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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31. 2022

[넷플 신작] <파트너 트랙>

법을 수호하는 것, 공정한 직장, 그 너머의 딜레마

<파트너 트랙>은 1세대 한국계 미국인 여자이자 변호사인 '잉그리드 윤'이 대형 로펌의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가 파트너에 오르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로 잉그리드 역의 배우 '아덴 조'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인터뷰에서 <파트너 트랙>이 그간 다른 드라마들이 다루지 않은 지점을 언급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즉 이번 드라마는 기존의 작품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양성을 다룬다는 것. 그런 면에서 <파트너 트랙>은 비슷한 주제의 레플리카보다 더 많은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한 '파트너 트랙'은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 있다. 흔히 변호사, 재무 및 경영 컨설턴트, 회계사 등 전문직은 대형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펌, 로펌에 일해서 실력이 쌓이면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직업적 특성상 거물급 클라이언트를 고객으로 삼아 회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소수의 직원만 최종적으로 파트너로 승진하며, 주니어 시기에 대기업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실적이 중요하다. 그리고 파트너가 되기 위한 후보자로서 물망에 오른 사람들이 '파트너 트랙에 있다'고 일컬어진다. <파트너 트랙>도 마찬가지로 인물들이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뉴욕의 대형 로펌인 '파슨스 밸런타인 앤 헌트,' 특히 M&A 부서에서 1년간의 파트너 트랙을 거치며 승진하기 위해 애쓰는 경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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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딜레마

<파트너 트랙>은 크게 세 가지 딜레마를 묘사한다. 특히 주인공 잉그리드, 그녀의 절친인 '레이첼'과 '타일러,' 잉그리드와 히스토리가 있는 매력적인 런던 변호사 '제프 머피,' 금수저 '댄 팰런'을 비롯한 6년차 변호사들이 파트너에 오르기 위한 과정을 10화에 걸쳐 치열하게 묘사했다. 특히 주인공들의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제작진은 사회적 성취를 위해 개인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희생해야 하는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그들이 겪는 갈등, 고뇌에 비중을 두었다. 


먼저 <파트너 트랙>은 변호사가 반드시 정의를 실천하고 올바른 일만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딜레마를 그린다. 즉 개인의 가치와 상관없이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은 때로 고객의 이익을 위해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하는 상황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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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선 코프'와 '민 엔터프라이즈'의 인수 합병 사건인데, 이것은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거대한 석유 화학 에너지 회사인 선 코프가 비교적 더 작은 규모의 재생 에너지 회사인 민을 인수합병하려고 하는 사건이다. 더불어 주인공 잉그리드 윤이 선임 변호사로서 주관했다. 특히 주인공 잉그리드는 하버드 법대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굉장히 유능하며 통제할 수 없는 기분을 싫어하는 완벽주의 변호사이자 워커홀릭으로서 모든 것을 제쳐두고 파트너로 선발되기 위해서 규모가 큰 사건들을 대거 맡는다. 선 코프 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거래의 이면이 드러나며 잉그리드 또한 그녀의 도덕관과 반대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선 코프 건을 다루는 잉그리드의 이야기는, 변호사가 자신의 의지와 달리 매번 정의를 실현할 수는 없다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처럼 <파트너 트랙>은 이상과 현실의 충돌에 대해서 깊이 있게 그린다.


잉그리드도 굉장히 도덕적이고 선한 사람으로 묘사 되는데 그녀가 맡은 클라이언트인 선 코프는 알고 보니 민의 친환경 사업을 격려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획기적인 환경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즉 그 기업을 없앰으로써 경쟁자를 없애는 '폐쇄 목적의 인수합병'을 수행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여타 드라마에서 많이 보기 어려웠던 소재인데, 이처럼 <파트너 트랙>은 법적 공방과 치열한 M&A, 상대의 허점을 찾고 반박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때문에 흥미로운 전개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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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딜레마가 나온다. 잉그리드는 폐쇄 목적의 인수합병을 알고도 민이 인수되도록 직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것. 즉 거짓 감언이설로 민의 경영진을 설득해 폐쇄 목적을 숨겨야 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전문직인 동시에 클라이언트를 대변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때로는 올바른 일에 눈 감아줌으로써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유행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우영우 변호사가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 '한바다'의 클라이언트의 이익에 반대되는 일을 하고자 고민을 겪는 과정들이 많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쉽다.


