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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Jul 29. 2022

파리 여행이 고픈 요즘, <에밀리 인 파리> 시즌 2

일과 사랑, 낭만에 대하여

유럽 여행이 잦아지는 요즘 파리로 떠나는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자유와 사랑의 도시 파리에서 낭만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파리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 시즌 2를 리뷰하려 한다.


Subtlity, 미묘함에 대하여

시즌 1보다 더 재미있게 돌아온 시즌 2는 에밀리를 통해 자유롭게 사는 개인의 모습을 더 확장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리즈는 subtlity에 대해 보여주는 듯하다.


사랑에 있어서도 독특한 관계가 많이 등장한다. 에밀리 가브리엘 카미유, 에밀리 가브리엘 앨피. 미묘한 네 사람의 관계가 새롭게 등장한다. 얼핏 보면 두 커플의 더블데이트 같이 보이지만 여전히 에밀리와 가브리엘은 서로를 바라본다. 여기서 나타나는 미묘함이 있다.


그리고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일적으로도 관점의 차이가 등장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과 삶의 분리를 추구하며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주말엔 일과 관련된 메시지를 받지 않고 개업 파티에서도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 워커홀릭인 에밀리가 사부아르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실비는 본사의 매들린이 내려와 사부아르를 지사 취급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또 사부아르는 프랑스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케팅에도 반대한다. 가령 프랑스인들은 자전거는 밖에서 타는데 미국에서는 운동용 실내 자전거를 두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프랑스인들은 리크라는 식물을 살 빼기 위한 용도로 물처럼 우려 마시는데 미국 사람들은 그것을 감자 리크 수프로 만들어 마케팅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마이너한 사례이지만, 시즌 1에서도 앙투완의 메종 라보는 향수를 관능적인 이미지와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연관짓는 마케팅을 추구했었다. 처음에 에밀리는 이 광고를 어색해했지만, 관점의 차이,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들은 무형이기 때문에 미묘하게 느껴지고, 세심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제약 없는 사랑

무엇보다도 <에밀리 인 파리>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사랑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특히 제약 없는 사랑이 인상적이다.


시즌 2에서는 에밀리와 실비, 민디 등 여성들이 사랑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가브리엘과 앨피, 앙투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여자 주인공들이 감정에 충실한 사랑을 펼치는 모습도 보여준다.


마치 파리에서는 사랑에 있어 많은 것을 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에밀리 인 파리>는 직장, 이전에 만나던 연인 등 여러 요소와 별개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로맨스를 보여준다. 이것이 프렌치 로맨스일까.


특히 시즌 2에서는 다른 곳도 아니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진행되고 찾아오는 사랑에 솔직해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가브리엘과 실비, 에밀리 모두 그러한 생활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실비도 전남편인 로랑, 앙투완, 그리고 에릭과 사랑 경험이 있고, 가브리엘도 카미유, 에밀리 모두와 친분을 유지하고, 또한 가브리엘은 카미유와 사귀는 사이였지만 파리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카미유와 헤어지게 되고, 에밀리와 격한 사랑에 빠진다. 에밀리도 가브리엘과 썸을 타다가 영국 남자 앨피와 새로운 썸을 타게 된다.


시즌 1에서처럼 에밀리는 파리의 여러 인연과 썸을 타게 된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프랑스식 사랑은 그저 현재에 충실한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나름 독특한 관계를 유지한다. 가령 에밀리가 앨피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사실을 가브리엘에게 들키지만, 앨피는 가브리엘의 새로운 레스토랑인 셰 라보에 찾아가 저녁 식사를 하고 가브리엘은 그런 앨피와 같이 축구 경기를 보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앨피와 에밀리가 같이 가게를 나서 데이트 하는 것을 바래다준다.


이처럼 서슴없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은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물론 가브리엘은 에밀리와 앨피가 셰 라보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줘서 살짝 골탕 먹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카미유와 에밀리, 가브리엘의 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여기에 대해선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저 스토리라인 위주로 세 사람의 관계를 보면 될 것이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브리엘은 에밀리가 일 년 뒤엔 시카고의 직장으로 복귀할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그게 어때서,’ 하고 에밀리에게 되묻는다. 역시 현재를 중시하는 사랑, 시리즈의 일관된 정서이다.


