 성공하는 데에는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기회 또한 필요하고, 동시에 재능과 열정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시행착오가 있게 된다.
그럼에도 공연 예술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어려움을 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졸업 발표회에서 한층 성장해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대견함을 자아낸다. <상속자들>이란 드라마에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있었다. 이처럼 <페임>은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해 여러 도전을 거듭하고 예술가라는 이름의 무게를 넘으려는 청춘들의 도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