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가 있는 밤 Dec 11. 2022

재벌 상속녀가 달라지다 <크리스마스 인 스노우>

<크리스마스 인 스노우>는 남자 버전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정신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영화 <크리스마스 인 러브>에서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서로 바뀐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인 러브>에서는 베이커리 회사를 이어받을 차기 CEO '닉'이 주인공이었다면 <크리스마스 인 스노우>에서는 선물 회사의 차기 CEO인 '앨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원제가 <Christmas Inheritance>라는 것을 보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달라지는 상속녀, 무에서 유를 만들었던 창업 정신을 배우다

앨런은 생계의 어려움을 느껴 보지 못한 부잣집 아가씨로서 파티광으로 살던 상속녀였다. 이렇게 철없던 앨런이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크리스마스 때 '스노우폴스'라는 아버지의 작은 고향 마을에 가면서 처음으로 실제 현실에 부딪힌다. 파티광이었던 앨런이 스노우폴스에서 회사의 기업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앨런 아버지인 '짐'의 회사는 대대로 물려받은 회사가 아니라 그와 '지크'라는 친구가 함께 어렵게 창업한 회사이다. 두 사람은 십만원이라는 돈을 갖고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사업을 일군 창업의 성공 신화이다. 짐과 지크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서로에게 면대면으로 편지를 전달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짐이 딸 앨런을 직접 스노우폴스로 보내서 지크 삼촌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전통을 지키라고 미션을 내린다. 극중 앨런은 회사를 이어받을 사람이지만 짐은 앨런을 응석받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어려운 일도 직접 해보고 기업의 핵심 정신을 느끼도록 다소 어려운 미션을 시킨다.


이 미션이 어려운 이유는 짐이 앨런에게 단돈 100 달러만 경비로 주었고, 비행기 표도 아니라 뉴욕에서 스노우폴스로 가는 장기간 버스를 타게 하고, 신용 카드도 쓰지 못하게 하고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건 돈이 모자라면 직접 벌어 쓰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짐은 앨런에게 지크 삼촌을 못 만나면 만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편지를 반드시 주고 오라는 미션을 준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부터 회사의 가치와 관련된 부분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이 미션은 앨런이 차기 CEO로서 더욱더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우연한 첫 만남

한편 스노우폴스에서 앨런은 그녀의 인연을 만난다. 로맨틱코미디답게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은 우연적이다. 앨런은 90년대 하이틴 로코의 퀸카들 캐릭터와 비슷하게 옷으로 가득찬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눈이 가득한 스노우폴스 마을로 간다. 그러다가 그녀는 남자 주인공 '제이크'를 만나는데, 제이크는 택시운전사이자 지크 삼촌이 운영하는 여관의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다. 제이크가 택시를 몰고 가다가 앨런의 캐리어에 부딪히면서 두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된다.


다시 여관에서 재회한 앨런과 제이크는 서로 대비되는 캐릭터이다. 먼저 제이크는 어렸을 때부터 스노우폴스에 살았고 택시운전사이자 호텔의 진상 손님을 관리하는 매니저로서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앨런은 뉴욕에서 파티와 사교계 행사를 즐기며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이처럼 겉보기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이지만 스노우폴스에 온 앨런은 수중에 돈이 없고 지크 삼촌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신분을 숨긴다.


처음에 제이크는 앨런이 기존 사교계를 떠나서 스노우폴스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제이크는 앨런에게 짐과 지크 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타고난 배경, 직업의 귀천과 관계 없이 자신의 삶을 일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정확히는 앨런이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스스로 돈을 벌게끔 돕는데, 이 장면들이 매우 유쾌하다. 앨런은 돈이 모자라기 때문에 호텔 숙박비를 벌기 위해서 지크 삼촌의 호텔을 청소하고, 제이크의 고모인 '데비'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서 제과 제빵 일을 돕는다.


다른 듯 닮은 제이크와 앨런

제이크와 앨런은 매우 다르긴 하지만 두 사람은 속 깊은 곳에서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 바로 제이크와 앨런은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느날 스노우폴스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추위에 떠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시퀀스에서 제이크는 여관 안에 동네의 모든 사람들을 데려와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의 행동에 영감을 받은 투숙객들은 각자 자신의 방과 소파를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때까지 주로 타인의 도움을 받던 앨런도 자신의 방의 소파를 추위에 떨고 있는 아기 엄마에게 제공한다. 또한 앨런이 거리에 있던 '벡스터'라는 노숙자도 호텔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초반부에서 제이크는 항상 벡스터가 따뜻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도록 달러를 쥐어 주곤 했었는데 초반부에 앨런은 자선은 사람의 자립을 해친다면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에 벡스터를 돕는 앨런의 모습은 그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제이크와 그녀가 다른 듯 보여도 서로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앨런의 성장

특히 영화 속에서 앨런의 가장 큰 성장을 보여주는 시퀀스는 바로 앨런이 산타의 만찬을 위해서 지역 상인들로부터 경매에 내놓을 선물을 받아 내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에게 공짜 기부를 권유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선물 가게의 차기 경영인이 될 앨런은 능숙한 설득력으로 지역 상인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나눔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경매에 내놓을 물건들을 받아낸다. 영화 초반부에서 흥청망청 파티를 즐겼던 상속녀 엘런이 모습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처럼 앨런의 긍정적인 변화는 그녀가 차기 경영인으로서 자질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의 반전으로 이어진다. 산타의 만찬에서 밝혀지는 반전은 관객 분들이 확인하시길 바란다. 결국 이 장면은 앨런의 진짜 미션에 대해서 보여준다. 그녀의 진짜 미션은 편지를 전달하는 것보다도 앨런이 스노우폴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크리스마스 인 러브>와 비슷하게 기업의 브랜드 가치인 전통, 우정, 그리고 사랑을 배워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면 시청자 분들은 왜 영화 내내 지크 삼촌이 오랫동안 여관에 오지 않았는지, 왜 짐은 편지를 전달하라고 엘런을 스노우폴스에 보내놓고 그 해의 편지는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딛고 꽃핀 사랑

그리고 앨런은 제이크와도 어려움을 딛고 사랑을 이뤄낸다. 제이크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가 이전에 믿었던 여자가 그를 버리고 떠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엘리 런던'이라는 가명을 쓰던 앨런이 사실 상속녀 앨런 랭포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큰 위기가 생긴다. 하지만 로코답게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데, 앨런이 용기 있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 덕분에 제이크와 앨런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 두 사람의 로맨스 또한 귀여운 에피소드가 많으니 시청자 분들이 확인하시길 바란다.



이처럼 <크리스마스 인 스노우>는 크리스마스 로맨틱코미디 중에서 러닝타임이 길고 스토리가 풍성한 작품 중에 하나이다. 익숙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앨런의 성장 과정이 유쾌하고, 앨런이 제이크와 스노우폴스 사람들과 천천히 몽글몽글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으니 추천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인 러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