그러나 남자친구를 두고 치팅한 에밀리에 대해 카미유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것 때문에 세 사람은 굉장히 어색한 삼자관계에 직면한다. 카미유는 가브리엘에게 셋이 같이 알콩달콩 지낼 순 없다고 분노하다가 가브리엘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오게끔 가브리엘과 5년간 보낸 시간과 추억에 대해 말한다. 이것은 에밀리가 갖지 못한 것이다. 가브리엘과 카미유가 함께 보낸 추억은 날아가지 않으니 말이다.


가령 카미유는 가족이 대대로 운영하는 샴페르 와이너리에 가브리엘을 초대해 그녀의 가족이 얼마나 가브리엘을 챙기는지 이야기하고,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추억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가브리엘을 되찾으려 한다.이 와중에 에밀리는 카미유와 화해를 했다고 착각하고 앨피와 썸을 탄다.


이 세 사람 사이에 대해 제작진이 비유삼아 삽입한 영화가 바로 <쥴앤짐>이다. 트뤼포 감독의 모더니즘 고전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일처다부제라는 독특한 스토리를 통해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마치 이들처럼 <에밀리 인 파리>에서 가브리엘은 카미유와의 오랜 연인관계를 토대로 그녀를 여전히 좋아하고 의지하는 동시에 새로 만난 에밀리와 밤을 보내고 관계를 키워가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어쨌든 <에밀리 인 파리>는 사랑의 결과에 대해 보여주진 않는다. 궁극적으로 에밀리는 파리에 일년간 머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 시간 동안 파리의 정취에 한번 몰입해서 “제대로 빠져보라 경험해보라” 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시즌에서는 파리라는 도시의 정서를 배경 삼아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의 전개에 있어 딱히 제동을 걸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랑엔 나이가 없다

에밀리와 세 청춘뿐 아니라 실비도 ‘쇼파드’라는 명품 주얼리를 홍보하는 유람선 파티에서 젊은 사진작가 에릭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실비도 사랑의 자유를 보여주는 인물인데,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들도 사랑의 감정을 충만히 느낄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실비가 에밀리보다 사랑에 더 적극적인 인물로도 볼 수 있다.


에릭과의 사랑을 통해 실비는 사랑을 통해 젊음을 느끼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면 젊은 연인들만큼 사랑에 뜨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비는 에릭을 통해 자유로움을 되찾는다. 여기서 상징적인 장면은, 실비가 더 이상 앙투완과의 파티에 가지 않고 에릭과의 파티에 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두 사람을 모자 관계라 부르며 모욕을 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에릭 앞에서 입맞춤하는 실비의 모습이 그려진다.


실비는 시즌 1 때와 달리 사랑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뜨거운 사랑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느낀다. 그녀는 오래전 헤어진 전 남편 로랑 그라토와도 가끔 만나는 사이를 유지하면서, 사랑에 있어 나이에 제약을 받지 않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사랑의 책임

하지만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실비가 앙투완과의 내연 관계 때문에 사부아르가 메종 라보의 마케팅 수수료를 지나치게 적게 받아 문제가 된다. 또 실비의 새로운 남자친구 에릭은 실비가 남편 로랑이 있음에도 여러 남자들과 원하는 때 만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실비뿐 아니라 에밀리는 카미유와 관계가 깨지고, 에밀리가 앨피를 만나 결국 가브리엘에게도 상처를 준다.


이들이 사랑으로 복잡해진 관계를 그저 자유로 치부할지, 그에 따르는 책임을 업고 잘 헤쳐나갈지는 후속 시즌에 달려있다.


