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이가 돌아오다> 메이킹과 함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휴식기 동안 많은 작품들을 보았으니 찬찬히 리뷰해볼게요. 재미있는 콘셉과 깊이 있는 평론 글이 많으니, 이번 글부터 시작해서 앞으로의 평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연말을 기념해 '윌로우'라는 판타지 드라마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LUCASFILM에서 제작했는데, 새로운 판타지 시리즈를 맞이하기에 앞서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를 먼저 리뷰해 보려 한다. (특히 이번 리뷰 글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오비완 케노비 비하인드' 영상까지 참고하여 심혈을 다해 쓴 글이기 때문에 독자 분들께 재미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다시 오비완 케노비를 맡은 이완 맥그리거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는 'Deborah Chaw'라는 여성 감독이 제작하였다. 그녀의 파트너 프로듀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배우 '이완 맥그리거'인데, 그는 스타워즈 원편에서 오비완 케노비 역을 맡은 원조 배우로서 이번 시리즈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본격적으로 시리즈를 소개하기에 앞서 이완 맥그리거에 대해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려 한다.
그는 2003년에 스타워즈 영화 3편을 촬영하고, 2020년에 촬영한 <오비완 케노비>를 촬영했다고 한다. 그가 어렸을 적 '알렉 기네스' 배우가 맡은 스타워즈의 1세대 오비완 케노비 역할을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나중에 이완 맥그리거 본인이 2세대 오비완 케노비에 캐스팅된 것은 'Dreams come true'를 보여주는 듯하다. 오비완뿐 아니라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의 캐나다 출신 배우 '헤이든 크리스텐슨'도 <오비완 케노비>에서 그대로 아나킨과 다스 베이더 역을 맡았고, '루크 스카이워커'의 부모님도 스타워즈 프리퀄에 나온 후 이번 시리즈에 재출연한 것이라 한다.
오비완이 아닌 벤 케노비
이번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에서 뛰어난 제다이로서의 오비완 케노비가 아니라 일반 사람으로서의 벤 케노비의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시리즈에서는 액션 씬이 적고, 관객들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오비완 케노비가 광선검을 들고 멋지게 싸우는 시퀀스가 거의 없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의아했으나, 시리즈 비하인드 다큐멘터리를 보니 이렇듯 오비완이 일부러 힘 없고 싸움에 대한 의지가 없는 듯 묘사된 것이 기획 의도였다고 한다.
시리즈의 인상적인 공간적 배경은 바로 '샌드웰 농장'이다. 이 세트는 프로듀서들이 옛날 고래잡이 항구를 참조해 만들었는데, 영화 초반부에 오비완이 샌드웰 농장에서 매일 한 덩이의 고기를 잘라서 옷 속에 넣어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선의를 위해 싸우는 제다이가 아니라 일상에 익숙해진 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연출된 장면이라고 한다.
인퀴지터와 초기 다스 베이더
오비완뿐 아니라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바로 '인퀴지터'이다. MCU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리즈에서 처음 소개된 '인휴먼즈'처럼, 인퀴지터들은 <스타워즈 반란군>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선 나왔지만 실사 영화에서는 처음 소개되었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리즈는 시즌별로 자세한 리뷰를 준비해 두었으니 기대 부탁드립니다) '리바(Reva)' 역할의 배우 '모지스 잉그럼,' 그리고 '다섯 번째 형제' 역할의 배우 '성 강' 등 익숙한 배우들이 맡았다. (모지스 잉그럼은 '퀸스 갬빗'에서 '베스 하먼(안야 테일러 조이 분)'의 고아원 친구 역할이었고, 성 강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한' 역할을 맡았다)
그랜드 인퀴지터, 다섯 번째 형제, 리바는 과거 제다이였지만 제다이 (포스 소유자들의) 사냥꾼이 된 캐릭터라는 설정이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선에서 악으로 변화한 캐릭터들이라 필자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포스라는 강력한 재능을 타고 났음에도 그것을 다크 사이드에 쓰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들의 배경에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리바 같은 경우는 규칙과 선이라는 것이 없는 캐릭터였다. 그녀는 가장 잔인하고, 해도 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이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대장인 '그랜드 인퀴지터'를 배신하거나, 어린 '레아' 공주를 납치하는 장면에서 리바의 성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 시리즈에서 오비완 케노비보다 훨씬 더 강한 포스를 사용하는 능력자로 묘사되어서 더 기억에 남았다.
