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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Dec 02. 2022

[디즈니플러스 신작] <마법에 걸린 사랑 2>

마법에 걸린 사랑이 돌아왔다! 시리즈 탐구하기

항상 디즈니 동화에서는 주인공들이 결혼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마무리된다. 그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관객 분들이라면 한 번쯤 영화의 결말 이후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뒤에 그들은 정말 영원한 행복을 누렸을까? <마법에 걸린 사랑> 2편은 그러한 보편적인 궁금증을 반영한다.



영화의 1편에서는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지젤'이 현실 세계에 적응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2D 동화 세상인 '안달레시아'에서 포털을 통해 튀어나온 '지젤'과 왕자 '로버트'는 소설 속 캐릭터 같이 비현실적이었다. 한편 '낸시'와 그녀의 연인이자 이혼 전문 변호사 '로버트'는 3D 현실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지젤이 동화 속 인물이기 때문에 1편은 2D 애니메이션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면서 독특하게 시작했다. 전편에서 지젤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동화 속 세상인 안달레시아에서 뉴욕의 맨홀로 내려와 로버트를 만났다.


1편에서는 수많은 뮤지컬 넘버가 나왔고, 배우 '에이미 아담스'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안무를 추는 장면들이 많았다. 지젤이 '아아아'하면서 비둘기, 쥐, 바퀴벌레 등 동물 친구들을 부르고, 'I've been dreaming of a true love's kiss'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로버트와 함께 부르던 뮤지컬 넘버가 가장 유명하다. 이처럼 1편의 핵심은, 현실은 동화 속 세상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고, 특히 전 부인과 이혼하고 매일 이혼을 다루는 변호사 로버트는 현실이 절대 동화 같지 않다고 믿었다.



하지만 딸 '모건'을 키우는 싱글 대디 로버트도 우연히 거리 광고판 위에 서 있는 지젤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말 그대로 동화 속 공주님 같은 사랑을 만나면서 지속되는 행복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영원한 행복이라는 'happily ever after'는 관념적인 것이고 현실에서 찾기 힘들지만, 현실에서도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1편의 핵심 메시지였다.



2편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반대이다. 1편 원제가 <Enchanted>이고 2편 원제가 <Disenchanted>인 데에도 이유가 있다. 먼저 2편에는 1편의 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다. 1편에서 '수전 서랜든'이 맡았던 안달레시아의 전 여왕 '나리사'와 웜테일이 맡은 신하 '나다니엘' 빼고 모든 원년 멤버가 15년 만에 후속작에 재등장해서 반가움을 더한다.



한편 등장인물들은 몇 가지 변화를 겪었다. 낸시와 로버트는 서로 결혼해 안달레시아의 왕과 왕비가 되었고, 지젤과 로버트는 새로 딸을 낳았으며 모건이 10대 사춘기 소녀가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2편도 역시 장성한 다람쥐 '핍'이 아이들에게 베드타임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2D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다가 3D로 바뀐다. 2편의 아이디어는 바로 '영원한 행복'이란 과연 있는 것일까, 'happily ever after'는 없다는 것이다.


2편에서 지젤은 뉴욕에서 살며 영원한 행복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고 현실의 고충을 느낀다. 육아의 힘듦, 10대 step daughter를 키우는 어려움, 뉴욕의 번잡함 때문이다. 지젤은 로버트를 만나 안달레시아에서처럼 행복하게 살 줄 알았지만  현실은 동화 속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 전체와 함께 '먼로빌'이라는 새로운 마을로 이사하고 안달레시아의 모습과 닮은 것 같은 성에 산다. 그래서 그녀는 안달레시아에서처럼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로버트는 더 먼 통근을 해야 하고 모건은 새 학교에 적응을 어려워하고, 집은 낡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면서 더욱 안달레시아의 행복과 멀어진 모습을 보인다.



이때 지젤은 낸시와 로버트가 선물해준 안달레시아의 소원 지팡이를 사용한다. 모건이 자신을 새엄마라 부르자 속상해진 지젤이 소원 지팡이를 가지고 '현실이 fairytale 같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자, 먼로빌은 진짜 동화 속 마을처럼 바뀌어 '먼로레시아'가 된다.


