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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31. 2022

[넷플 신작] <파트너 트랙> 2

파트너 트랙의 경주 & 여성으로서의 변호사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며.. 잃어버리는 것들


한편 파트너가 되기 위해 점점 달라지는 잉그리드의 변화는, 더 높은 사회적 성취를 위해 점점 더 그른 선택을 하게 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억만 장자이자 잉그리드의 남자 친구인 '닉 라렌'이 잉그리드에게 반했던 이유는 잉그리드가 기존에 그가 만난 사람들과 달리 솔직하고 겸손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닉 라렌이 그녀에게 한 대사가 인상적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날 검색해보지 않았군요” 


그런데 점차 파트너 트랙에서 실적을 쌓던 잉그리드가 변화하는 모습은, 개인이 성취를 위해서 기존의 신념을 잃게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타일러가 파슨스의 차별을 고발하고 회사를 나갈 때 잉그리드는 타일러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영 파트너인 '마티'의 편에 서서 타일러에게 퇴직금을 받고 비밀을 유지하면서 조용히 퇴사하라는 결정을 전달하는 당사자가 된다. 그런 잉그리드의 모습은 시리즈의 초반부와 상당히 대비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초반부에서 잉그리드가 민의 재생 사업을 이끌었던 사장 'Z'에게 선 코프의 인수는 이익이 되는 것처럼 포장했던 모습이 중첩된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서 특히 타일러의 부당한 대우에도 동료의 편을 들지 못하고 파트너에 오르기 위해 회사의 편을 들어주는 잉그리드의 모습은 닉이 반했던 모습과도 많이 달라져 있다. 


때로는 일이 일을 불러오고 이 일만 하면 승진할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일이 계속 오는 것을 경험하거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잉그리드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는 선 코프 거래만 성사시키면 파트너가 될 줄 알았고 타일러에게 차별에 눈 감아 달라고 한마디 하면 파트너에 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티와 파슨스는 잉그리드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면서 그녀가 자신의 가치관, 절친, 그리고 연인과 더 멀어지는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결국에는 끝이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을 통해 제작진은 승진이나 사회적인 성취를 위해서 개인이 지고자 하는 대가가 끝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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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잉그리드는 마티에 의해 파슨스의 연간 다양성 행사의 주최자를 등떠밀려서 맡게 된다. 이 'DEI'라는 조직 문화는 Diversity (다양성), Equity (공평성), Inclusion(포용성)의 약어로서 실제로 많은 기업, 특히 외국계 기업에서 중요시된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직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즉 인종이나 성별, 사회적 지위, 성 정체성, 재력 등 여러 가지 요소에 관계 없이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려는 인사 정책의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행사를 잉그리드가 맡게 된 것인데 이 행사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한 가지가 있다.


이 장면은 바로 '허울만 좋은 감투를 썼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잉그리드는 행사에서 다양성 상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 그녀는 마티가 쓴 대본을 따라 읽는다. '파슨스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변호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이고 야유회에서 있었던 댄의 발언은 사소한 이슈였으며 파슨스는 직원들의 존중한다는 것,' 인상적인 대사를 그대로 쓰자면 "한 마리 미꾸라지 때문에 전체 바다가 흙탕이 되지 않는다'는 발표 내용이었다. 이 발표 이후에 잉그리드가 화장실에서 우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잉그리드는 닉이 골라줬지만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은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정확하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고르지 않은 드레스를 입고 내가 쓰지 않은 발언을 했어" 라고 말이다. 이러한 장면들은 파트너가 되기 위한 하나의 목적만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손에 쥐어준 선택을 수행하는 잉그리드의 고뇌를 담았다. 여기서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듯이 물론 파트너가 잉그리드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잉그리드가 적어도 타일러에게 해고 통보를 할 수 없다거나 후속 조치가 부족하다고 마티에게 1번 더 말하거나, 연간 다양성 행사에서 주어진 대본대로 읽지 않는 것 정도는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상의 행동은 드라마 속의 판타지이기때문에 어렵겠지만 말이다. 


