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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Jul 29. 2022

<쉘 위 댄스>, 사랑은 누군가와 삶이라는 춤을 추는것

파트너와 평생의 댄스를

제니퍼 로페즈와 리차드 기어가 만나 호흡을 맞춘 쉘 위 댄스. 이 영화는 불륜에 대한 소재가 아니고 두 주인공은 여타 로맨틱코미디와 다르게 사랑에 빠지는 관계가 아니다. 둘은 춤을 배우는 학원에서 처음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만남을 그렸다.


극중 리차드 기어가 연기한 주인공 존은 성공한 변호사처럼 보이나 사실 매일 사람들의 유언장을 마주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울함은 우울증과 같이 표면적인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존이 그러한 것을 잘 보여줬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무망 , 즉 희망이 없는 상태, 반복적인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 하는 상태에 존은 오랜 시간 동안 빠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 존은 묵묵한 절망 속에 있다가 더 이상 그러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때 그에게 한줄기 희망 같이 나타난 것이 바로 제니퍼 로페즈가 창밖에 서있는 춤 학원의 네온사인이었다.


춤이란 무엇인가. 같은 춤이더라도 존과 같은 중년 직장인과 제니퍼 로페즈가 맡은 캐릭터인 폴리나와 같은 댄서에게 춤은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 올 것이다. 폴리나와 그녀의 친구 바비에게 춤이란 진지한 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지한 강습소를 표방하고, 춤에 대한 열정을 뽐낸다. 바비는 대회 코스튬을 사려고 하루 종일 알바를 뛰기도 한다.


특히 8  처음 춤을 접한 폴리나에게 볼룸 댄스는 정체성이자 영혼의 일부이다. 존이 춤을 시작한 이유도 퇴근길 전철에서  보였던 학원 창가의 폴리나가 짓고 있던 표정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 새로운 흥분을 찾고 싶어하는 감정이 그녀의 표정에서 느껴진다. 그 모습이 존의 마음과 일치하고 그는 새로움을 찾고자 춤을 배운다.


점점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폴리나와 . 폴리나는 무슨 사연 때문에 미치 선생의 강습소에서 계속 임시 강사로 일한다. 그리고 존은 드디어 자유를 찾는다. 오랜 시간  속에서 타인의 비밀을 지켜왔던 그는  이상 일의 묵직함에 갇히지 않고, 춤을 통해 날아오른다. 밤이 되어도 강습소 거리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점프하고 왈츠를 추는 그의 모습은 진정 행복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이것은 의무와 속박에서 벗어난 존의 모습이다.


점점 강습소 사람들과  친해지는 . 노비스(초보자) 부문에서 다섯 가지 춤을 마스터하며 바비네이터 (바비의 애칭) 파트너가  .  등 동료들은 점점 존을 응원하고 그와 함께 춤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결국 영화에서는 춤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여 준다. 서브 인물이지만 칙과 벅  사람도 춤을 통해 정체성을 찾는다. 칙은 관능미를, 벅은 자유로움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존의 직장 동료이자 먼저 춤의 세계에 흠뻑 빠져 있던 링크도 라틴 댄스 대회에서  대신 바비의 파트너로 나선다. 그는 존보다 훨씬 춤을 많이 알고 오래 추었기 때문이다. 대신 존도 왈츠와 퀵스텝을 정체성 삼아 바비와 연습한다.


이처럼 강습소의 모두가 자아를 찾고 힐링하는 기적이 펼쳐진다. 지금껏 학원 대표인 미치 선생과 폴리나는 춤에 열정을 갖고 배우려는 강습생들이 없어  일과에 찌들어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춤에 진심인 강습생 과 벅, 존을 만나 그들도 치유된다. 더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 미치 선생이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약혼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땀범벅이 되어도 춤을 마다하지 않는 벅,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 위해 춤을 한껏 배우는 칙, 그리고 지겹던 일상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워진 존까지. 뿐만 아니라 링크도 바비의 훌륭한 파트너로서, 회사 동료들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조롱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위해 춤을 춘다.


그 후 영화 전반적으로 주인공인 존과 폴리나가 춤으로 소통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회 전날 존과 폴리나는 같이 퇴근하다가 불을  강습실에서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춤을 연습한다.  장면은  사람이 얼마나 춤을 진심으로 대하는지 보여준다. 같은 관심사, 인생에서 열정을 갖고 있는 대상이 모두 춤으로 같은  사람이다.