<오비완 케노비>에서는 '인퀴지터'뿐 아니라 '다스 베이더'가 초기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헤이든 크리스텐슨' 배우는 영화 <점퍼>와 <리틀 이탈리>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이기도 한데, 그가 맡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누구보다 강한 포스를 타고났으나 사랑하는 여인 파드메(나탈리 포트만)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제한 없는 힘을 얻기 위해 다크 사이드에 빠져버린 대표적인 제다이다. 그가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바로 다음으로 다스 베이더로 나와 그 사이 과도기 모습을 보기 쉽지 않은데, <오비완 케노비>에서는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로 거듭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를 볼 수 있다.
이처럼 리바와 다스 베이더와 같이 포스의 라이트 사이드가 아니라 다크 사이드에 빠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있다. 공통적으로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하고 과거 사연도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먼저 리바 같은 경우 과거 아나킨이 실행한 제다이 숙청 사건에서 어린 파다완, 즉 제다이 수련생이었다. 그녀는 친구들이 숙청되는 것을 보면서 홀로 생존하여 인퀴지터가 되었고 제국에 반격할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녀에겐 옳고 그름을 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데보라 쇼 감독이 말했듯이 리바는 흑백이 아닌 '그레이' 영역에서 활동하는 인물인 것 같다. 이러한 리바 캐릭터는 <007 노타임 투 다이>의 여성 제임스 본드인 '라샤나 린치' 배우나 <355>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처럼 영화계에서도 여성들에게 액션 장르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비완과 레아의 환상의 호흡
필자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가 바로 어린 '레아 공주'였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오리지널 영화에서는 더 중요한데 이번 시리즈에서 루크는 거의 나오지 않고 레아가 오비완만큼 주인공으로 나오는 점이 고무적이고 큰 변화이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요즘 영화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감독의 의도와 같이 레아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강인한 여성의 정의'에 대해 관객들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즉 화려한 액션 씬을 소화하거나 잔인한 조치를 고민 없이 행하는 모습, 물리적 힘을 가진 여성이 강인한 여성이 아니다. 오히려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모두 갖춰서 때론 강한 명령과 선택을 할 줄 알되 기본적으론 공감능력, 용기, 지혜를 가진 캐릭터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레아는 원작에서 반항군을 이끌었고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였기에 <오비완 케노비>에서 어떻게 레아가 그런 성정을 갖게 되었는지, 그 씨앗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원래 영화에서 레아는 이미 여왕으로 나오고 포스 센서티브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이번 시리즈에서는 아직 좌충우돌인 어린 레아의 모습이 나온 것도 재미있었다. 레아는 납치된 상황에서도 오비완을 믿지 않고 오비완은 그녀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이 쌓는 유대감은 원작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이었기에 인상적이다. 특히 오비완이 어릴 때부터 레아와 각별한 관계였다는 것은 이번 시리즈에서 새로 쌓아올린 내러티브인 것 같다.