능력에 날개를 돋다

시즌에서 또 큰 변화를 맞이한 중요한 인물은 바로 민디이다. 그녀는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을 펼쳐나간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파리에 완벽 적응한 그녀였지만 그녀는 자아정체성 중 하나인 꿈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2에서 민디는 나이트클럽에서 딤 피피, 즉 유럽의 공중화장실 앞에서 이용요금을 받다가 무대에 잠시 오르는 가수를 넘어서, 뜻이 통하는 밴드 구성원들을 만나 버스킹하는 보컬로 성장한다.


여기서 그녀는 브누아라는 기타리스트와도 새로운 사랑에 빠지며 파리에서 그녀의 인생을 더 넓게 펼친다. 그녀는 파리의 로맨스에 취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파리를 배경으로 멋진 꿈에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민디가 클럽에서 다이너마이트 솔로, all by myself, falling slowly를 파리의 가장 멋진 장소들을 배경으로 부르는 장면은 감수성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또한 민디는 카미유와 에밀리 등 친구들이 필요할 때 부드러우면서 정확한 조언을 주는 감초 같은 존재로 나온다.


시즌 2에서 그녀의 비중이 더 크게 나오므로 그녀의 캐릭터에 관심을 가졌던 시청자들은 민디의 변화를 눈여겨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은 민디만이 아니다. 가브리엘과 에밀리 또한 각자의 영역에서 큰 도약을 해낸다. 먼저 가브리엘은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오픈한다. 그는 카미유의 가족 대신 앙투안의 후원을 받아 메종 라보 브랜드를 잇는 레스토랑으로 자신의 식당을 자리매김한다.


가브리엘은 전체 주방장으로서 결정해야 될 사항도 많고 앙투안의 무리한 홍보 요구나 파리 대중의 취향을 맞추는 것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신 가브리엘은 자신만의 노르망디풍 요리를 내세우거나 조용하고 운치 있는 레스토랑 만드는 등 카미유와 에밀리의 도움으로 개성을 펼치려 애쓴다.


에밀리는 이전 시즌에 이어서 훌륭한 마케팅 아이디어들을 또 낸다. 피에르 카도와 캐리어 브랜드 리모와의 협업으로 피에르의 얼굴을 새긴 캐리어를 내는 한편, 리크라는 채소를 다이어트용 착즙 주스로 변모시켜 미국인들에게 셀링하는 것도 그 예시이다.


이런 에밀리의 모습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시장의 트렌드와 대중의 니즈를 읽어 프로덕트를 더 매력적으로 팔 줄 아는 마케팅 담당자의 모습이다.


특히 인상적인 사례는 바로 디올이 협업한 베스파를 에밀리가 사부아르에서 마케팅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리즈에서도 전달하고픈 메시지이기도 하다. 더이상 여성들이 명품백 등 치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을 개성 있는 아름다움으로 여기고 마치 명품백을 두르듯 신나게 스쿠터를 타는 것. 명품의 의미를 한층 바꿔 놓은 것이다. 백 대신 스쿠터라니.


파리에서 낭만을 한껏 즐기며 자유를 누리는 에밀리와처럼, 관객들도 낭만과 미를 즐기는 동시에 신남과 거침없음을 누리라는 뜻이다.


낭만에 대하여

한편으로는 프랑스 파리의 낭만에 대한 타국인들의 시선도 전한다. 엘피라는 캐릭터가 그렇다. 에밀리가 프랑스어 수업에서 만난 엘피는 파리의 이미지가 허상이라 말한다. 그리고 마케팅도 로맨스를 파는 도구로 상업화했다고 비판한다. 일부는 그럴 수도 있다.


엘피와 에밀리가 파리에 대해 가진 서로 다른 견해는 관객들의 서로 다른 견해와도 같다. 어떻게 생각하든 낭만이 허상이라 말하는 엘피가 오히려 공용 전동 스쿠터를 타고 재미나게 파리를 누비고, 낭만을 콘셉트화시켜 프로덕트를 판매하는 마케터인 에밀리가 파리의 로맨스에 흠뻑 취하는 설정이라면, 결국 정답은 없다는 뜻이 아닐까.


시리즈는 관객들이 파리의 이미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건 파리의 정취 안에서 재미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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