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위로를 얻고 싶을 때 소설을 찾는다. 그리고 흔히들 따뜻한 이야기, 밝고 희망찬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힘을 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삶을 살아갈 진짜 힘을 얻고 싶다면, 애써 밝은 이야기보다 슬픔과 고뇌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책들이 더 위로를 주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에게는 있는 그대로 주인공들의 상처를 덤덤하게 그려낸 소설들이 더 와닿는다.
<도서실에 있어요> 또한 그런 책이다. <도서실에 있어요>는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이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나름의 이유로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 센터의 '고마치 씨'가 인물들에게 하는 말은 이 책의 독자들에게 건네는 조언과도 같다.
어떤 책보다 무심한, 하지만 따뜻한 위로 '고마치 씨'
고마치 씨는 보는 순간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캐릭터이다. 덩치는 산만하여 디즈니 <빅 히어로>의 캐릭터를 닮았지만 작은 도서관 '레퍼런스' 공간에 갇혀 있는 대비적인 모습. 그리고 하얗고 포동포동한 피부 위에 검은 머리에는 다소 옛날 느낌의 하얀 비녀가 꽂혀 있고, 커다란 손으로는 작은 양모 펠트를 아기가 흙장난하듯 찌르고 있다. 이처럼 책의 저자 분은 고마치 씨의 첫인상을 다소 대비적인 특징들을 통해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그녀에게 한 번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책 속의 인물들이 고마치 씨를 보고 느낀 감정은 우리가 그녀를 활자를 통해 접하고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고마치 씨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녀가 주는 무심한 위로 때문이다. 책 속에서 그녀는 사서로서 각각의 인물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는데, 꼭 목록의 아래에는 인물의 상황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책 한 권씩이 추가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더해 고마치 씨는 "부록, 당신에게는 이거"라는 말을 하며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양모 펠트 공예품 하나씩을 선물한다. 이렇듯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의도가 공개되지 않고 전혀 예상을 빗나가기에 미스터리 한 느낌을 풍긴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들은 고마치 씨가 왜 인물들에게 뜬금없는 책을 추천해주며, 각기 다른 양모 펠트 공예품은 무슨 뜻으로 선물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특히 고마치 씨가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판타지 속의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이 책은 판타지가 아니기에 고마치 씨의 추천에서 미스터리함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도서실에 있어요>의 고마치 씨는 결국 인물들을 구원한다. 그녀가 그들에게 준 책과 양모 펠트는 그들이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서도 나오듯이 고마치 씨는 인물들의 각성을 의도한 적이 없다. 그리고 책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이 준 선물이 도서관 손님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결국 <도서실에 있어요>는 타인이 자신의 구원을 이끈다기보다는,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 나가도록 하는 '의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등장인물들도 고마치 씨의 선물 때문에 마법 같이 변화했다기보다는 결국에 그 선물의 뜻에 귀를 기울이고 삶의 변화를 위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성취부터 하나씩
고마치 씨뿐 아니라 각 인물들은 독자들에게 큰 위로를 전달한다. 저자의 글에 감탄을 하게 되는 이유이다. 먼저 1장의 '도모카 씨'는 작은 성취부터 하나씩 이루어내면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독자들이 이런 도모카 씨의 이야기를 읽으면 청춘 시절이 떠오르며 공감되는 지점이 많을 것이다. 특히 도모카 씨 스스로가 자신의 삶은 별 볼 일 없기 때문에 활기를 잃고 살아간다는 설정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만 하면 멋진 삶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은 '에덴'이라는 마트의 여성 의류 판매점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도모카가 꿈꾸던 삶은 현실과 사뭇 달랐다.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 어렸을 적 꿈이 떠오른다. 흔히들 어렸을 때에는 큰 도시, 또는 해외로 나아가 넓은 세상으로 가기가 쉬울 것이라고, 그리고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꿈을 반드시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차가운 현실을 깨닫는다.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에는 외교관, 정치인, 의사,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등을 꿈꾸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이 꿈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 높은 취업의 벽 앞에서 대기업 회사원도 큰 목표라고 생각하고 어렸을 적 꿈은 기억 저편으로 잊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겪는다. 그만큼 요즘 세상에서 꿈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꿈 속에서 빛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모카 씨가 삶의 활기를 잊고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공감이 된다. 원했던 모습과 너무 다르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싫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감정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늘 똑같은 유니폼, 진상 고객들 상대, 45분밖에 보장되지 않는 휴식시간, 마땅한 점심 복지도 없는 근무환경. 그리고 집에 가면 저녁은 편의점 일회용 식품뿐이고, 저녁이 있는 삶이나 주말의 여유는 마땅찮은 형편과 지친 심신 앞에서 언제 찾아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요즘에는 많은 직장들의 근무환경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도모카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 않나.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도서실에 있어요>는 독자들에게 인위적인 위로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모카의 삶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뀐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판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도모카의 삶 자체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그녀의 마인드에 변화를 준다. 고마치 씨가 그녀에게 준 양모 펠트는 프라이팬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실수처럼 준 책은 아이들이 보는 어린이 동화책 이야기였다. 여기서 착안해 도모카는 자신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본다. 그간 자신의 일을 폄하하면서 스스로 일의 가치를 낮추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닌지 등 도모카는 그녀가 그간 놓쳐왔던 것들을 하나씩 복기한다.
그리고 그녀는 일터에서도 고객들을 형식적이지 않고 진심으로 상대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일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옷은 일상적인 물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누군가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 사는 마음이 담긴 물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파는 도모카는 그녀의 말과 따뜻함으로 사람들의 기쁨을 배가 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도모카는 집에서도 자신을 더 돌보는 법을 찾는다. 그간 지겨운 일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않느라 그 흔한 운동도, 요리도, 취미도 없이 살던 그녀였다. 이제 그녀는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는데, 그것은 바로 '카스테라 만들기'이다.
도모카가 카스테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작은 성취'부터 해내는 것을 보여준다. 큰 무언가를 성취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프라이팬으로 카스테라를 만들어내는 것. 이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은 고마치 씨의 양모 펠트와 동화책이 무슨 의미였는지 깨닫고, 도모카 씨가 스스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며 미소짓게 된다.
그리고 독자로서도 결심해 본다. 그간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은 필자의 마음가짐 때문이 아니었을지. 너무 큰 목표를 쫓느라, 뜬구름을 쫓느라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일까. 삶의 사소한 부분을 놓쳤던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고마치 씨가 독자들에게 의도했던 것도 이런 되돌아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카스테라 만들기처럼 그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하다 보면 다시 삶의 궤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것이 고마치 씨의 첫 번째 레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