오비완의 조력자 탈라
레아 공주뿐 아니라 시리즈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로서 오비완의 조력자 '탈라'가 있다. 그녀는 오비완처럼 라이트 사이드의 인물인데, 그녀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제국을 위해 일하지만 이중첩자로서 오비완을 돕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라가 가진 열정이 오비완에게 옮겨간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제국의 직원으로 나오는 것은 오히려 그녀가 강력한 제국의 영향력도 무릅쓸 만큼 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과 악의 대결 - 재회한 오비완과 아나킨 -
<오비완 케노비>의 핵심 서사는 역시 오비완과 아나킨의 재회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오비완은 약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액션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오비완과 아나킨의 케묵은 감정이 중요하다. 이것은 애증의 깊은 골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에서 아나킨은 오비완에 의해 무너졌고, 겨우 제국에 의해 발견되어 다스베이더로 부활했다. 그는 스승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분노로 치환했고, 원작의 잔혹한 다스베이더와 달리 이번 시리즈에서는 다스 베이더의 감정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 한편 오비완은 자신이 아나킨을 망쳤다는 생각에 큰 죄책감을 갖고 있고, 이것은 다스베이더의 새로운 힘에 대해 가진 공포와 합쳐져 재회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했다. 그리고 오비완은 아나킨을 다시 만나면 그 자신의 흉측한 과거를 다시 마주해야 하는 것이기에 다스베이더와의 조우가 더욱 공포스럽고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시리즈를 보면서 다스베이더의 감정을 탐구하고자 노력했는데, <제다이가 돌아오다> 메이킹 다큐에서 헤이든 크리스텐슨 배우의 말에 따르면 다스베이더는 과거에 제다이였던 자신의 일부가 아직 남아있는데 그것을 없애기 위해 오비완을 죽이려 하는 것이고, 오비완을 죽임으로써 통해 시스로 거듭나려 했다고 한다. 즉 다스베이더는 오비완에게뿐 아니라 과거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이 잔여물처럼 남아 그 회한과 분, 갖고 있던 유대감과 동정심을 모두 없애기 위해 오비완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오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완 맥그리거와 헤이든 크리스텐슨 배우들은 특수 분장을 통해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에서 광선검 훈련 장면을 새로 촬영했다고 한다. )
Closure, 감정의 정리
<오비완 케노비>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은 오비완이 다스 베이더를 만나 싸우는 씬이다. 이때 오비완은 파란색 광선검을, 베이더는 주황색 광선검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포스의 라이트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를 대비적으로 나타내는 색이다. 이들이 <시스의 복수> 이후 처음 재회해 싸우는 장면에서 오비완은 베이더의 가면을 광선검으로 베는데 이때 처음으로 가면 너머의 베이더와 오비완이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오비완은 아나킨을 살려준다.
이 장면은 <제다이가 돌아오다> 다큐에서 이완 맥그리거 배우가 설명한 바와 같이 오비완에게는 감정을 정리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왜 오비완에게 그러한 의미였을지를 생각해보면 이번에는 그가 아나킨을 살려주면서 과거와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완 배우가 덧붙였듯이 아나킨이 완전히 베이더로 변모한 모습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베이더는 이번에 오비완이 자신을 살려주었으니 베이더는 마음속에 남아있던 아나킨의 일부를 완전히 버리고 더 확실한 베이더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오비완이 또 베이더를 죽이려 했다면 베이더는 상처가 더해져 감정적으로 정리하기 어려웠을 텐데, 오비완이 베이더를 살려줌으로써 과거를 잊는 것이다.
그리운 스승
시리즈의 마무리는 오비완이 포스 형태로 남은 스승 콰이곤과 재회하는 씬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오비완이 감정적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인물은 콰이곤이다. 이번에 '리암 니슨' 배우가 콰이곤 역으로 24년 만에 재등장하면서 오비완은 또 다른 감정의 정리를 한다.
여기까지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와 <제다이가 돌아오다>라는 메이킹 비하인드를 함께 보며 평론을 썼다. 화려한 액션이나 오비완의 강력한 포스, 루크의 어린 시절을 기대했다면 예상과 다를 수 있지만, 오비완의 과도기, 원작 영화에선 나오지 않았던 그의 갈등, 제다이의 몰락 이후 그가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노력 등에 대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리즈이다. 여기에 더해 레아, 리바 등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이 강조된 점도 고무적이며 아니킨에서 다스 베이더로 넘어가는 감정적 혼란의 과도기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유의미하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