왕관의 무게란


이처럼 <파트너 트랙>은 파트너 트랙에 오른 변호사라는 설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직업 수행의 과정에서 겪는 고뇌를 솔직하게 그렸다. 잉그리드의 대사 중 "난 그것을 할 수 없었어," "싫다고 말하는 법을 모르거든"은 그녀가 드라마에서 자주 하는 대사이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대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조직에 속하기 위해 상사의 말을 거역하기 어렵고 특히 승진을 목전에 두었다면 더더욱 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잉그리드도 마찬가지이다. 클라이언트 선 코프의 이익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민을 설득하고, 파슨스의 명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내부고발을 한 동료를 두둔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다양성 행사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이야기를 남이 써준 대본대로 읽는 것. 그러나 정말 그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을까. 


특히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닉과 레이첼, 타일러에게 잉그리드가 계속 파트너 이야기만 하는 것은 시청자로서 조금 안타깝다. 특히 닉이 잉그리드에게 청혼한 후 반지를 회사에 끼고 갈 것인지 물어보는 장면이 기억난다. 잉그리드는 이를 거절하는데 그 이유는 ‘이전에 6년차 변호사였던 선배(잉그리드의 멘토)도 약혼반지를 끼고 나타났다가 파트너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닉은 “특별 변호사가 어때서?”라고 묻지만 잉그리드는 한숨을 쉬며 “파트너가 아니잖아”하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과하게 특정 직위에 집착하는 잉그리드의 모습이 엿보이는 동시에 그녀가 시리즈 후반부에서도 계속 파슨스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며 파트너만을 궁극적인 목표로 여길지 궁금해진다. 결혼할 사람과의 관계를 밝힐 때에도 승진 때문에 주저하고, 야유회에서 밝히는 인생의 목표도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 답하는 것은 안타깝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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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변호사와 변호사 & '자각'에 대하여


DEI 행사 후에 민의 경영진인 Z와 잉그리드가 나누는 대화 장면이 있다. 여기에 제작진의 핵심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고 생각하여 장면을 소개한다.

"자랑스러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변호사라니. 우리는 그냥 변호사라고 하잖아요, 맞죠?" - Z
"맞아요. 안타깝게도 그냥 변호사가 되려면 좋은 사람은 될 수 없나 봐요." - 잉그리드
"좋은 사람만이 좋지 않은 일을 했을 때 나쁘다고 느끼는 법이죠" - Z


Z는 민에서 재생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환경 운동가이자 난민 캠프의 지원자로서 타고난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애쓰는 금수저이다. 그런 면에서 잉그리드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녀는 금수저는 아니지만 역시 많은 부와 실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파슨스의 명령을 따르는 동시에 한편으론 잘못됐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자각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위 대화 장면이야말로 잉그리드의 터닝 포인트가 Z로 설정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Z가 선 코프의 폐쇄 인수합병을 눈치 채고 잉그리드에게 배신감을 표현한 것, 이것은 잉그리드에게 다른 무엇보다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한 요소일 것이다. 특히 10화에서 Z의 과거가 드러나는데, 그는 댄과 달리 자신의 이상을 위해 금수저로 타고난 선천적 이점을 버렸다. 아버지의 재산을 마다하고 10년간 환경 NGO를 위해 봉사했다는 부연 설명은 Z가 그간 드라마에서 봐온 인물들과 다른 캐릭터임을 보여준다. 더불어 Z의 말은 허울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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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이번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는 10화라고 볼 수 있다. 10화에서 잉그리드가 민에 대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자 Z와 세우는 계획은 다소 드라마틱하다. 특히 타일러와 캐서린이 잉그리드를 위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은 어벤져스의 등장 씬을 생각나게 한다. 마치 모든 일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스토리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동시에 이 플롯은 이상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주의의 틀을 사용해서 오히려 ‘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잉그리드처럼 과거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액션 이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끔찍한 일을 저지른 후에 좋은 사람만이 후회하니까요

라는 Z의 말은 잉그리드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사이다.


동시에 이 드라마는 현실적인 부분도 가져간다. 10화에서 잉그리드와 Z의 계획은 시청자 분들이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이때 명대사 메이커 Z가 말하는 대사는 그들의 계획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노력을 요하는지를 보여준다.

