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가 있는 밤 Dec 16. 2022

크리스마스 앳 팰리스

여러분만의 크리스마스 별을 찾고 있나요

왕궁을 배경으로 한 크리스마스 영화는 다소 식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유럽의 궁전과 같은 곳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보태서 참신함을 더하고 다른 영화와 차별화 하였다.


배경은 센세노바라는 가상의 왕국이다. 이번 작품은 마치 <프린세스 다이어리>와 <크리스마스 스위치>를 한 데 합쳐 놓은 것만 같다. 주인공인 케이티가 피겨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하다가 코치로 전향해 전국 투어를 하던 도중 우연히 센세노바에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에서 케이티는 센세노바의 왕인 알렉스와 우연한 기회로 처음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왕과 일반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익숙한 스토리다.



하지만 알렉스는 여타 다른 로맨틱코미디의 왕들과는 다르다. 다른 영화들에서는 싱글이고 차밍하며 매력적인 젊은 왕이 등장하지만 이곳 센세노바의 알렉스는 크리스티나라는 다 큰 딸이 있고 근심이 가득 찬 왕이다.


이 영화가 다른 크리스마스 영화들과 가장 다른 점은 주인공인 알렉스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만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점에서 알렉스와 케이티는 서로 닮았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보내는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케이티와 알렉스는 공통점이 있다. 케이티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크리스마스를 추억했던 전통이 있고, 알렉스는 돌아가신 선왕과 크리스마스 때 성대한 왕국 파티를 열어 크리스마스를 어떤 연례 행사보다도 성대하게 기념하는 국가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알렉스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킹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케이티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크리스마스 때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알렉스 또한 선왕이 세상을 떠나자 크리스마스 전통을 이어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두 사람 다 크리스마스에 소중했던 부모님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영화 초반부에서 두 사람이 왜 크리스마스를 완전히 즐기지 못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핵심 소재인 크리스마스 피겨스케이팅 공연이 열리면서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변화한다. 케이티와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유명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제시카가 공연을 위해서 센세노바를 방문한 이후 케이티, 제시카, 그리고 크리스티나 공주는 알렉스 왕이 다시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세 사람은 선왕의 유지를 이어받아 크리스마스 피겨스케이팅 공연을 개최한다.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 사람은 훌륭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이 공연은 주인공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도록 돕는다. 먼저 케이티와 알렉스는 부담감이라는 오감정을 크리스마스 공연을 통해서 극복한다. 케이티는 훌륭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였지만 부상을 입은 이후 자신에 대한신뢰를 잃었고, 그 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고 스케이팅을 포기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제시카랑 비롯한 여러 선수들의 코치로 살아 왔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스케이팅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케이팅을 포기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 .


그리고 영화 후반부까지 케이티는 계속 크리스마스 스케이팅장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영화 중간부까지는 제시카가 크리스마스 공연의 주인공 이었다가 제시카가 부상을 입고 케이티가 스케이팅을 해야 하게 된 상황은 굉장히 클리셰하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케이티가 스케이팅을 하지 않고, 그녀가 제시카와 함께 고향에서 후배들을 양성할 아이스링크장을 구매하러 센세노바를 떠나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다른 영화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또 한가지 반전은 원래 공연이 제시카 또는 케이티가 맡을 여왕 역할을 중심으로 센세노바의 건국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지만, 제시카가 부상을 입고 케이티가 떠난 후 알렉스 왕이 그 이야기를 바꿔서 자신이 왕으로써 공연에 직접 출연한다는 것이다. 케이티가 당연히 여왕으로서 공연이 마무리 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일반적인 클리셰와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더욱 더 흥미롭다.


특히 알렉스가 나선 것은 영화 초반부의 그의 모습과 대비되며 알렉스 또한 크리스마스를 잘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크리스마스의 진심을 즐기는 왕이 되었다는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처음에 백성들에게서 그린치 왕이라고 불리고 선왕 때처럼 크리스마스 전통을 훌륭히 이어 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스케이팅 공연을 열어서 새로운 국가의 전통을 만들고 2세대 크리스마스 왕으로 거듭난다.


그렇다면 케이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는 바로 알렉스 왕이 케이티에게 선물한 크리스마스 별 장식이다. 크리스마스 별은 센세노바의 가장 상징적인 별이자 국기에 그려진 문양이다. 또한 알렉스의 아버지가 알렉스에게 ‘왕으로서 일이 힘들 때면 언제나 별을 보면서 자신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가르쳐 준 상징적인 별이기도 하다.


그렇게 때문에 알렉스가 센세노바를 떠나 아이스링크장을 구매하러 간 케이티에게 크리스마스 별 장식을 보낸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바로 케이티 또한 크리스마스 별을 따라 가서 자신의 마음이 닿는 스케이팅을 다시 하라고, 진정한 자아를 다시 찾으라고 독려하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스링크장을 포기하고 센세노바로 돌아와서 알렉스 왕과 함께 매해 연중 내내 피겨스케이팅 공연을 개최하는 스케이팅 선수로써 다시 빙판에 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화는 주인공 커플인 케이티와 알렉스 뿐만 아니라 서브 커플인 제시카와 니콜라스의 이야기도 다루기 때문에 특별하다. 제시카는 오랜 세월 세상을 돌면서 피겨스케이팅 공연을 해 왔지만 케이티가 했던 것처럼 후배를 양성하기 위해 고향인 뉴저지에서 아이스링크 전에 운영하는 코치로 거듭난다 . 이것은 케이티의 꿈이 아니라 제시카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니콜라스는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손손 센세노바 왕궁에서 왕을 보필하는 신하이자 비서 역할을 해 왔지만, 제시카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우선시되는 일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그가 케이티를 대신해서 제시카와 함께 아이스링크장을 운영 하는 모습은 그 또한 다른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삶을 찾아 나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와 피겨스케이팅이라는 독특한 2가지 소재를 연결해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내용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별과 같은 영화인 셈이다. 왕궁을 배경으로 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화려한 의상과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 멋진 소품 등 미술적으로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새로운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를 찾고 있었다면 이 작품을 보면 좋을 것 같다.



명대사 소개

I’m just a man who loves a woman who hopes loves him back
매거진의 이전글 재벌 상속녀가 달라지다 <크리스마스 인 스노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