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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31. 2022

[넷플 신작] <파트너 트랙> 3

사랑과 응원

더 나은 적성을 찾는 과정


지금까지 <파트너 트랙>의 시사점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관계와 삶에 대해 리뷰해보려 한다.


만약 잘하는 것이 여러 가지라면 적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그중 더 마음이 가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레이첼이 그런 캐릭터이다. 그녀는 잉그리드와 타일러만큼나 유능한 변호사이지만 변호사 업무를 좋아하지 않는다. 잉그리드, 타일러, 레이첼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저는 일을 무척 잘하거든요 I am very good at my job”이라는 것. 그런데 잘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의외의 기회로 마음이 가고 잘하는 '진짜 적성'을 찾을 수 있다. 레이첼이 파슨스의 야유회에서 연극 대본을 쓰다가 작가로 데뷔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적성은 나이와 관계없이 어느 순간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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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질투하지 않고 지지하는 사람을 만나라


레이첼과 저스틴의 만남이 그 예시이다. 극중 '빅토리아'라는 클라이언트가 남편과 이혼 소송을 하러 레이첼을 찾는 시퀀스가 있다. 여기서 빅토리아가 하는 말 중 “여자는 자신의 성공을 질투하지 않는 남자를 만나야 해요”라는 것이다. 그리고 레이첼이 '신디케이트 작가 협회'의 첫 작가 면접을 보러 갈 때 저스틴은 그녀를 배웅하며 ‘전 당신을 지지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걸요. 당신의 성공을 질투하지 않는 남자예요’라는 식으로 말한다. 이 대화에서 레이첼이 제짝을 만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남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 특히 극중 저스틴은 금수저이자 법률 보조로서 변호사 일에 밝지 않고 레이첼에게 계속 꾸중을 듣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그는 레이첼의 진면모를 찾아주고, 그녀가 자신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에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 알아 자존감이 높다. 특히 레이첼과 저스틴이 합친 계기는 야유회장에서 우연히 카누를 타다가 조난당했기 때문인데, 이때 저스틴이 보트 운전 및 캠핑에 의외의 재능이 있다는 것이 보여진다. 그는 법 쪽은 아니어도 다른 재능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레이첼에게 '당신은 변호사 일을 싫어하니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도 저스틴이다. 두 사람은 그런 면에서 이상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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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생계 사이에서


그런데 <파트너 트랙>은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좋다. 레이첼은 많은 어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그녀는 금전적 여유와 꿈을 추구하는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이다. 드라마 속 표현을 빌리자면 "starving artist"가 되지 않기 위해 그녀는 파슨스에 남아 돈을 더 벌고 싶어한다. 이것은 예술을 꿈꿔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레이첼은 신디케이트 작가협회에서 곧바로 연락이 받지 않는다. 바로 작가가 되었다면 그것은 드라마틱하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서는 한 번의 실망도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파트너 트랙>은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부모님의 기대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저스틴이 좋아하는 여름 캠프 대신 변호사 시험인 LSAT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다. 금수저의 배부른 고민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그의 고민도 현실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레이첼과 저스틴이 처음 같이 보낸 추수감사절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레이첼은 환경과 예술,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저스틴의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저스틴이 변호사 공부를 하려는 것을 보고 돈을 좇는 기업에 종속되지 말라며 비난한다. 여기에 대응해 레이첼은 그들에게 저스틴과 아버지의 금전적 지원 덕분에 커뮤니티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며 반박한다. 


양쪽 모두 합리적인 논쟁점을 가지고 있어 위 장면을 소개하였다. 동시에 이것은 레이첼의 고민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가치가 있어도 금전적 지원이 없다면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예창작 등 예술도 마찬가지이고 환경 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면에서 저스틴의 친구들은 어느 정도 복받은 인물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스틴도 마찬가지이다. 생계에 대한 고민 없이 원하는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과 반대의 캐릭터라면, 저스틴 아버지의 금전을 통해 생계를 보장받은 저스틴의 친구들과 달리 이상을 위해 금전을 마다하는 용기를 지닌 Z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첼은 Z와는 또 다른 입장인데, 레이첼이 어떻게 자신의 꿈과 금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갈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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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한편 레이첼은 사내연애가 가질 수 있는 리스크를 보여준다. 그녀가 보낸 회사 이메일에 몰래 사귀던 남자친구 저스틴이 전체 답장을 한 것. 


그런데 이 드라마가 다른 시리즈와 다른 점 중 하나로서 왜 사내연애가 위험도가 높은지를 정확히 짚어낸다는 것이다. 레이첼이 하는 대사가 명확하다. ‘남자들은 사내 다른 직원과 깊은 관계를 맺어도 유야무야 털고 넘어가지만, 여자들은 승진할 수 없다’는 맥락이다. 즉 같은 행동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유리천장을 비판한 대사이다.


