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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Dec 09. 2022

<크리스마스 인 러브>

사랑과 사람이 넘치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인 러브>는 유명 베이커리 회사의 차기 CEO인 '닉'이 자회사의 제과점 '크링글스 컴퍼니'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차기 CEO가 정체를 숨기고 작은 마을에 오면서 그 마을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로, 유머가 많고 세상살이가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체를 숨긴 CEO와 자회사 HR 매니저의 만남

극중 주인공 '닉'과 '엘리'는 우연히 처음 만난다. 닉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자회사 제과점은 '화이트디어'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 이곳의 페이스트리 전문점 '크링글스 컴퍼니'에서 엘리는 인사팀 매니저이자 자회사 사장님의 딸로 일하고 있다. 닉과 엘리는 눈길에서 우연히 만난다. 닉이 엘리의 자동차 문에 부딪혀 만나는 첫 만남은 클리셰와 같으면서도 나름의 유머와 참신함이 있다.


사람의 가치

특히 이번 영화가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은, 인공지능이 발달한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인 러브>는 무형의 가치, 전통, 사람들이 만들어온 문화를 강조한다. 닉은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강조하지만, 엘리는 계속 크링글스 컴퍼니의 일은 직원들, 즉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다소 이상적이긴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스토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기계는 빵 모양을 똑같이 찍어낼 순 있지만 오히려 크링글스의 매력은 모양이 하나같이 달라서 빵마다 개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반죽을 자르고 층을 쌓고 프로스팅을 하는 직원들 각각의 손놀림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의성과도 연관되는 내용이다.


브랜드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 공헌

이처럼 일은 단순히 개성이나 창의성, 또는 효율 등 한쪽 면만 보고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닉처럼 구조조정이나 인원감축, 또는 자동화를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회 공헌'이다. 브랜드에서는 효율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사회에 주는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극중 크링글스 컴퍼니는 모양이 예쁘지 않아 폐기된 프링글스를 무료로 급식소에 기부하고, 별도로 직원들이 기부금을 모아 크리스마스 행사 때 불우이웃에게 기부금을 전달한다.


이때 엘리는 인사팀 매니저라는 높은 직책을 갖고 있지만 직접 예쁜 수공예품을 만들어 급식소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고, 직원들은 보너스 성과급을 기부를 위해 내놓는다. 이런 것들은 기계가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의 니즈를 파악하고 공감 능력을 토대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 이런 것에서 진정한 브랜드 가치가 나올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전통

가족 전통, 화이트디어만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다. 엘리와 닉은 서로 반대되는 캐릭터이다. 각각 정겨운 고향과 도시에 살고 있다. 먼저 엘리는 바쁜 일의 와중에도 매해 연말에는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환을 만들고 집안 장식을 돕는다. 즉 화이트디어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하루 행사가 아니다. 그들은 긴 시간 동안 함께 쿠키를 만들고 장식을 하는 모든 시간을 즐긴다.


한편 닉은 바쁜 경영진 가정에서 자라다보니 크리스마스는 다른 사람들이 챙기니 의무적으로 챙기는 하루의 휴일일 뿐이다. 닉의 가족은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다음날이면 다시 일로 돌아갔다. 사실 크리스마스 때 배달음식을 먹고 다음날 생업으로 복귀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데에는 정답이 없고 현대인들은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전통에 대한 이야기 같다. 연휴가 연휴라서 즐긴다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일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같이 하고,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같이 기쁜 순간들을 즐기는 것. 이것 또한 단순히 시간, 생산성으로 표현할 수 없는 전통과 무형의 가치일 것이다. 이처럼 닉이 생산성과 효율성만 강조하지만 그런 것으로 치환될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화이트디어에서 머물며 점차 닉의 생각도 변화한다.


'적당하고 편안해서,' 가 아니라 한 번쯤은 '진짜 좋아서' 무언가를 해본다

마찬가지로 영화는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보면 생업과 꿈이 같은 경우는 많지 않지만, 기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더불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겁먹지 않고 도전하라는 것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이다.


우리가 거창한 꿈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큰 꿈이 있고 자기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천직이 뭔지 잘 아는 것 같은데 나만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나이가 많은데도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때론 꿈, 적성, 천직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엘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회사의 인사팀에서 일하고 일에도 매우 유능하지만 그것을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녀는 좋아하는 일이 먹고 사는 직업이 되는 것도 어렵다고 믿는다. 그래서 엘리는 생계를 위해서 적당히 만족스러운 인사팀 일을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고 있는 일을 싫어하지 않고 나름 편안하며 생계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적당히'라는 것에 더이상 열정을 느끼지 못할 때, 그것에서 벗어나 가슴 뛰는 무언가를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엘리의 경우는 화환 만들기이다. 그녀는 수공예에 큰 재능을 갖고 있는데 그동안은 취미 삼아 만드는 화환으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닉의 도움으로 화환 만들기 사업을 시작할 용기를 내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엘리가 변화한 것처럼 닉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배운다. 이 영화에서 닉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준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서

사람에게 투자하면 배로 돌려준다

라는 말이 있다. 기계가 당장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어도 장기간으로 봤을 때 사람들의 의리와 충성심이 결국 회사를 성공하게 한다는 것이다.


닉이 화이트디어 마을에 오기 전에는 자동화에 대해서만 생각하다가 엘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바꾼다. 최종적으로 그는 더 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크리스마스 시즌뿐 아니라 발렌타인데이, 독립기념일 크링글 등 1년 내내 크링글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진정한 기업정신을 실천한다. "노동자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것이다"라고 연설하는 닉의 모습은 그의 성장을 보여주고, 영화 초반부와 대비된다.


그늘에서 쉴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 오랜 세월 전에 미리 나무를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라는 닉의 말처럼 그는 아버지와 베이커리 직원들이 함께 가꾼 기업의 브랜드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나무와도 같은 기업이 노동자들과 빵을 먹는 손님들에게 쉴 만한 그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의 의미, 서로에게 베푸는 나눔, 진정한 꿈, 그리고 돈과 효율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익숙한 크리스마스 스토리이긴 하지만 나름의 새로움이 있고 따뜻하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이므로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로서 추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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