광기와 영웅심은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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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이 드라마는 그들의 노력이 헛된 이상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결말 외에 잉그리드가 민 회장을 설득하려는 장면을 소개한다. 이는 ‘설득의 기술’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민 회장도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빈손으로 미국에 갔고, 대신 기술적 발전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민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10화에서 잉그리드가 Z와 꿈꾸는 반격, 시리즈의 결말, 그리고 민 회장의 일대기는 이상적이다. 하지만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가 연상되기도 하는 전개이기도 하다. 에린 브로코비치도 실존 인물로서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승소를 이뤘다. 그런 것처럼 <파트너 트랙>의 마무리도 미드에 맞는 드라마틱한 결말이지만 가능성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 <파트너 트랙>이 시청자들을 위해 익숙한 해피엔딩 뒤에 남겨놓은 박스일 것이다. 


그리고 <파트너 트랙>은 잉그리드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결말을 맺는다. 오픈 엔딩이기도 하다. 특히 타일러의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파슨스에서 발도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 과거의 타일러와, 파슨스 퇴사 후 인디 디자이너들의 패션 공동체를 떠올린 현재의 타일러는 매우 대비된다. 파트너만이 인생의 목표인 줄 알고 좇던 과거의 잉그리드와 Z와 파격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현재의 잉그리드처럼 말이다. 동시에 그들의 아이디어는 협력이라는 키워드로 연계된다. 


재점화되는 파트너 경쟁, 그리고 유리천장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이유는 시리즈 후반이 될수록 파트너의 아웃라인이 명확해지는 플롯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 인물들까지 더해지며 파트너가 누가 될지 짐작할 수 없는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파트너가 팀별로 3자리로 정해졌다는 것은 긴장감을 더하는 설정이다. 변호사에게 있어 파트너란 대기업 고객을 클라이언트로 확보하여 그들과 로펌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인재를 뜻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유력하게는 금수저 댄 팰런, 유능한 잉그리드 윤, 그리고 런던에서 전근 온 제프 머피가 처음에 가장 확실한 파트너인 듯 보인다.


그러나그 외에도 잠시 지나가는 인물인 헌터, 케일럽 등 주변 인물들도 9화에서 대형 기업과의 계약을 성사시킴으로써 파트너 트랙의 물망에 오른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드라마 속의 6년차 동기 변호사들은 허울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무던하고 양심적인 캐릭터로 묘사된 ‘토드’가 ‘의뢰인이 패소해서 거래가 무산됐거든, 난 파트너가 될 것도 아닌데 뭐 하러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나 몰라’ 라고 말하며 ‘내년에 기회가 있겠지’ 하고 말하는 장면이 그들의 허무함을 보여준다. 애초에 3자리로 정해진 왕관, 그리고 내정자도 어느 정도 보이는 자리를 위해 모두가 가능성 하나만을 믿으며 노력하는 것. 다음에는 또 기회가 있겠지, 하고 믿으며 그들은 또 파슨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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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서 연말 행사 이후 파트너가 발표되었을 때, 잉그리드와 마티의 대화 장면을 소개한다. 

애초에 시켜줄 생각이 없었군요 - 잉그리드
내년에 기회가 있겠지, 더 열심히 하면 돼 - 마티

하지만 잉그리드에게 '더 열심히' 란 없다. 그녀는 이미 DEI 행사부터 선 코프 거래까지 마티가 시킨 모든 일을 최선으로 행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금수저인 댄과 머피가 예상대로 인수합병 부서의 파트너가 되고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자 변호사인 잉그리드, 파트타임처럼 일하며 좋아하지 않는 변호사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레이첼, 파슨스를 고발하고 퇴사한 타일러는 변호사로서 수년간의 노력 뒤에도 어느 누구도 파슨스의 파트너에 임명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데, 이와 같은 스토리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결국 왕관의 자리는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제작진이 보여준 것이다.


동시에 배경이 크리스마스 즈음인 것도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실망에 공감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다음 글에서 소개할 이별의 추수감사절처럼, 주인공들이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행사는 6년간 허무를 좇았다는 실망으로 변했다. 9화의 엔딩 씬이 레이첼과 잉그리드가 각자 집에서 눈 내리는 창밖을 보는 것도 눈에 띄는 편집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스토리에 역전이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참고한 기사 자료

http://www.abouth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19

이미지 출처: 구글 및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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