여기서  사람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반복한다. 폴리나의 마음에서 어렸을  느꼈던 춤에 대한 사랑은 그간 오래 잠재되어 있었는데 존과 대회 전날 연습하며 다시  사랑이 살아난다. 그녀가 “땡큐라고 말하는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리고 존은 대회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를 한다.


라틴 댄스 대회에서 먼저 춤을  링크와 바비. 처음 차차에서 링크는 가발을 신경 쓰느라 춤에 집중하지 못하지만,  번째 파소 도블레에서 그는 가발을 벗어던지고 다른 팀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춤춘다. 심지어 바비가 슬라이딩도 하며 춤에 임한다. 이는 상징적인 장면인데, 링크가 가발을 벗어던졌다는 것은 그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춤에  마음을 다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탠더드 대회의 왈츠와 퀵스텝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 상징적인 것은 그가 동작을 기억하지 않고 부드러운 선율에 몸을 맡기는 장면이다. 그에게 춤이 내재화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부인 비벌리는 탐정 더바인을 고용해 그와 친해지고, 탐정과의 술자리에서 그녀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는 많은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긴다.


“당신 삶은 누구도 안 봐주는(눈치 못채는) 삶이 아니야, 내가 봐줄(눈치챌) 테니까”


결혼생활에서는 상대의 모습을 포용할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비벌리는 존의 일탈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댄스 경연에서 스탠더드 댄스 부문의 왈츠를 하는 것을 딸과 함께 관람하는 시퀀스에서 가족도 존의 열정을 인정하게 되었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마무리되지는 읺는 . 아직 가족 간에 대화가  필요하다. 대회에서 가족을 발견한 존은 스텝이 꼬여 그대로 대회장을 나온다.


결국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은 자신과  옆의 사람들을 생각해서아닐까. 가장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존은 춤을 배운다는 말을 삼켜 왔다.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이 춤을 배우는 이유가 자신이 예전에 많이 행복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로소 비벌리와 존은 터놓고 대화를 한다. 존은 그간 비벌리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춤을 배운다고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진정한 파트너는 비벌리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터놓음으로써 오랜 오해는 풀리고 다시 비벌리와 존은 관계를 회복한다.


결국 춤은 영화의 상징적인 소재이고,  너머에는 ‘인생의 진정한 파트너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폴리나는 존으로 하여금 그의 인생의 열정, 그리고  열정을 공유할 파트너를 깨닫게 도와준 인물일 뿐이다. 존은 강습소에서 춤을 추면서, 그의 파트너는 춤에서도 인생에서도 비벌리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행동으로 보인다. 그가 장미꽃  송이를 들고 볼룸 댄스 정장을 맞춰입은  비벌리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리고 그는 폴리나의 환송 파티에 가기 위해 비벌리에게 파트너가 되어줄 것인지, 정중히 청한다.


이때 그가 내뱉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춤을 출 줄 모른다는 비벌리의 말에 존은 당신은 춤을 출 줄 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하고 19년이나 춤을 췄잖아”


여기서 영화의 메시지가 드러난다. 결국 사람들은 인생에서 함께 춤을 추는 파트너들과 삶이라는 춤을 추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조용한 백화점에서 춤을 춘다.  백화점 댄스 씬은 오래 회자될 것이다. 결국 화려한 무대나 댄스 대회, 코스튬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리듬을 나눌 파트너가 중요한 것이다. 춤을 추는 그곳이 거실 바닥이어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은 무슨 의미일까. 폴리나의 환송 파티에서 존은 기꺼이 그녀의 청에 응한다.

“Shall we dance, Mr.Clark?”

“I would love to.”

평소에 우울한 표정으로 창가에  있던 폴리나는 이제 창가에 Shall we dance라는 말을 플랫카드로 걸어놓았다. 영화의 제목이 캐치프레이즈처럼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래서 존은 폴리나의 파트너로서, 아내가 사준 구두를 신고 춤을 춘다. 서로 치유된  사람.


공통의 무언가를 통해 치유되고 자신의 삶에 더 충만하게 된 두 사람. 존과 폴리나의 변화가 인상 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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