잉그리드도 마찬가지. 민은 극중 전체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재생 에너지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난민들을 돕는 등 굉장히 윤리적인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잉그리드는 선 코프의 이익을 대변 하기 위해서 민의 가치를 외면하고 클라이언트가 효과적으로 인수합병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호사를 처음 시작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이익이 반드시 공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것이 제작진이 표현하고자 한 첫 번째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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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딜레마

두 번째 딜레마 또한 첫 번째 딜레마와 비슷하다. 두 번째 케이스는 흑인이자 LGBQT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파슨스에서 일하는 '타일러'가 맡았다. 타일러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인물인데 '럭스'라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이익을 대변하게 된다. 여기서 오늘날 굉장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지적 재산권, 즉 저작권을 둘러싼 이슈가 나온다.


현실 사회에서도 비슷하다. 소규모의 디자인 펌, 또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창작물이 대기업이나 거대 자본에 의해 복제되는 일들이 생기면서 법적 공방이 발생한다는 소식이 뉴스에서 가끔 나오는데 럭스 케이스는 그런 사례에서 차용되었다. 극중 소규모의 패션 디자이너 회사인 '발도'는 럭스가 자신들의 디자인을 복사 했다고 고소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타일러의 태도에 주목해 볼 만하다. 그 또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경쟁상대이자 클라이언트의 반대 세력인 발도의 디자이너를 개인 약점을 가지고 협박하면서 발도가 소를 취하하게 한다. 구체적인 방식은 드라마에서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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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드라마의 주인공들인 잉그리드, 타일러 등 다양한 파슨스 변호사들이 파트너라는 직책에 오르기 위해서 클라이언트 이익을 대변하고, 그를 위해 꺼림칙한 일을 한다던가 자신의 개인적인 도덕관과 반대되는 일을 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는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승진, 또는 자신이 원하는 직책을 위해서 희생 해야 하는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솔직하게 보여 주고 있다. 즉 사회적 지위나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서 이상과 도덕 관념을 동시에 가지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 주려고 제작진이 의도한 듯 하다.


하지만 동시에 <파트너 트랙>은 캐릭터별로 터닝 포인트를 삽입했다. 가령 타일러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파슨스를 고발하며 퇴사하게 되는데, 이후 그가 발도의 디자이너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발도의 전 대표는 타일러에게 당신은 회사를 대변한 듯하지만 사실은 인디 디자이너들이 어려워지도록 “길을 열어준 것” 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때로 사람들이 조직의 요구를 들어주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 또한 누군가의 피해를 초래하는 방향성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제작진이 발도의 입을 빌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동시에 이와 같은 일침이 타일러에게 어떤 전환점이 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 시리즈는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내는 특징이 있다. 타일러가 파슨스를 퇴사한 후 DEI를 존중한다고 알려진 다른 로펌에 들어가는 스토리는 얼핏 보면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여타 시리즈와 같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타일러가 면접을 본 후 탑승한 엘리베이터에서 여전히 여성 동료를 희롱하는 또래 변호사들을 마주하는 장면을 그렸다. 즉 제작진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는 것, 완전히 이상적인 곳을 꿈꾸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은 그러한 내용을 타일러의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장면을 통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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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딜레마

세 번째로 직장에서 '동료의 존중'이라는 업무 규칙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다. 실제로 잉그리드 역의 배우 '아덴 조'는 출연료 차별 때문에 이전에 진행하던 시리즈에서 하차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소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파트너 트랙>도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인 만큼 1화부터 잉그리드가 직장에서 겪는 여러 차별이 묘사된다.