동시에 여기에는 직장의 위계질서도 개입되어 있다. 여기서도 미묘함이 느껴진다. 앞서 야유회의 댄의 사례처럼, 직장 내에는 명확한 규정으로 쓰여 있지 않아도 암묵적으로 지키는 미묘한 규칙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시리즈에서는 변호사가 paralegal, 즉 법률 보조와 데이트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그럴 시 다소 민감한 상황이 되거나 상관이 지위를 남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레이첼이 대사로 직접 언급하며 직장 내의 보이지 않는 코드에 대해 짚는다. 


한편 이 드라마에는 산타와 같은 인물이 나와 플롯에 재미를 더한다. 대표적으로 레이첼에게 '해럴드 로즌슈타인'이 산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는 필요한 시기에 나타나 레이첼에게 신선한 관점을 제공해주는 인물이다. 그녀가 작가에 도전하도록, 그리고 그녀가 저스틴과 사이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내 연애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조언해주는 인물이다. 마치 소설 <나는 매일 직장 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시리즈에 나왔던 ‘앗코 짱’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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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터닝 포인트


그래서 레이첼과 저스틴의 관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에겐 잉그리드와 닉보다 레이첼과 저스틴 커플이 더 인상적인데, 이는 저스틴이 더 낮은 직급임에도 레이첼의 무시를 받아주며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레이첼이 파트너에 지명되지 않자, 그녀는 자신의 소홀했던 업무 태도를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저스틴이 실수로 보낸 이메일을 탓한다. 여기서 저스틴은 그녀에게 자신을 그만 무시하라며, 이메일을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레이첼을 처음으로 비판한다.


이 장면을 보면 레이첼 또한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잉그리드나 타일러와 달리 레이첼의 터닝포인트는 앞서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저스틴과 나눈 대화이다. 레이첼은 저스틴을 통해 그녀가 연인을 대했던 태도, 일에 소홀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별의 추수감사절


한편 레이첼과 저스틴의 반대 케이스로서, 타일러는 자신을 지나치게 서포트하는 연인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결국 긴 세월을 뒤로하고 타일러는 앤서니에게 추수감사절 날 이별통보를 하는데. 잉그리드와 닉도 머피의 개입으로 헤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추수감사절은 양쪽 커플의 이별의 날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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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의 러브 라이프


드라마 속 인물관계의 핵심은 잉그리드의 러브 라이프이다. 그녀는 매력적인 제프 머피와 현실적이고 다정한 닉 라렌 사이에서 갈등한다.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와 배려심 많은 남자의 대결구도라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한 플롯이기도 하다. 시청자들도, 잉그리드도 아마 마음속으론 반려자로서는 닉과 같이 헌신적인 인물이 낫겠다고 생각하지만, 더 강렬한 상대에게 끌리는 것이 사람의 일인 법이다. 이 드라마도 그와 같은 플롯을 그대로 따라간다.


잉그리드는 영국식 발음을 쓰고 잦은 스킨십을 하며 그녀를 설레게 만든 제프 머피에게 점점 마음이 기운다. 그녀는 겉으로는 빈틈 없고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내지만 마음 속에는 ‘강렬함에 대한 욕구’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대사는, 잉그리드와 닉이 잉그리드의 외도로 추수감사절 날 이별하는데 이후 닉이 던지는 물음이다. “폭풍을 쫓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 여타 드라마에서 듣기 어려웠던 참신한 대사라 소개하고 싶다. 필자는 잉그리드가 성취감은 높지만 답답한 직장 생활, 그리고 완벽주의의 배출구를 찾고자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욕구가 강하게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잉그리드가 왜 폭풍을 쫓는지, 그리고 계속 폭풍을 쫓을 것인지 드라마 후반의 스토리 전개에 더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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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동생의 아이러니


극중 잉그리드의 동생으로 나오는 '리나'는 적은 비중을 가진 인물이지만 언니, 동생의 관계에서 흔히 보여지는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제작진은 완벽한 언니 잉그리드와 사고뭉치 여동생 리나를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많은 형제자매 관계에서 학업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더 많은 성취를 이룬 형제 및 자매, 특히 첫째와 둘째 간에 어쩔 수 없이 비교가 생기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파트너 트랙>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은, 둘의 비교 관계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왜 미워하는지 그 이유를 상대방의 시선에서 정확히 짚었다는 것이다. 파트너 발표 날 리나와 잉그리드의 대사를 소개한다. 

언니는 자기 인생이 싫고 이유도 모르니까 날 탓하는 거잖아 - 리나 
아니, 네가 날 실패의 핑계로 이용하는 거겠지 - 잉그리드



이처럼 <파트너 트랙>을 3편에 걸쳐 리뷰해보았다. 이번 시리즈는 변호사의 직업적 고뇌, 더 높은 지위를 향해 가며 견디는 무게, 직장 내 차별, 적성과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특히 마무리에서 머피의 반전이 드러나고 잉그리드의 새로운 출발이 예고되면서 시즌 2를 넌지시 암시하는 방향으로 결말이 맺어졌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기대해볼 만 하며, 여러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신작을 소개하였다.


 


이미지 출처: 구글 및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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