하지만 지젤이 간과한 것이 있다. 동화에는 진짜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을까? 원작 안데르센 동화는 잔혹동화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동화에는 반드시 빌런이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백설공주의 마녀만 봐도 그렇다. 동화에는 항상 악당 역할의 마녀 여왕이 있고, 나쁜 트롤과 드래곤도 있다. 1편에서 수잔 서랜든이 나리사 마녀 여왕을 맡았다면, 동화 속 세상으로 바뀐 먼로레시아에서는 '말비나'가 새로운 마녀 여왕으로 등장한다.



또 여러 가지 재미있는 변화가 있다. 지젤은 모건의 친엄마가 아니라 새엄마이다. 동화 속 새엄마는 어떤가. 착하지 않고 야망이 있고 잔혹하고 허영심이 가득하다. 그래서 먼로레시아의 지젤은 의도했던 바와 달리 점점 악당으로 변한다. 1편에서 상냥하기만 한 지젤이 이번에는 이중인격처럼 점점 잔인한 새엄마로 변해가는 과정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지젤은 새엄마로서 모건을 홀대하고, 모건은 지젤의 홀대 속에 낡은 다락방에서 누더기옷을 입고 집안일에 묻혀 지낸다. 또 말비나는 사악한 여왕으로서 지젤을 질투하고, 귀여운 다람쥐 '핍'은 새엄마 지젤의 애완동물이기 때문에 계모 컨셉에 맞춰 사악하고 뚱뚱한 고양이로 변한다.


이런 여러 설정 속에서 작품에는 디즈니 동화의 재미있는 짬뽕이 보인다. 계모와 step daughter 사이인 지젤과 모건, 그리고 모건이 타이슨 왕자를 만나러 무도회에 가려고 하자 지젤이 막는 모습은 마치 신데렐라 같다. 그러자 탑에서 탈출하려 하는 모건은 라푼젤 같고, 지젤을 없애기 위해 독사과나 물레 등을 쓰는 말비나 여왕의 모습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기도 하다. 그 외에도 많은 디즈니 IP가 나와서 재미를 더한다.



어쨌든 점점 지젤은 자신을 잃어가고, 특히 그녀가 빈 소원은 먼로레시아뿐 아니라 안달레시아도 위험하게 한다. 지젤이 세상을 바꾸는 큰 소원을 빌면서 안달레시아의 마법의 힘을 모두 끌어썼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바로 '기억'의 힘이다. 그래서 모건은 먼로빌에서 사춘기 때문에 지젤과 멀어졌지만, 1편에서 나왔던 것처럼 지젤을 처음 만난 후 쌓았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안달레시아를 구해내고자 노력한다.


1편에서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가 가장 강력한 마법이라고 나오면서 로버트가 독사과를 먹은 지젤에게 키스해 그녀를 구했다. 2편에서는 기억이야말로 사랑의 힘을 담은 가장 강력한 마법이라고 나오면서 역시 공통적으로 사랑, 그리고 추억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디즈니 영화답게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모건이 먼로레시아를 구출해내는 과정은 관객 분들이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이번 작품은 판타지 영화답게 1편보다 판타지의 비중이 훨씬 커졌고 스케일도 확장되었다.



이번 스토리에서 소원 지팡이를 통해 결국 지젤이 얻은 교훈은 <어바웃 타임>과 비슷하다. 현실에서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없다. 고충도 있고 그것을 극복해내는 과정도 있고 즐거운 날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충실히 살면서 감사함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지속적인 행복이다. 매일 매 순간 행복하기만 한 동화 속 세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하는 것, 그것이 현실 속의 '행복'의 의미이다.

그리고 힘든 일들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그것을 이겨나갔다면, 그것이 또다른 기억, 즉 추억이 되어서 나중에도 삶을 잘 살아나갈 힘이 된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사랑이다. 이것이 바로 <마법에 걸린 사랑>이 전달하는 메시지이다. <Disenchanted>라는 재미있는 컨셉을 통해 1편과 같이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법에 걸린 사랑 2>는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 중이고, 1편과 색다른 재미가 있는 가족 영화로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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