가령 잉그리드는 댄에 비해서 같은 사건을 수임받기가 어렵다거나, 영국에서 온 머피와 같은 새로운 변호사와 동시에 사건을 받을 때 선임 변호사로서 존중을 받지 못 한다거나, 선 코프와 같은 대형 사건을 맡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더 어필해야 하는 등 여러 차별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시리즈의 중반 부에서는 잉그리드만이 아니라 타일러에 대한 차별이 묘사된다. 특히 댄은 평소에 동료들에게 무례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그가 구체적으로 타일러에게 공개적으로 차별을 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이때 타일러가 댄에게 너는 차별을 하고 있다고 각인시켜 주는데, 이후 댄은 회사 야유회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 타일러의 예민함을 비판한다. 이 시퀀스는 드라마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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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부분이 다른 드라마들과 다른 이유는 댄이 공개적으로 타일러를 차별했다기보다, 첫째로 코미디를 통해 웃음으로 무마하려 하였고, 둘째, 직접적인 차별이 아니라 선행된 차별에 대한 타일러의 반응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슨스는 댄이 금수저이고 다른 파트너보다 더 많은 수임을 받으며 회사에 이윤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이유로 정식 징계와 임원 코칭 정도에서 처벌을 그친다. 해고, 차별 발언에 대한 소송, 내지는 관리처분 등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인사팀의 면담 장면이 빠른 편집을 통해 보여지는데, 다른 직장 동료들이 댄의 발언을 그저 야유회의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통해 차별 발언에 대해 경각심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댄의 발언에 대해 현장에서 문제점을 느낀 것은 잉그리드, 타일러, 그의 멘티이자 흑인인 '볼라,' 그리고 잉그리드의 멘티이자 동양인 '에이프릴' 정도이다. 제작진은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단순히 차별을 넘어 직장에서 '동료의 존중'이라는 업무 코드가 존재 하는데 그것은 실재하는지,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리고 때로는 차별적 발언이 웃음의 형태로 포장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제작진의 비판 포인트이다. 즉 어떤 발언이나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웃음으로 포장함으로써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게끔 하는 풍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코미디의 형식을 쓴 차별을 차별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고, 댄처럼 차별적 내용도 웃음으로 포장하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에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절한 액션을 취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제작진이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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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하여 인사팀의 면담과 조치 시행보다 경영위원회의 결정이 우선되고, 타일러가 홧김에 SNS에 파슨스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에피소드들이 그 예시이다. 특히 타일러와 잉그리드와 대조적인 인물이 댄인데, 댄이 자주 하는 대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예민한 거야”

사실은 타인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댄이 차별에 둔감한 것이 아닐까. 그는 시리즈 초반부에서 선 코프 건을 맡기 위해 잉그리드의 아이디어를 훔쳐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했고, 야유회에서도 웃음을 방패 삼아 타일러의 언사를 왜곡했다. 댄의 모습과 대비되는 잉그리드의 대사가 바로 “(여성 변호사 말고) 그냥 변호사라고 불러주세요”하는 대사이다. 


하지만 잉그리드와 타일러의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데, 이런 면에서 <파트너 트랙>이 이상만이 아니라 현실을 짚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타일러가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내부고발을 한 장면에서 짐작해 보건대 타일러의 발언 또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어도 외려 명예훼손 등 타일러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지승완'이 학교 선생님의 체벌을 해적방송에서 고발했으나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자퇴를 하였던 에피소드와 오버랩되었다. 타일러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지는 그의 캐릭터 서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결과와 무관하게 타일러의 멘티 볼라가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영상을 보고 고무받은 것은 타일러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즉 잘못된 것 같았던 선택이 만약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면 후배에게는 존경할 만한 행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파트너의 무게, 여성으로서의 변호사, 그리고 통쾌한 반전은.. 2편에서 확인해주세요 



참고한 기사 자료

https://www.thewrap.com/arden-cho-partner-track-netflix-interview/amp/



https://www.howtomakepartner.com/what-is-a-partner-track-and-why-is-this-important-to-your-career/

이미지 출처: 구글 및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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